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에 재차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의대 증원을 놓고 정부와 의사 단체의 타협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의사 단체의 반발만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20일 의대 증원분 2000명의 대학별 배정 규모를 공식 발표한다.

윤 대통령은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를 주재하면서 “환자 곁을 지키고, 전공의를 설득해야 할 일부 의사가 의료 개혁을 원하는 국민의 바람을 저버리고 의사로서, 스승으로서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있어 정말 안타깝다”면서 “지금 우리 앞에 있는 의료 개혁이 바로 국민을 위한 우리 과업이며 국민의 명령”이라며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 완수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2000명 증원’ 추진과 관련해 구체적인 통계 수치도 함께 제시했다. 우선 미국, 프랑스, 일본 등 각국이 의대 입학 정원을 매년 지속해서 늘려왔고, 현재 국내 의사 수는 인구 대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8만 명 부족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고령화 비율도 2000년 7%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20%를 차지하고 2035년에는 30%로 급증한다는 통계도 이야기했다. 의사 수가 급증하면 의료 수준이나 서비스 질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전문가가 늘어나면 시장이 더 커지고, 산업 전체 규모와 역량이 더 커질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료 대란 등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 불편이 가중되자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자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 의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28분가량 이어진 국무회의 발언 시간 중 18분을 의료 개혁에 할애했다.

정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정책도 잇따라 내놨다. 가장 눈에 띄는 정책은 기존 수가 제도의 단점을 고치는 ‘대안적이고 혁신적인 지불제도’다. 정부가 2조 원 가량을 투입하는 이 제도는 필수 의료 등에 들어간 비용을 사후에 보전하도록 해, 얼마나 진료했느냐가 아닌 의료의 질과 환자의 건강 상태 등에 따라 보상을 달리 제공한다. 지자체의 주민 건강 사업과 연계한 성과 보상 모형을 신규로 개발하는 등 ‘지역참여형 혁신 계정’도 70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마련한다.

그러나 의사 단체와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부산지역 부산대 동아대 인제대 의대 교수는 잇달아 사직을 결의하면서 의대 증원에 반대했다. 개원의도 20일부터 시작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 결과에 따라 휴진 등 집단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부산의 한 의대 교수는 “사태가 지속할수록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의대 교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이 사태를 종식하고 다시 업무로 돌아가고 싶은 게 모든 의대 교수의 마음이다. 그러나 제자인 학생과 전공의가 없는 의대 교수가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지역의 한 의사도 “대화의 여지가 없는 상황인 것 같아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면서 “집단행동에 동참하는 의료진이 늘어나면 그만큼 환자의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