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김해시 화포천습지를 찾은 겨울진객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 개체수가 지난해보다 급증해 그 배경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김해시는 올해 람사르습지도시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한림면 화포천습지 일원에 400여 마리의 독수리가 월동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개체수는 지난해보다 100여 마리 늘어났다.

서식지인 몽골에서 온 독수리떼는 추위가 늦게 찾아오면서 예년보다 다소 늦은 이달 중순 화포천습지를 찾아왔다는 것.

독수리는 화포천습지 생태박물관 주위 상공을 날며 ‘하늘의 제왕’다운 위용을 뽐내고 있다.

한림면 퇴래뜰에 내려앉은 독수리들이 돼지 내장을 쪼아먹느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해시 제공

창공을 비행하다가 휴식을 취하기 위해 광활한 퇴래뜰에 사뿐이 내려앉는 모습은 흡사 검은색 항공기가 착륙하는 장면을 연상케 한다.

현재 김해는 500여 마리가 월동 중인 고성에 이어 경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월동한다.

김해에 월동 개체가 늘어난 것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다.

자연과사람들 곽승국 대표는 “올해 김해를 찾은 독수리가 늘어난 것은 강원도 철원, 고성군 등지에 아프리가 돼지열병(ASF) 발생으로 먹이 주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먹이를 공급하는 김해시가 올해부터 먹이의 질을 높인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추정된다.

시는 지난해에는 주당 두 번씩 소 비게 덩어리 400㎏을 공급했는데, 올해는 돼지 내장 400㎏을 공급하는 것으로 바꿨다.

내년 3월 말까지 먹이를 준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예산은 600만 원이었지만 올해는 1000만 원으로 66% 높아진다.

먹이는 축산물을 도축하는 김해의 부경양돈농협으로부터 시중보다 10% 저렴하게 공급받는다.

김해시가 제공하는 먹이가 도착하자 하늘을 맴돌던 독수리떼가 낙엽이 떨어지듯 들녘으로 내려앉고 있다. 김해시 제공

매주 화, 금요일 오전 10~12시 사이 트럭에 싣고 온 먹이를 주는 광경도 장관이다.

2~3마리가 창공에서 빙빙돌며 정찰비행을 하다가 먹이 공급이 시작되면 주변 야산에서 나타난 독수리떼가 들녘으로 내려앉아 큰 부리로 내장을 쪼아 전투하듯 삼킨다.

독수리는 살아있는 고기가 아닌 동물 사체를 먹는다.

시는 다음 달부터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아 일반인 대상 유료 먹이주기 체험행사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