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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자블록 없어 우왕좌왕…비밀투표 보장될까 불안감도

시각장애인 유권자 동행기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4-04-10 22:11:18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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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장부터 퇴장까지 비장애 위주
- 점자형 보조용구 끼워 기표할땐
- 종이 휘고 붕 떠 도장 찍기 불편
- “인주 묻어 남이 알게 될까 걱정”

- 공보물 후보별로 USB만 21개
- 사회적 약자 참정권 확대 절실

시각장애 1급(전맹) 안미영(45·여) 씨는 10일 오전 부산 북구 만덕중학교에 마련된 만덕1동 제3투표소를 방문했다. 흐릿하지만 사물 식별이 가능한(약시) 남편 문태진(53) 씨와 함께 22대 총선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이들 부부의 투표 과정을 동행 취재했다.
시각장애가 있는 안미영 문태진 부부가 10일 부산 북구 만덕1동 제3투표소에서 투표용지를 확인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안 씨 부부는 투표장 진입부터 나올 때까지 전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 투표장 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촉지도나 점자블록이 없었기 때문이다. 화살표로 투표소 방향을 표시한 A4 종이가 여러 장 붙어 있을 뿐이었다. 이조차도 약시인 문 씨가 알아볼 수 없어 부부는 취재진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투표소 바닥 전체가 비닐에 덮여 있어 미끄러지거나 넘어질 가능성도 컸다.

문 씨는 “비장애인은 눈으로 투표 동선을 파악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인은 점자블록 등이 없으면 내부 구조를 알 수 없다”며 “장애인이 덜 당황하고 차분히 투표할 수 있도록 ‘무장애 투표소’가 지역별로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51.7㎝나 되는 긴 비례대표 투표지도 안 씨 부부에겐 간단치 않은 문제였다. 시각장애인은 기존 투표지 위에 점자용 투표보조용구를 끼워 투표한다. 보조용구에는 기호와 후보 소속 정당, 이름 등이 점자로 표시돼 있고 옆에는 네모난 홈이 뚫려 있어 그 사이로 도장을 넣어 찍는다. 안 씨는 “긴 투표용지에 점자형 투표 보조용구까지 끼우니 종이가 휘어져 붕 뜬다. 칸도 좁아서 도장 찍기가 쉽지 않다”며 “종이가 비뚤어져 칸을 벗어나거나 기표를 잘못해 무효표가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투표를 마친 부부는 비밀투표에 대한 불안감도 컸다. 도장을 찍다가 보조용구에 붉은 인주가 묻어 누굴 찍었는지 표시가 나거나, 종이를 잘못 접어 타인이 알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안 씨는 “기표용구가 노크식 볼펜처럼 생겼으면 종이에 붙이고 버튼을 눌러 찍혔다는 걸 알 수 있을텐데 지금은 헷갈린다”며 “외국처럼 음성이나 키보드로 체크하는 전자식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장애인 참정권 확대 방안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부부는 과거에 비해 선거 정보 접근성이 비교적 좋아졌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시각장애인은 점자형 선거공보물과 이동식 저장장치(USB·CD) 형태의 디지털 공보물을 받는다. 22대 총선에선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 공약을 합쳐 총 21개의 USB를 받았다. 문 씨는 “집에 부부 합산 총 42개의 USB가 쌓여 있다. 수십 번 USB를 꽂았다 빼 선거 정보를 확인할 엄두가 안 난다”며 “스마트폰 기반의 공보물이 된다면 정보를 확인하기 훨씬 편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1대 국회에서 시각·발달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선거자료, 청각장애인용 한국 수어 영상 공보물 제공 등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됐으나 현실화하지 않고 폐기 위기다”며 “장애인 참정권 확대를 위한 법 개정에 속도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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