“준공한 건축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현장입니다. (공사를) 잘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대부분 제대로 공사가 된 것 같지 않았습니다. 상상한 현장보다 더 심각해 참담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22일 오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끝낸 화재 참사 유족들이 사고 현장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22일 낮 12시 15분께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 앞. 경찰과 함께 사고 건축물 내부를 둘러보고 온 한 유족은 가슴이 찢어지는 심정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사용승인이 난 준공 건축물이라고는 믿기 어렵다”며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현장이 승인된 게 아닌지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어 “화재 감시자라도 있었다면 어떻게든 고인들이 생존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고 호소했다. 공사가 무리하게 진행됐다는 의혹(국제신문 지난 17일 자 1면 보도)이 계속해서 제기되는 가운데, 현장을 직접 본 유족도 비슷한 의견을 낸 것이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유족 측은 자신들의 요구안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화재 건축물 내부로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경찰 측과 진입 인원을 두고 이견이 생기면서 마찰을 빚었다. 유족 측은 함께 기자회견을 주최한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와 현장을 보길 원했으나, 경찰은 붕괴 위험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1시간가량의 대치 끝에 결국 유족 12명과 한 유족 개인 변호사, 또 다른 노무사 등 총 14명이 경찰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이날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도 현장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건축물 한편에 서 있던 이들은 유족들이 내부로 진입할 때 입구에 도열해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진입 후 3층으로 올라간 유족들은 가족들이 죽어간 현장을 마주하자 울음을 참지 못했다. 3층에서 오열하는 소리가 건물 바깥에서도 들릴 정도였다. 30분가량 현장을 보고 온 유족 중에는 눈물을 훔치거나 제대로 걷기 어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 한 유족은 “가족의 마지막을 알게 되니 눈물을 참기 힘들었던 분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사망자 6명이 발견된 B동 1층은 건축법상 1층이지만, 경사가 있는 땅 위에 지어져 건물 뒤편에선 사실상 3층 높이다.

현장을 둘러보고 나온 유족들은 전날 밤 시공사인 삼정기업 측이 보도자료로 배포한 공식 사과문을 두고는 “아직 내용을 보지 못했다. 다만 공식 사과의 시기가 너무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늦은 만큼 마음에서 우러나온 진정한 사과를 해줬으며 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원인 규명 등 사고의 진상이 일정 부분 밝혀지기 전까지는 발인을 무기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화재 참사 고인 6명 중 장례 절차를 끝낸 이는 2명, 발인하지 않은 이는 2명, 발인 후 화장을 진행하지 않은 이가 2명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14일 오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에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숨지고 1명이 경상을 입었다. 애초 부상자는 27명으로 집계됐으나, 상태가 경미한 것으로 판단돼 1명으로 재집계됐다. 경찰은 사용 승인 등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도 조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