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區 분리 30년 만에 인구 10만 감소
- 공무원은 양 지자체 합산 250명 늘어
- 조직 합쳐 노인복지재원 등 충당 포석
- 지역 정치권·공무원 조직 반발 걸림돌
- 2017년 추진 원도심 4개구 통합 무산
부산 수영구가 화두로 던진 자치구 간 통합은 인구감소에 대응하는 행정서비스 효율화를 목표로 한다. 현행 체제가 만들어진 30년 전의 전국 인구는 지역 가릴 것 없이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엔 지역 청년을 중심으로 인구 감소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치달았다. 동시에 초고령화 또한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경제활동에 나설 사람은 점차 줄어드는데 복지에 필요한 비용은 크게 늘어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런 사정에 행정단위 재조정은 사실상 필수불가결한 조처로 여겨지지만, 현실화하는 데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생활권을 달리한 지역끼리 구역을 합치는 데 따르는 지역주민의 이질감을 풀어주는 동시에 지역 정치권이나 공무원 조직 등 ‘이해관계’에 놓인 집단의 반발 또한 해소해야 한다. 2017년 추진된 부산 원도심 4개 구 통합 역시 이런 이유로 무산됐던 터라 ‘구호’를 넘어선 실질적인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 강성태 부산 수영구청장이 이웃 남구와의 통합을 천명하고 나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2일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을 찾은 시민들. 전민철 기자 |
■줄어드는 인구·재원, 늘어나는 복지 재정
수영구는 30년 전 체제의 산물로 태어났다. 1995년 3월 남구에서 분리돼 신설된 것이다. 당시 인구는 남구 32만745명, 수영구 20만2698명이었다. 정부는 늘어나는 인구를 감안해 주민 생활편의를 높이고 지역의 균형발전과 행정을 능률적으로 수행하겠다며 분구를 결정했다. 한 세대가 흐른 지금 두 곳의 인구는 지난해 남구 25만4498명(-20.65%), 수영구 17만1918명(-15.19%)으로 줄었다.
반면 공무원 수와 노인 인구는 상대적으로 늘었다. 지방세 등 재정의 원천인 경제인구는 쪼그라들고, 재정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무원 인건비와 복지비용은 증폭된 것이다. 공무원 수는 남구 720명, 수영구 578명에서 지난해 각각 878명, 670명(정원 기준)까지 불었다.
공무원 한 사람이 맡는 주민 수도 줄었다. 남·수영 분구 원년인 1995년 기준으로 남구의 공무원당 주민 수는 445명 수준이었다. 수영구는 350명 꼴이다. 이 수치는 지난해 각각 289명, 226명까지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두 지역 모두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복지에 필요한 재원도 커졌다. 최초 5~6% 수준이던 두 지역 노인 인구 비율은 2020년 전후로 크게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행정안전부 산하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의 지방행정체제개편 권고안을 보면 전국 인구는 2052년 4627만 명까지 줄어든다. 특히 비수도권 광역시 인구는 약 2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수도권 집중으로 인한 경쟁 심화와 주거·고용 불안이 저출산으로 이어져 고령화 현상이 가속화, 2052년에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4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초고령화가 불러올 복지비용 증가도 큰 문제다. 정부의 지방이전재원은 2022년 GDP 대비 7.6%에서 2050년 6.3%로 감소하는데, 지방세수도 2022년 118조 원에서 2050년 113조 원 으로 감소한다. 당장 지난해 기준으로 지방세로 공무원 인건비를 충당할 수 없는 자치단체만 104곳에 이른다.
■‘원도심 통합 실패’ 교훈으로
자치구 간 통합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7년에는 부산 원도심 4개 구 간 통합도 추진됐다. 쇠퇴하는 지역을 한데 묶어 당시 기준 인구 37만 명의 구를 꾸린다는 취지로 부산시가 추진했다. 2018년 지방선거를 한 해 앞두고 이뤄진 제안에 시는 속도를 내려 했다. 그 해 9월 중구를 제외한 3개 구의 통합 건의문을 받아 대통령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에 제출했고, 곧장 원도심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원도심 통합은 무산됐다. 당시 주민투표에서 중구를 제외한 3개 구 주민은 통합에 찬성했다. 그러나 끝내 중구 주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시민사회의 반대 움직임이 거셌고, 지역 정치권과 공무원 조직의 불만도 컸다. 서병수 당시 시장이 “원도심이 통합해도 국회·시·구의원 수를 유지하겠다”는 당근을 던졌으나 파행을 막지 못했다. 결국 2018년 8월까지 통합구를 출범한다는 계획은 2022년 7월로 밀렸다가 없던 일이 됐다.
이 실패 사례는 지역민의 소속감을 고려하는 동시에 지역 내 정치권, 공무원 조직 등 이해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공무원 조직 내에서는 벌써부터 불신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영구는 이미 정원(670명)보다 현원이 100명가량 적은 수준이라 공무원 수를 더 줄이기는 곤란하다’ ‘남구가 수영구청장의 제안에 진지하게 임할 가능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등의 반응이다.
이에 주민 생활권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통합을 추진해 명분을 확보하는 한편 장기간 이해관계자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대 김형빈(행정학과) 교수는 “인구 감소에 따른 행정 통합의 필요성은 분명하다”면서도 “지역민의 정서를 다독이고 정치권 관계자를 설득하는 것이 만만치 않는 일인 만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