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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부산 온천천 실종여성, 닫힌 '차단 설비' 보고 돌아섰다

폭우에 물 불어나고 유속 빨라져

온천천 실종 50대女 이틀째 수색

차단막에 막혀 못 나와 안타까움

대피방송 제대로 못 들었을 수도

두 달전 학장천서도 급류 휩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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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 도심하천 온천천이 짧은 시간 내린 폭우로 순식간에 물이 불어나면서 시민이 휩쓸려 실종(국제신문 21일 자 8면 보도), 이틀째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 7월 학장천에서 강물에 시민이 쓸려 실종된 사고 이후 두 번째다. 지역의 주요 보행로이자 산책로인 온천천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해 상당수 시민이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실종자는 하천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된 진입 자동 차단 시설 탓에 오히려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6시 사고 당시 부산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모습. 많은 시민이 우려 섞인 시선으로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독자 제공

21일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5시48분 부산도시철도 1호선 온천장역 아래 온천천에 여성이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교각을 붙잡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소방은 약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구조 준비를 했으나, 그 사이 힘이 빠진 여성은 오후 6시1분 교각을 놓쳐 떠내려가고 말았다. 소방은 이날 온천장역~수영강 바다 합류 부분 5.3㎞ 구간에 100여 명을 투입했다. 실종자 A 씨는 50대 여성으로, 금정구 부곡동 주민이다.

소방은 당시 유속이 빨랐고 구조 지점으로 진입하는 출구가 멀어 준비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하천이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어 강 상류에서 구조대를 투입해 물 흐름을 타고 접근해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진입로가 현장에서 170m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금정소방서 권호준 현장대응팀장은 “진입로를 찾아 들어가기엔 시간이 오래 걸려 현장 근처에서 작업하기로 하고 기둥에 로프로 몸을 묶는 중에 실종자가 손을 놓쳤다”며 “당시 온천천의 유속이 엄청나게 빨라 구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실종자는 온천천에 설치된 진입로 자동 차단 시설(132개) 탓에 오히려 현장을 빠져나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해당 설비는 하천 범람 피해를 막기 위해 설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이날 오후 2시48분 부곡동 자신의 집에서 나섰다. 이후 동래구 명륜동으로 향해 볼일을 끝내고 도시철도 1호선 명륜역 아래 온천천으로 진입해 다시 온천장역으로 향했다. CCTV에는 A 씨가 이날 오후 5시40분 온천장역 인근인 37번 진입로로 빠져나오려 한 모습이 포착됐다.

21일 동래구 안락교 근방 온천천 일대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보트를 동원해 전날 불어난 물에 의해 온천장역 인근에서 실종된 여성을 찾는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원준 기자windstorm@kookje.co.kr

그러나 해당 진입로는 이날 오후 5시29분 이미 금정구에 의해 차단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A 씨는 온천천으로 돌아가야 했다. 차단 시설에는 문을 열 수 있는 비상버튼이 있었지만, A 씨는 이를 알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치마를 입는 등 복장의 불편 때문에 차단 시설을 넘어가려는 생각도 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천천은 통합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단 점이 사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온천천은 금정구와 동래구, 연제구에 걸쳐 있다. 하천 관리 또한 3개 지자체가 각자 관할에 따라 수행한다. 금정구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안내방송을 통해 진입로 차단 사실을 전파했다. 반면 동래구는 이날 오후 5시45분부터 이 같은 방송을 내보냈다. A 씨 행적의 시간대와 맞춰보면, 제대로 된 안내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퇴근 시간대 사고가 나면서 현장을 목격한 시민 상당수가 충격을 받았다. 목격자 A(여·62) 씨는 “실종 여성은 반팔 차림으로 물에 빠져 추위에 오들오들 떨었다. 주변에 잡을 만한 것이 없어서인지 온천장역 교각에 몸을 바짝 붙여 버티고 있었는데, 가슴팍까지 물에 잠긴 상태였다. 한 차례 교각을 놓쳐 물에 빠졌다가 또다른 교각을 붙잡고선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며 “지금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꼭 구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당시 온천천은 강우 영향으로 한순간에 차 올랐다.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20분 온천천 수위는 0.49m로 평소 수준이었다. 그러다 오후 5시40분 0.87m, 오후 6시15분 2.13m로 급격히 상승했다. 온천천 중에서도 온천장역 인근은 지형이 평평해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면 빠른 시간에 물이 불어난다. 사고 발생 무렵 금정구는 시간당 35㎜의 비가 내렸다.

온천천은 시민의 일상 보행로라 실제보다 위험성을 낮게 여길 수 있어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동의대 임동현(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보행로로 자주 다니는 길이다 보니 위험도를 낮게 생각하는 ‘인지 편향’이 일어날 수 있다. 안전 문화 교육을 통해 이런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는 재난관리기금 1억9000만 원을 들여 온천천 학장천 삼락천 등 주요 하천에 비상대피용 수직사다리 등 긴급 비상대피시설을 설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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