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의 병원 이탈이 사흘째를 맞는 가운데 의료 현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정부는 구속수사 방침 등을 내세우며 엄포를 놓고 있지만 단체행동에 참여하는 전공의들의 규모는 커졌다. 이런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협) 소속 개원의까지 집단행동에 동참할 조짐을 보이면서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강 대 강 대결구도의 장기화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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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 사흘째인 22일 서울 시내의 한 공공병원에 의료연대본부가 작성한 필수·지역·공공의료 확대 촉구 성명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
부산대병원은 마취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는 바람에 하루 평균 90∼100건가량 이뤄지던 수술 건수가 30%가량 줄었다. 병원 관계자는 “수술을 마치고 입원하는 환자를 돌볼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 급하지 않은 수술은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과는 입원하는 환자를 돌볼 여력이 안 돼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항의하는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와 규탄대회를 연다. 이 행사에 이어 전 회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도 다음 주 개최할 예정이다. 앞서 의협 비대위는 단체 행동과 관련해서는 시작과 종료를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후배’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을 대거 이탈한 상황 속에 압도적인 찬성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개원의 중심의 의협까지 휴진 등으로 집단행동에 가세하면 의료 대란을 넘어 의료 마비까지 점쳐진다. 부산시의사회도 의협 비대위의 결정에 따라 집단 휴진 등에 돌입할 태세다. 김태진 부산시의사회장은 “모든 회원의 투표가 진행되고 의협이 집단 휴진 등을 진행하면 동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구속수사 방침 등을 내놨지만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은 계속된다. 과거 여러 차례 집단행동했지만, 처벌된 사례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경험이 동력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지난 21일 밤 10시 기준 전공의의 74.4% 수준인 9275명의 전공의가 사직서를 제출해 전날보다 459명이 늘었다. 이 가운데 8024명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복지부는 현장점검을 통해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03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부산에서는 전공의 590여 명이 사직서를 냈고, 보건복지부는 470여 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사태의 장기화를 염두에 둔 반응을 보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한 간부는 “1년 이상 갈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원의도 비슷한 의견을 냈다. 부산시의사회 한 간부는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당장 타협하게 되면 결국 현 정부에게만 이득”이라면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때도 1년 정도 길어졌다. 그때와 지금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부도 2020년 전공의가 근무를 중단했을 때는 ‘병원 단위’로 버텨 2~3주면 인력이 소진됐지만 이번에는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할 수 있다고 본다. 비상진료체계는 상급종합병원을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전환하고, 경증 환자는 지역 종합병원이나 병의원으로 분산하는 것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속 가능한 비상진료체계가 유지되도록 정부가 모든 수단과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