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로 노후 주택에 균열과 누수가 발생했다며 주민과 시공사 간에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양측의 보상에 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애초 주택가가 상업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이격거리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부산 동구 수정동의 한 노후주택 담장. 무너진 담장 바로 앞에 시공사 측 담장과 건물이 있다. 조성우 기자

신축 주상복합 아파트 공사로 균열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노후주택의 바닥. 조성우 기자

1일 부산 동구에 따르면 수정동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가 한달 전인 지난달 30일 사용승인을 받았다. 지하 2층 지상 19층 규모의 이 아파트는 시공사인 A 사가 2021년 7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했으며 현재 분양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공사 이후 인근 노후 주택에 균열과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대는 준공된 지 60년이 넘은 노후주택이 대부분인 주택가다. 주민들은 공사 현장이 바로 옆에 붙어 있어 그 영향으로 주택에 균열과 누수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앞서 2021년 한 주민은 담장이 무너지고 주택 내벽에 금이 간다며 안전조치를 요구하는 등 당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인근 주민들과 A 사 간 협상 논의가 있었지만 보상 관련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현장 바로 옆 노후 주택에 살고 있는 30대 B 씨는 신축 공사 현장 때문에 심각한 손실이 발생했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B 씨 주택과 공사 현장의 이격거리는 불과 50㎝ 수준이다. B 씨는 공사 후 균열과 누수가 발생하고 바닥이 뜨는 등 집이 망가졌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국토부 건축분쟁전문 위원회가 열렸지만 시공사와 B 씨가 생각하는 보상액이 각각 수백만 원대와 1억 원 대로 이견이 커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B 씨는 “피해를 입증하고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거액의 비용이 필요하다”며 “금액이 너무 커 법적 대응도 못하고 속만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시공사는 그간 꾸준히 주택 보수와 보상 의사를 밝혔지만 B 씨 등이 비현실적인 금액을 요구한다는 주장이다. 현장소장은 “공사 전 균열 진행을 확인하기 위해 사진을 찍고 기록하는 계측 관리를 요청했는데, B 씨 측이 협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공사에 따르면 보상 협상은 노후 주택 3곳과 진행했고, 금액에 관한 이견이 커 현재는 한 곳만 보상이 진행됐다.

이에 대해 동구는 민사상 문제로, 구가 해결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구가 여러 차례 중재에 나섰고, 최근 건축분쟁전문위까지 열렸지만 협상이 불발돼 개입할 부분이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분쟁 원인이 이곳 주택가가 일반상업지역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반상업지는 신축 건물과 기존 건물이 50㎝ 이상의 거리만 두면 돼 최소한의 거리가 보장되지 않는다. 반면 주거지는 인접 대지경계선으로부터 최소 1.5ｍ 이상 떨어져야 한다.

부산대 박창배(건축학과) 교수는 “주거지역이 상업지역으로 바뀌면 용적률 등이 올라가 ‘종상향’이라 한다”며 “이처럼 장점도 있지만 이곳을 개발할 경제적 여유가 없어 머무는 주민은 이격거리가 너무 좁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