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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소·근력·단체운동까지…‘강스장’은 새벽부터 웨이팅

77번 버스가 간다 <1> 비싼 PT 안 부럽다, 학장천

강스장- 강변 헬스장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4-06-16 19:45:06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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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깅하며 계절따라 꽃 구경 재미
- 구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 운영
- “함께 하니 더 건강해지는 느낌”

- 오폐수 악취 대명사였던 학장천
- 2010년부터 산책로이자 헬스장
- 체육시설 28점 갖춰져 인기만점

국제신문 77번 버스의 첫 운행지는 ‘강스장(강가 헬스장) 성지’ 부산 사상구 학장동이다. 이곳에서는 학장천을 중심으로 운동하며 여가 시간을 보내는 어르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어르신들은 산책로를 왕복하는 ‘유산소 운동’은 물론, 곳곳에 설치된 체육시설로 신체 근육을 자극하는 ‘근력 운동’까지 병행했다. 매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은 ‘GX(Group Exercise·단체 운동)’의 일종이랄까! 생기 넘치는 노년의 비결, 바로 우리 동네 최고의 헬스장, 강스장을 소개한다.
지난 14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 덱에서 열린 ‘다함께 고고고’ 프로그램에 어르신들이 강사의 시범을 보며 단체 운동을 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건강이 최고, 운동이 최고!

이곳에서 만난 송모(73) 할머니는 학장천 조깅이 하루 여가이자 낙이다. 막 동이 텄을 때부터 남편과 함께 집을 나서 학장천으로 향한다. 아침잠이 적고, 하루치 기력이 일찍 소진되는 특성상, 어르신의 ‘핫 타임’은 새벽이다. 특히 학장천의 인기 기구는 일찍부터 장사진이라 이른 ‘출첵’이 필수다.

송 할머니는 “아침 6시만 돼도 학장천은 할머니 할아버지로 붐비지예. 나와가 운동할라 하는 어른들로 그득하다 아입니꺼. 사람이 얼매나 많은지 운동기구는 줄 서서 안 기다리모 하도 몬해예”라며 걸음을 재촉한다.

조깅은 걷기보단 빠르게, 뜀박질보단 천천히 진행된다. 약간 숨이 찰 것 같은 시점에 다행히 운동 기구가 눈에 들어온다. 유산소는 이쯤하고, 이제 근력 운동을 할 시간. 약간의 대기 시간을 감내하며 송 할머니 부부는 순서를 기다린다. 속으로 ‘저 할매 언제 끝내노’를 몇 번 곱씹다 보면 차례가 된다.

송 할머니 부부의 ‘루틴’도 이때부터 시작한다. 스트레칭 먼저. 회전하는 원판에 올라 허리를 좌우로 돌리며 뻐근한 허리를 풀어주고, 자리를 옮겨 양팔줄을 아래로 당기며 어깨 펴준다. 다음엔 의자식 기구에 앉아 다리를 쭉 펴 허벅지에 자극을 주며 하체를 뿌신다(?). 하체가 뻐근해지는 게 보람차다. 운동 순서는 사정에 따라 매일 변동되지만, 이러나 저러나 기구를 한 번씩 다 써본다는 게 포인트다. 어렵게 자리를 차지한 운동기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거나 삐걱거리는 등 불량 기미를 보이면 여간 기분 나쁘지가 않다. “기자라 캤습니꺼. 구청에다가 운동기구에 기름 좀 치라고 꼭 좀 말해주이소. 오늘도 줄 서가 기다렸는데 기구가 뻑뻑해가 쓰도 몬했다아이가!”

기구가 뻑뻑해도 송 할머니 부부는 이 강스장이 헬스장 보다 훨씬 좋다. 무엇보다 무료인 데다, 집과도 가깝다. 계절에 따라 바뀌어 피는 강변 근처 꽃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헬스장도 가봤는데, 거는 우락부락한 아들이 너무 많아가 쪼메 만만찮데예. 실내라서 깝깝하기도 하고예. 여가 훨씬 낫습니더.”

