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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무너질까 학교 체육관도 못들어가…일상 잠식한 트라우마

마우나 리조트 참사 10주기…끝나지 않은 고통 <2> 트라우마와 싸우는 사람들

  • 정지윤 기자 stopx@kookje.co.kr
  •  |   입력 : 2024-02-15 19:40:53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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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 연상되는 붉은 음식만 봐도
- 문득 선명해지는 그날의 기억
- 철근에 깔렸다 구조된 피해자
- 폐소공포로 샤워조차 힘들어

- 신입생 21% PTSD 고위험군
- 꾸준한 노력으로 회복됐지만
- 만성화 경향, 쉽게 악화 가능

부산외대 경주 마우나 리조트 사고 피해생존자는 참사 후 일상 복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생존자 임유리(29) 씨도 그렇다. 중어중문학과 새내기였던 임 씨는 사고 당시 대피하다가 넘어진 충격으로 뇌진탕을 겪었다. 시간이 지나 부상은 회복됐지만 마음에 난 생채기는 좀체 회복되지 않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시달리며 글자도 제대로 읽을 수 없어 동기에 비해 학업 속도가 많이 뒤처졌다. 주변에서 ‘사고 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힘드냐’고 말을 들을 땐 사고 직후보다 마음이 더 무거웠다.
부산외대 마우나리조트 참사 10주기인 15일 이 대학 추모공원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학생들이 희생자를 애도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골절은 2개월, 정신과는 2년

임 씨에게 참사는 선명한 색깔로 기억된다. 바로 흰색과 빨간색이다. 이 색깔은 일상에서 참사의 순간을 떠올리는 연결고리가 됐다. 임 씨는 “카페에서 흰 크림 위에 올려진 딸기잼을 보다가 참사 당일이 떠오를 때가 있다. 흰 눈밭에 떨어진 빨간 피가 떠올라서다”고 말했다.

트라우마의 형태는 피해생존자마다 달랐다. 피해생존자 하준민(30·당시 일어일문학과) 씨는 철근 구조물에 하반신이 깔렸다가 다른 학생들에 의해 구조됐다. 오른쪽 발목 뼈가 골절됐다. 발목 부상은 2개월 후 완치됐지만, 정신과 진료는 2년을 넘게 진행됐다. 하 씨는 “참사 이후 밀폐된 욕실에서 눈을 감고 샤워를 하는 게 너무 힘들더라. 그래서 사고 후에는 샴푸가 눈에 흘러도 눈을 뜨고 머리를 감았다”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 김지훈(소아청소년정신의학과) 교수는 “트라우마는 피해생존자에게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회복 속도도 저마다 다르다”며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트라우마 피해를 함부로 재단하는 말을 해선 안된다”고 설명했다.

신체 부상이 경미해도 마음에는 깊은 상흔이 새겨질 수 있다. 2017년 부산외대 사고 수습 백서를 보면 당시 아시아대와 유럽미주대 신입생 1204명 가운데 심각한 중·경상 피해를 입은 학생은 4%(50명)였다. 그러나 사고 4개월 뒤인 2014년 6월 30일 설문조사에 답한 신입생 944명 중 21%(198명)가 PTSD 고위험군에 속했다.

■캠퍼스에서도 지속된 트라우마

사고 이후 새학기, ‘낭만의 공간’ 캠퍼스조차 피해생존자에게는 트라우마가 재현되는 곳이 됐다. 부산외대는 2014년 남구 우암동에서 금정구 남산동으로 이전했는데, 새로 지은 광장 체육관 에스컬레이터 등이 피해학생에게 공포로 다가왔다. 피해 학생들은 체육관에 들어갈 수 없어 수업을 듣지 못하고, 지반이 내려앉을까봐 먼 길을 돌아서 이동했다. 또 계단이 두려워 난간을 붙잡고 간신히 올라가는 학생도 있었다.

부산외대는 사고 수습 초기부터 피해 학생 졸업까지 지속적인 심리 상담을 이어갔다. 김 교수가 동료 교수(장옥진·정성호)와 함께 2014년 5월부터 2018년 2월까지 피해 학생의 치료와 상담 자원봉사를 도맡았다. 세 교수가 4년 동안 총 358회에 달하는 상담을 진행했다.

주로 상담과 함께 학내 시설물을 활용해 지속노출 치료를 병행하는 식이었다. 환자가 트라우마를 느끼는 장소와 사물 등에 서서히 직면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처음에 체육관 앞 계단 한 칸부터 올라가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계단 한 칸, 두 칸 올라가는 것도 피해 학생에겐 수 개월 걸리는 일이었다”며 “물방울이 결국 바위를 뚫듯 사고 당시 체육관에 서 있던 자리까지 나아간 학생도 있었다. 상담자로 감정이 벅찼던 기억이다”고 말했다.

■꾸준한 상담과 일상회복의 시간

피해생존자에게 지난 10년은 꾸준한 상담과 일상회복의 노력으로 채워진 시간이다. 무너졌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일의 반복이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임 씨는 “지금도 사고 당시가 떠오르며 숨이 잘 안 쉬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구구단을 외우며 의식적으로 사고 순간을 과잉각성하고 있다는 걸 생각한다”며 “동시에 현재 나는 안전하다는 현실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노력한다. 10년 동안의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는 전문가의 도움은 물론 가족 연인 등 가까운 이들의 지지가 있어 가능했다. 하 씨는 “원래는 부정적인 편이었으나 사고 이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밝아졌다”며 “2년 동안 꾸준한 정신 상담과 함께 10년 동안 제 곁을 지켜준 여자친구의 도움이 컸다. 긍정적인 여자친구의 성격을 많이 닮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라우마 증상은 완치가 힘들다. 비슷한 사고 등 특정 계기가 생기면 언제든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김 교수는 “PTSD 진단받은 환자의 50% 이상이 10년 이후에도 만성화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피해를 잊지 않고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 결국 진정한 애도이자 회복을 위한 길”이라고 말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설문 조사
(2014년 6월 30일 시행)

소속

아시아대

유럽미주대

총신입생(명)

626

578

1204

설문참가(명)

486

458

944

고위험군
(명)

120
(24.7%)

78
(17%)

198
(21%)

 자료=부산외대 사고 참사 백서(2017년)


참사 희생자 명단 

강혜승

아랍어과

1학년

고혜륜

아랍어과

1학년

김정훈

미얀마어과

1학년

김진솔

태국어과

1학년

박주현

비지니스
일본어학부

1학년

박소희

미얀마어과

1학년

양성호

미얀마어과

4학년

윤체리

베트남어과

1학년

이성은

베트남어과

1학년

최정운

연극인·이벤트
회사 관계자

43세

 자료=부산외대 사고 참사 백서(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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