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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30> 오만과 예멘 ; 왕국과 공화국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9-11 19:17:1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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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여권 파워는 일본 싱가포르와 함께 1, 2위를 다툰다. 190여개국을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다.
오만과 달리 싸움 중인 예멘 땅을 다스렸던 시바의 여왕.
오만도 비자 없이 대한민국 여권만 있으면 얼마든지 들어갈 수 있다. 그렇게 아부다비에서 자동차 빌려 타고 오만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오만은 평화로운 나라였다. 동그란 오만 모자를 쓴 오만 남자들은 잘생긴 미남들이 많았다. 그들은 내게 오만 커피를 건네는 등 친절하며 온화했다. 어딜가나 왕들의 사진이 걸려 있는 아랍에미리트에서처럼 오만에서도 왕의 사진이 어딜가나 걸려 있었다. 오만(Sultante of Oman)은 왕국이다.

그런데 오만 바로 옆에 있는 예멘은 들어갈 수 없었다. 여행금지 국가다. 예멘(Republic of Yemen)은 공화국이다. 1962년 예멘아랍공화국이 설립되면서부터다. 1967년 남예멘공화국이 떨어져 나가며 북예멘과 남예멘으로 분할되었다. 이때부터 무력 분쟁이 본격 시작되었다. 1990년 통일이 되었으나 더 혼란스러워져 치열한 내전에 들어갔다. 1994년 재통일되었으나 아직도 정부군과 반군 사이 내전이 극심하다. 해결의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해결될 기미가 희미하다. 전통적 부족들 간 분쟁과 이슬람 종파 간 분쟁에 공산주의 이념까지 들어와 더욱 어지러워졌다.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들어왔다. 이슬람 극단 세력인 알카에다와 IS도 들어왔다. 온갖 싸움의 불씨들이 이리저리 어지럽게 휘날리는 곳이다. 콜레라 등 치명적 전염병마저 들어왔다. 그 곳에선 얼마나 잘 먹고 잘사느냐 경제문제보다 죽느냐 사느냐 생명문제가 닥친 현실이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지옥 같은 곳을 딱 하나 꼽으라면 예멘이다.

오만왕국은 평화로운데, 바로 옆 예멘공화국은 비참한 전쟁터다. 왕국과 공화국의 차이일까? 아랍연맹에 가입한 아랍 22개국에서 왕국은 오만 말고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모로코 요르단이 있다. 공화국은 예멘 말고도 이라크 이집트 알제리 튀니지 리비아 시리아 레바논 모리타니 소말리아 수단 지부티 코모로 팔레스타인이 있다. 이렇게 왕국과 공화국을 단순 대비하니 숨어있던 차이가 드러난다. 8개 왕국은 여행하기에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14개 공화국은 위험한 나라들이 더 많다. 그중 예멘 이라크 시리아 소말리아 리비아 수단은 여행금지 국가다. 왜 8개 왕국들은 치안이 좋은데, 14개 공화국들은 그렇지 않을까? 왕국과 공화국이라는 서로 다른 정치체제 때문에? 공화국과 맞지 않는 특유의 아랍문화 때문에? 국가들마다의 사정 때문에? 곰곰이 따지며 가만히 생각할 연구 문제다.

예멘공화국은 안정된 공화국으로 가는 과도기에 놓인 걸까? 아니면 영민하며 강력한 왕이 등장하여 다시 왕국이 되어야 안정된 국가가 되는 걸까? 예멘공화국 땅에 사바왕국이 있었다. 3000여 년 전 시바의 여왕이 있을 때다. 실비 바르탕은 시바의 여왕(La Reine de Saba)이란 샹송에서 이렇게 불렀다. “돌아와 그대의 왕국을 다시 세워주세요.” 정말로 시바의 여왕이라도 나타나 예멘을 평화롭게 재건하면 좋겠다. 처절하게 고통받고 있는 예멘 국민이 시바의 여왕을 간절히 부르는 것 같다. 다시 오소서! 예멘 땅을 다스렸던 시바의 여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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