■‘오미 가미’ 운동하는 재미

산책은 어르신이 TV 시청 다음으로 가장 선호하는 여가 방법 중 하나다(지난해 국민여가활동조사 기준). 부산을 놓고 봐도, 학장천뿐만 아니라 온천천·수영강 등 평탄하고 길쭉한 산책로마다 걷거나 뛰는 어르신이 곧잘 눈에 띈다. 러닝 셔츠만 입고 기둥에 등을 충격하는 할아버지부터, 멋들어진 선캡을 쓰고 박수치며 걷는 할머니까지 그 모습도 다양하다.

산책이 여가로 충분할까. 학장천 인근 새밭경로당에서 만난 최경자(82) 할머니에게서 답을 구했다. “경로당 오미 가미(오며 가며) 운동하는 셈 걷는기지예. 걷는 김에 운동 기구도 좀 쓰고. 우리 나이에 거리가 제법 길 수는 있는데, ‘기왕에 집 나온 거’란 생각으로 걸으면 땀도 나고 뿌듯하지예. 집 바깥으로 나올 핑계 좋제, 돈 안 들제, 걷다가 할매들 만나면 이야기도 좀 하제. 그런 다음에 경로당에 다 모여가 화투 치면 하루 다 간다. 얼매나 재밌노.”

건강에 진심인 어르신의 특성상 운동 매개 어르신 프로그램은 지자체 주관 행사 중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한다. 사상구 학장동이 매주 금요일 학장천 전망데크에서 개최하는 ‘다함께 고고고’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전문 레크리에이션 강사의 주도로 노래하는 프로그램이다. 운동과 몸짓 그 중간의 율동도 곁들인다. 평범한 지자체 주관 어르신 행사처럼 보이지만, 2021년 시행 이래 연일 만원(100여 명)을 기록 중이다. 지난달 24일에는 경북 포항시 동해면 어르신들까지 ‘벤치마킹’ 삼아 학장천에서 함께 목청을 틔우고 몸을 흔들었다.

학장동 40년 주민 안재실(77) 할아버지는 “월화수목금 빠짐 없이 학장천에서 1.2㎞씩 걷고 운동한다. 프로그램에도 2년째 참여 중이다”며 “운동이란 게 혼자 하거나 억지로 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 여럿이서 같이 내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하면 운동이 즐겁다. 다 같이 하는 게 시간 보내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악취 대명사가 운동 1번지로

‘강스장’ 조성에는 꽤나 많은 수고가 들어간다. 학장천도 처음부터 지금의 환경이었던 건 아니다. 이곳이 어르신 운동장으로 탈바꿈한 건 2010년부터다. 이전에는 사상공단 오폐수가 흘러들던 이곳은 한때 악취의 대명사와 같은 공간이었다. 그러다 생태하천 사업 등이 전개되면서 점차 지금의 모습을 갖춰나갔다. 이 즈음 산책로가 생기고 작은 체육시설이 깔렸다.

길이 5.86㎞인 학장천에 설치된 체육시설은 모두 27종 28점(383㎡)이다. 제방 조깅 코스를 중심으로 오밀조밀 모였다. 불편한 거동을 걱정하는 자식들에게 잠깐 걷고 오겠노라 핑계 대기에 길이도, 할 거리도 모두 적당하다. 주민 2만6393명 가운데 6386명, 인구의 24.2%가 어르신인 초고령 지역 학장동을 너르게 품을 만하다(지난 4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현황 기준).

학장동으로 시집 와 줄곧 이곳에서 삶을 꾸린 김복연(70) 할머니는 “예전에는 냄새가 너무 심하고 길도 정비가 안 됐으니 여기서 운동을 못했다”며 “할 것 없는 노인네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집에만 틀어박혀 TV만 보면 건강에도 나쁘지 않나. 학장천처럼 집밖에 나올 이유라도 하나 생기면 어른들 건강에도 분명 좋고, 활기차게 시간 보내기에도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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