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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51>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

딱 일주일, 몸으로 깨닫는 화두…간화선 현대화의 선구자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05-16 18:40:1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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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세에 범어사로 출가해 수행
- 안국선원 창건…13개 사찰 운영
- 부산 서울 오가며 정기법회 봉행
- 조사어록 법문으로 간화선 지도
- 직접 체험 신도들 3만 명 넘어

- 美·뉴질랜드 분원 글로벌 진출
- 세계 대중 생사·평화 정착 기대


◇ 수불 스님의 부처님 오신 계절의 말씀

- 헛된 욕망을 버리고 자기의 본래 모습을 되찾아라
부처님 오신 계절을 기념하여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이 ‘안국선원의 간화선 수행의 지도방법’에 대해 인생이모작포럼 고영삼 공동대표에게 설명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홍희 사진작가 제공
“어디로 가버렸나? 내 젊음의 황금 같은 날들이여.” 러시아 소설가 푸시킨은 그의 소설 ‘예프게니 오네긴’에서 주인공 렌스키의 입을 빌어 말한다. 실상 모든 존재는 세월 앞에서 힘을 잃는다. 권력도 부도 사랑까지도. 그러나 세월과 무관하게 여여한 이도 있다. 진리의 실체를 찾는 사람. 이른바 구도자. 이번에는 부처님 오신 계절을 맞이하여 영적 스승을 찾아왔다. 바로 안국선원 선원장 수불 스님이다. 부산 금정구 남산동에 있는 안국선원 본원에는 부처님 오신 날 연등이 밝았다. 삼배 후에 찻잔을 앞에 두고 앉았다.



-올해는 불기 2568년입니다. 대중은 급변하는 세상인지라 살기 힘들다고 합니다. 이 시점에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현대인들은 잘되거나 못 되거나 늘 불안해합니다. 이 모두 잘못된 욕망 때문입니다. 물질을 더 소유해야겠다는 욕망을 던져버리고 부처님 말씀대로 자기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대중에게는 부처님 오신 날이 마음을 비우고 정신의 힘을 기르는 계기가 되기를 축원합니다.



수불(71) 스님은 국내외 13개의 사찰을 운영 중인 안국선원의 창건주이다. 그의 첫인상은 강인하고 날카로운 눈빛이었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겸허했고 이내 외유내강형임을 느낄 수 있었다. 스님은 이제까지 동국대학교 국제선센터 선원장, 불교신문사 사장, 범어사 주지, 부산불교연합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재 안국선원 선원장과 부산불교방송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안국선원에는 신도로부터 느껴지는 기풍이 보통이 아니군요. 법회는 주로 어떻게 합니까?

▶음력 매월 1일과 15일은 부산 안국선원에서, 음력 매월 3일과 18일은 서울 안국선원에서 정기 법회를 봉행하는데 이때 제가 조사어록 법문을 통해 간화선 공부를 직접 지도합니다. 법회와 무관하게 평일에는 매일 500여 명, 휴일에는 800여 명의 신도들이 각자 편한 시간에 방문하여 정진합니다.

-안국선원은 간화선 도량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간화선은 화두를 참구함으로써 깨달음을 얻는 방법입니다. 한국 조계종의 공식 수행법이지요. 간화선은 조사선의 방법과 차이가 있습니다. 조사선의 입장은 일체중생에게 이미 불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마조(馬祖) 선사의 ‘도는 수행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중생들은 항상 번뇌에 휩싸여 지내고 있습니다. 조사선같이 선문답으로 깨침을 주는 것은 한계가 있지요.

-그래서 간화선을 현대화시킨 것이군요.

▶제가 1989년 이 선원을 처음 개원해서 신도들에게 정진하라고 했는데 좀체 진도가 나가지 않더군요. 생각해 보니 화두를 어떻게 들어야 하는 지를 가르치지 않고 정진만 하라고 했더군요. 잘못된 것이었어요. 그 후 간화선 방법을 현대인이 따라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그게 ‘일주일 만에 깨닫게 하는 간화선’ 수행법입니다.

-일주일 만에요?

▶네 일주일입니다.

-‘일주일 안에 화두 타파’가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선방 스님도 힘들지 않나요?

▶가능했는지는 직접 체험한 신도가 압니다. 어쨌든 세속의 삶에 바쁜 신도들에게 출가 스님처럼 수행하게 할 순 없지요. 그것은 언어도단입니다. 그래서 재가 신도들에게 맞는 타당한 방법을 제안한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안국선원이 간화선 도량으로 자리를 굳힌 것입니다. 지금까지 3만 명이 넘는 신도가 저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스님은 당시 일주일 안에 깨달음의 체험을 못 하게 한다면 선원을 접겠다고 결심하며 공구했다고 한다. 처음 2년 정도는 무진장 고생했다. 그러나 수행은 깨닫기 위해 하는 것이기에 확실한 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이었고, 선지식이 이를 보여주지 못하면 사기라고 생각했단다. 간화선을 현대화하는 선구자로서의 큰 발심이었다.



-어떻게 하기에 가능한가요?

