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공 절차를 마친 복합리조트 공사장에서 6명이 숨진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화재 참사(국제신문 17일 자 1면 등)를 두고 시공사와 관계 기관의 공식 사과와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족들은 사고가 났던 공사 현장 앞에서 자신들의 요구안을 발표하는 한편,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오열하기도 했다.

반얀트리 화재 참사 유가족과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가 22일 오전 10시 화재 사고가 있었던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원준 기자

반얀트리 화재 참사 유가족과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가 22일 오전 10시 화재 사고가 있었던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했던 유가족들의 뒷모습. 이원준 기자

반얀트리 화재 참사 유가족과 중대재해 없는 세상만들기 부산운동본부는 22일 오전 10시 기장군 반얀트리 해운대 부산 신축 공사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시공사인 삼정기업과 삼정이앤시 공사 책임자의 강력한 처벌과 시행사인 루펜티스 컨소시엄 등 관계자들의 책임도 요구했다. 이들은 “23명이 숨진 경기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대표가 어제 보석으로 풀려났다”며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현실이 참사를 반복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유족은 “승강기 앞에서 6명이 죽었다는 보도를 보고 경찰에게 사실 관계를 물었더니 그서야 구체적인 사망 위치를 알려줬다”며 “현장 훼손 등의 이유로 유족이 현장에 들어가는 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유족 측은 지난 20일 오후에 열린 합동설명회에서도 관계 기관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합동설명회는 시작부터 비공개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정작 답변을 한 담당자는 참석도 하지 않아 ‘수사 중’, ‘노력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며 “특히 시는 지난 14일 참사 당일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겠다며 보도자료까지 냈지만 사상자가 집계 바뀌면서 ‘규정에 따라 설치할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공사와 시행사, 관계 기관에 원하는 6가지 요구안도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철저한 진상규명 ▷중대재해 책임자 처벌 ▷시와 삼정기업·삼정이앤씨의 재발방지책 마련 ▷삼정기업·삼정이앤시·루펜티스·반얀트리의 기자회견을 통한 공식 사과 ▷추모비·조형물·기록물 마련 ▷제대로 된 배상과 보상 및 유가족 지원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고 사고 현장을 직접 둘러보겠다는 유족들과 경찰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유족들은 중 노동계 단체 등과 함께 현장을 둘러보겠다고 요구했으나, 경찰이 붕괴 위험과 현장훼손 우려 등을 이유로 이를 제지하며 양측 대치가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한 유족은 “남편이 여기서 죽었는데 내가 현장 훼손은 하겠느냐”고 울부짖기도 했다. 결국 유족 12명과 함께 한 유족 개인 변호사와 다른 노무사가 1명씩 참여해 총 14명이 경찰과 함께 건물 내부로 들어가 화재 현장을 살폈다.

한편, 시공사인 삼정기업 사고 일주일 만인 지난 21일 밤 보도자료 형식의 사과문을 내고 “책임을 통감하고 공식적인 사과가 늦어 죄송하다”며 “철저한 원인 규명 이후 책임 있는 모습으로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