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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46> 철학과 철인 ; 철인정치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4-02-04 19:29:1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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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려면 철학이란 낱말의 유래부터 살필 필요가 있다. 1868년 메이지유신을 전후로 일본인들은 수천 권의 서양 서적을 번역하며 수천 개의 서양 단어를 번역했다. ‘일본어에서 온 우리말 어휘 5800’이란 책에 의하면 그렇다. 고대 그리스어 헬라어에서 유래한 ‘philosophy’는 지혜(sophy)를 좋아한다(philo)는 뜻이다. 직역하자면 호지(好知)나 애지(愛知)다. 하지만 필로소피를 번역한 니시 아마네(西周 1839~1897)는 희철학(希哲學)이라고 의역했다. 머리가 밝아지는(哲) 배움(學)을 바란다(希)는 뜻이다. 나중에 바랄 희(希)가 빠지고 철학이 되었다. 그 철학이란 단어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철학의 대명사 플라톤과 철인 정치의 사례 카가메.
철학이란 단어를 들으면 특별한 철학자들이나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밝아지는 배움인 철학(哲學)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 철학 서적을 많이 읽는다고, 철학 지식을 많이 안다고 철학자가 될 수 없다. 철학자란 낱말 뜻 그대로 밝아지는 배움으로 머릿속이 찬 사람이다. 머릿속이 어두우면 생각이 캄캄해진다. 몽매(蒙昧)해지니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다. 생각이 막히니 편협해지고 단편적이다. 파편적 지식만으로 비좁게 사고한다. 오로지(only) 그것밖에 모른다. 반면에 머릿속 어두움에서 벗어난 사람은 생각이 훤하고 환하다. 현명(賢明)해지니 어질고 사리에 밝다. 생각이 트이니 광활해지고 거시적이다. 입체적 지혜로 드넓게 사고한다. 전반적으로(over+all) 이리저리 잇고 엮기에 능하니 웬만한 거는 다 잘 한다.

그래서였을까?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은 정치도 철학자들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저술을 남긴 그는 이것저것 섭렵한 그야말로 철학자였다. 오죽하면 “철학은 플라톤이고 플라톤은 철학이다”, “서양철학은 플라톤의 각주다”란 말까지 나왔을까? 그만큼 철학의 대명사가 된 플라톤은 철학자(哲學者)가 정치하는 철인(哲人) 정치를 주장했다. 그의 스승 소크라테스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민주정 위정자들과 시민에 의한 다수결 투표로 사형선고를 받아 독배를 먹고 죽은 후다. 당시 대중의 인기에만 영합하는 포퓰리즘을 펼치는 민중선동가(demagogue)들이 설치며 합리적 이성보다 일시적 충동으로 민중을 어리석게 하는 중우정치(衆愚政治)로 아테네가 몰락하고 있을 때다. 만일 플라톤이 권력을 잡아 철인정치가 실현되었다면? 아테네는 다시 발전할 수 있었겠나?

그랬을 거 같지 않다. 아무리 똑똑한 철학자인 철인도, 돈 많은 부자도, 돈 잘 버는 사장도, 인간성 좋은 군자도, 지식이 많은 학자도, 말 잘하는 웅변가도 하기 어려운 게 정치다. 정치는 요물이다. 플라톤이 정치를 했다면 절대적 이데아 철학으로 무장된 그의 고집으로 더 큰 분란을 초래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 그렇게나 어려운 정치를 잘하는 정치인은? 르완다 대통령 카가메를 꼽아도 될까? 반대파를 탄압하기에 욕도 먹지만 카가메는 100만 명이 학살당한 투치족-후투족 간 악랄한 내전을 끝냈다. 놀라운 업적이다. 그 험한 아프리카에서 가장 여행하기 안전하며 쓰레기 없는 깨끗한 르완다로 만들었다. 그가 밝은(哲) 철학자인 철인이라면? 철인정치를 말한 플라톤의 말이 맞겠다. 올해 4선에 도전하는 카가메의 온전한 독재가 이어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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