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전세사기 징역15년…“자책말라” 판사 위로에 피해자들 울컥(종합)

부산 동부지원 박주영 부장판사, 180억 사기범에 법정 최고형

  •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  |   입력 : 2024-01-24 20:24:49
  •  |   본지 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檢 구형보다 2년 많은 큰 형량
- 탄원서 낸 청년 모두 호명하며
- 고통 어루만져 법정 눈물바다

법원이 부산에서 180억 원대 전세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검찰 구형보다 2년이 많으면서 법정 최고형인 징역 15년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강력한 엄벌 의지를 드러냈다.

이 사건을 담당한 부산지법 동부지원 박주영(56·사법연수원 28기·사진) 부장판사는 사회적 병폐가 된 전세사기로 기소된 피고인을 이같이 엄벌하면서 청년 피해자들에게 진심 담은 위로를 건네 법정이 울음바다가 됐다.

박 부장판사는 2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선고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2020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전역 원룸 건물 9채 세입자 229명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약 180억 원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당초 검찰이 기소한 피해금액은 166억 원이었으나 추가 피해가 확인돼 180억 원으로 늘어났다.

박 부장판사는 A 씨가 처음부터 불법성을 가지고 임대를 한 것은 아닌 점, 부동산 시장 변화, ‘바지 임대인’을 내세우거나 잠적하는 소위 ‘빌라왕’ 부류의 사건과는 다른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 하지만 동시에 임대인이라면 경기나 이자율 변동에 책임을 갖고 대비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 않은 점과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회복되지 않은 점, 사회에 미치는 해악 등을 고려해 중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 사건의 주된 책임은 자기 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임대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 부장판사는 이어 탄원서를 낸 피해자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며 피해 금액과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일부 탄원서는 전문을 읽기도 했으며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단호함이 담긴 목소리였다. 이어 박 부장판사가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뒤 피고인이 퇴장하면서 이날 선고 공판은 끝이 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박 부장판사는 자리에 남아 방청석을 향해 피해자들에게 잠깐의 시간을 내줄 것을 부탁했다.

“여러분의 희생이 의미 없이 사라지지 않게 하고 탄원대로 피해를 막는 초석을 세운다는 심정으로 판결문에 피해자들의 고통을 기록했습니다. 조심스럽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책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탐욕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하는 부조리한 사회 시스템이 여러분과 같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든 것이지 여러분이 결코 무언가 부족해서 피해를 본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제 돌아가셔도 되겠습니다.”

박 부장판사의 ‘당부의 말씀’이 끝나자 법정은 눈물 바다가 됐다. 일부 피해자들은 목례를 하면서 피고인을 엄벌하고 자신을 위로해준 박 부장판사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 연말 특수협박 혐의로 기소된 50대 노숙인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책과 10만 원이 든 봉투를 건넨 뒤 따끔하면서도 따뜻한 위로(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8면 보도)로 화제가 됐었다. 그는 평소에도 사회에 울림을 주는 판결문을 쓰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유명 방송 프로그램 출연하기도 했다. 저서 ‘어떤 양형의 이유’, ‘법정의 얼굴들’도 유명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0. 10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9. 9“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10. 10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한 아이의 내일을 바꾸는 '부산의 힘'
한부모 가장 장애자녀 셋 돌봄…낡고 좁은 집 ‘위태’
위기가정 긴급 지원
홀로 질병과 생활고 견디는 독거노인…수도까지 끊겨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