▶신도의 근기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맨 처음에는 1700 공안 중에서 제대로 된 화두를 들고 참된 의심 덩어리를 품게 해줍니다. 화두는 선대의 선문답 중에서 수행자의 내면에 투철하게 응집된 문제의식이지요. 수행자가 사자교인(獅子咬人) 즉 사자가 먹잇감을 한번 물면 절대 놓치지 않는 것처럼 화두에 끈질기게 파고들어야 합니다.

-그리고요?

▶그다음에는 눈 밝은 스승이 안내합니다. 예를 들어 (스님은 집게손가락을 구부렸다 펴는 동작을 보였다) ‘무엇이 이렇게 하게 하는 것일까요? 손가락인가요? 마음인가요?’ 이러한 화두가 있을 때 선지식은 수행자가 이 의심에 걸려들게 하고 계속 참구토록 하여 결국은 의단이 타파되도록 이끌어 줍니다. 이 과정이 매우 중요합니다. 궁금하지 않을 때까지 유도함으로써 내면을 성찰할 수 있도록 길을 안내합니다.

-스님께서는 그 두 가지 절차를 체계화시킴으로써 일주일 안의 화두타파를 가능하게 하셨군요. 그러면 깨달음을 얻고 나면 무엇이 달라지나요?

▶해보지 않은 이에게 그 경지를 이해시키기는 어렵습니다. 쉽게 믿지도 않습니다. 이 경지를 머리로는 이해하지 못해요. 수행자가 머리를 잘라버리고 몸으로 의심하다 보면 발끝에서 머리까지 벼락 맞은 것 같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당사자만 안다고 하니 그 경지를 알기 어려워 곤란했는데 마침 필자에게 스님을 소개하여 자리를 함께한 김홍희 사진작가가 말했다. “마음 공부를 해보니 ‘예수님과 함께하니 두렵지 않네’라고 하는 기독교의 진리도 곧 불교에서 추구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더군요.” 한편 불교 소설로 유명한 정찬주 작가는 스님이 인도하는 간화선 수행 후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오온개공(五蘊皆空) 즉 모든 것이 공(空)한 것을 체험했고 나아가 아내와 두 딸에게도 시켜 결과를 재확인한 바 있다고 한다. 그는 그 확신으로 그 뒤 수불 스님을 10여 년간 취재하여 ‘시간이 없다’는 책을 낸 바 있다.



-스님은 ‘시간이 없다’는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무슨 뜻인가요?

▶신도들에게 깨달음을 가르쳐줄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중생들도 한정된 시간에 왔다 가지요. 부처님의 가르침을 접할 기회가 있을 때 필연적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스님의 지금 일도 세속언어로 치자면 인생이모작이겠군요.(웃음)

▶저는 모든 인연을 끊고 생사까지 여의는 출가를 했습니다. 어떤 인연법인지 21세에 범어사에 결국 출가했는데 고향에 온 것처럼 마음이 편했어요. 25세부터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 선원은 볼수록 느껴지는 에너지가 대단하군요.

▶간화선 수행법이 더욱 알려지다 보니 눈 밝은 신도들이 많이 오십니다. 신도가 되려면 먼저 일주일 간화선 프로그램을 통과해야 하기에 절실한 신심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입니다.



신도들 중에는 선원의 특이한 노출콘크리트 건축물에서 절제미와 웅장미를 느낀다는 이가 많다. 아마 스님이 일본 오사카예술대 가노 다다마사 교수에게 우주의 기운과 사람의 기운이 조화로울 수 있도록 주문하여 건축하였기 때문인 것 같다. 특히 수백 명이 앉을 수 있는 대법당은 천장 구조와 채광이 영적인 생각을 일으키게도 한다. 이렇게 안국선원은 부산 본원을 창설한 후 놀랍게 성장해 왔다. 서울 창원 영주 진주 함양 세종 김해에도 개원했고, 미국 뉴질랜드에도 분원을 설립했다. 해외에 한국의 선 수행법을 펼치는 교두보까지 확보한 셈이다.



-대중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급속한 디지털 기술과 물질 우위 문명 속에서 대중의 마음은 더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역작용으로 미국 유럽에서도 명상 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그래서 IT전문잡지 ‘와이어드’의 창업자인 케빈 켈리는 ‘마음 비움’이 현재의 키워드라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간화선은 서구의 명상과는 비교하지 못할 정도로 강력합니다. 이젠 우리가 만든 간화선 수행법으로 전 세계 대중이 생사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평화를 이루는 시절 인연을 맞기를 기원합니다.



법명 수불(修弗)은 영어로 do(修, 행함)와 don’t(弗 , 행하지 않음)가 합쳐진 이름이다. ‘하되 하지 않는’ 경지를 뜻한다. 아마 사찰에 있는 불이문의 ‘불이(不二)’가 두 개인 것은 아니지만 하나인 것도 아닌 이치와 같다. 서구식 이분법적 세계관으로서는 알 수 없는 세계다. 그런데 그의 법명이 예고한 것인가. 수불 스님은 존재의 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공개된 비밀’인 간화선 수행법을 현대화했다. 전쟁과 기후변화 경제위기 때문에 모두가 패배하는 인류 문명사에서 스님의 간화선 수행법은 신문명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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