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미모가 하도 뛰어나 왕이 아내를 빼앗고 자기를 죽일까 두려워 아내를 누이라 속인 사건! 성경에 세 번(창세기 12:10~20, 20:1~18, 26:6~11)이나 나온다. 첫 번째 누이 사칭 사건은 애굽에서 있었던 일이다. 애굽으로 쓰이는 애급(埃及)은 이집트(Egypt)를 뜻하는 아이굽투스(Aigyptos)를 음차한 명칭이다. 나중에 아브라함으로 개명된 아브람은 가나안에 기근이 들자 식솔들을 데리고 애굽으로 이주했다. 거기서 아브람은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 속였다. 아내는 애굽 왕의 궁전에 들어갔다. 왕은 처남(?)이 된 아브람에게 많은 가축을 선물했다. 나중에 들통이 났는데 하나님은 웬일인지 왕에게 벌을 내렸다. 겁에 질린 왕은 아브람에게 아내를 돌려보내며 왕의 재산까지 딸려 보냈다. 아브람은 거부가 되어 애굽에서 나와(出) 가나안으로 귀향했다. 성경에 기록된 첫 번째 출애굽(出埃及)이다.

아이굽투스=애굽에서 이집트 기독교인 콥트교 신자들 마을

첫 번째 출애굽 사건이 해피엔딩의 에피소드에 불과하다면 두 번째 출애굽은 극적인 탈출기이자 혹독한 대장정이다. 거리는 서울-부산 보다 조금 넘지만 들어가기까지 40년 넘게 걸렸다. 그동안 무슨 일이? 아브라함의 증손자 요셉(Joseph)은 애굽에 노예로 팔려 갔다. 총명했던 그는 애굽 총리까지 되며 출세했다. 이후 요셉의 아버지 야곱(Jacob) 족장을 따르는 무리가 애굽으로 이사 갔다.

그들의 출생률이나 출산율은 애굽 원주민의 그것을 능가했다. 세월이 흘러 200만 명이 넘도록 인구가 늘었다. 그들은 노예였지만 애굽 왕 입장에선 위협적이었다. 사내아이를 낳으면 죽이라는 왕명이 내려졌다. 이때 태어난 모세가 동족을 이끌고 애굽을 나오게 되었으니 성경 창세기 다음의 출애굽기에 기록되어 있다.

아브람과 모세의 출애굽 사건에서 보듯이 이스라엘과 이집트는 구약성경 초반부터 인연이 질기다. 신약성경의 초반부인 4대 복음서 중 마가복음을 쓴 마가(Mark)도 이집트와 인연이 깊다. 그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에 들지는 않았어도 이집트에서 전도했다. 결국 알렉산더 대왕이 세운 이집트의 신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불 속에 던져져 순교했다. 이후 이집트에 기독교 신앙이 들어섰다. 이집트 기독교인 콥트교다. 콥트(Copts)라는 말 역시 애굽의 어원인 아이굽투스에서 왔다. 그러니 아이굽투스=이집트=애굽=콥트다.

그렇게 콥트어, 즉 애굽어를 쓰는 콥트땅, 즉 애굽땅에서 콥트교가 퍼졌다. 그런데 600여 년 후 이슬람교가 들어오자 콥트어는 싹 사라지고 코란에 쓰인 아랍어가 퍼졌다. 그래도 콥트교 신앙은 사라지지 않았다. 현재 1억여 명 이집션이 사는 이집트에서 콥트교 신자는 100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끈질기다. 만일 이집트가 이란처럼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가 된다면 콥트교도들은 도저히 살 수 없을 것이다. 2015년 이집트 바로 옆 리비아에선 IS(Islam State)가 콥트교 신자 21명 인질의 목을 따서 죽인 끔찍한 일도 있었다. 이슬람 극단 강경파들은 자살 폭탄테러까지 불사한다. 존 레넌이 부른 ‘Imagine’ 가사에서처럼 신앙을 위해 내가 누굴 죽일 필요도 없고 내가 죽을 이유도 없는(Nothing kill or die for) 세상이 제발 오길 바란다. 아브람처럼 이집트에서 얻은 재물로 부자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상상하진 못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