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60% 이상 해당 안돼

내년부터 빈집을 철거하면 세금 부담을 던다. 정부가 급증하는 빈집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방세법 시행령을 개정해 빈집 철거를 결정한 소유주에 재산세 완화 등 세부담을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서구 남부민초 인근의 빈집 추정 건물. 이원준 기자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 시행령에 따라 그동안 빈집을 철거한 뒤 소유자에게 부과하던 토지세 대신 주택세액(주택세에 준하는 세금)을 적용하는 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한다고 20일 밝혔다. 토지세가 주택세보다 비싸 빈집 철거를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처다. 또 주택세액의 단계적 증가율도 1년 기준으로 기존 30%에서 5% 인하하는 등 세부담을 최대 61.8%까지 낮추는 등 급증하는 빈집을 정비하기 위한 세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건축허가를 받은 빈집만 세제 혜택의 대상이 돼 정부의 이번 대책이 실효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부산지역 빈집 중 60% 이상이 무허가 건물이다. 원도심권 지자체가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해 빈집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서구는 지난해 기준 1218채(부산시 조사 375채), 영도구는 지난 1월 기준 1150채(부산시 조사 350채)에 달했다. 동구도 지난 9월 기준 빈집이 1232채(부산시 조사 408채)로 파악됐다.

부산시는 빈집 소유주의 자발적 철거를 유도하고자 1채당 최대 1400만 원의 철거 비용을 지원한다. 하지만 인건비와 폐기물 처리 비용 상승으로, 자부담이 늘면서 지원 신청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시 관계자는 “주민 안전과 치안 유지를 위해 빈집 철거의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다양한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제 현장에서 철거를 유도할 실질적인 수단은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빈집이 갈수록 늘면서 ‘빈집세’ 도입 여론(국제신문 지난 11월 7일 자 1면 보도)이 재점화한다. 한국지방세연구원 허원제 연구위원은 “세금 감면책과 자발적 철거 지원금 등 ‘당근’만으론, 전체의 다수를 차지하는 무허가 주택을 줄이는 데 한계가 분명히 있다”며 “세금 항목을 새로 만들기 보단 지역자원시설세 등 현행세목에 빈집 규제의 기능을 강화해 빈집의 부과세율을 높이는 현실적인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빈집이 일반 주택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 받는 것도 조세 형평의 논리에 어긋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