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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군수로 공룡성지 일군 교수님, 이젠 생명환경농업 개척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32> ‘숲속농장’ 이학렬 대표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8-08 19:05:4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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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 생활 20년 뒤 군수로 12년
- 공룡엑스포 열고 박물관 지었죠

- 제 꿈은 화학농약 안 쓰는 농업
- 교수가 뭘 아냐는 주변 비아냥에
- 미생물 활용한 농법 연구 매진
- 높은 생산성 성과로 선입견 타파

- 정부 생명산업부 같은 부처 필요
- 농약살포형 농업 카르텔도 깨야


◇ 이학렬의 인생Tip

- 보람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찾아 뛰어라. 그곳에 행복이 있다
이학렬 숲속농장 대표가 산란계 농장에서 닭에게 모이를 주고 있다. 이 농장은 그가 고성군수 재직 시 개발한 생명환경농업 방식으로 운영, 닭의 배설물까지 자연히 분해되어 사라지고 축사 냄새가 없다.
인생이모작은 평범한 사람만의 과제가 아니다. 생로병사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때 드는 의문 하나. 높은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인생후반기를 어떻게 경영할까? 그들이 가졌던 사회적 영향력은 여전할까? 그들의 통찰력은 지금 어떠할까? 궁금증을 해결해 줄 분을 찾던 중 방문한 곳은 경남 고성군의 대강당. 열띤 강연을 막 마치고 나오는 분을 만났다.



-무엇을 강연하셨나요?

▶방금 고성군민을 대상으로 생명산업에 대해 강연을 했습니다. 저는 경남 고성군에서 군수로 재직했었고 지금은 ‘숲속농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독자들은 알아챘을 것이다. 맞다. ‘공룡군수’로 불리는 이학렬 전 고성군수다. 그는 젊은 시절 20년을 대학교수로 지내다가 51세인 2002년부터 12년을 군수로 봉직했던 분이다. 한여름 폭염 속에 그의 숲속농장을 방문했다.



-이 농장은 일반 농장과는 다르군요.

이학렬 대표가 2009년 고성군수로 재직 시 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개최하면서 개회사를 하는 모습.
▶네, 방목형이죠. 보통 동물복지형 양계장만 해도 30여 마리가 3.3㎡(1평) 철창 속에서 빽빽하게 사육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큰 대형 축사를 만들어 닭이 자유롭도록 했어요. 살아 숨 쉬는 흙 위에서 자란 닭이 낳은 계란을 판매합니다. 지극히 생태지향적인 산란계 농장입니다.

-시작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여기 3만 평의 땅에 터 작업을 시작한 지는 4년 정도 되었습니다. 2년 전부터 2000여 마리 닭을 돌보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군수님을 고성공룡세계엑스포를 추진하신 분으로 기억할 것인데, 현재 하시는 일은 좀 뜻밖인데요?

▶하하, 그런가요? 제가 2002년에 군수가 된 후 고성군 전역에 있는 5000여 점의 공룡 발자국 화석에 착안하여 엑스포를 만들었죠. 공룡박물관도 건립했고요. 지금 공룡박물관은 2004년 개장 이후 연간 30만~40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누적 관람객 600만 명에 달했습니다. 성공했죠. 그런데 저의 진심이었던 사업은 실상 생명환경농업이었습니다.

-생명환경농업이 어떤 것인가요?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농업을 말합니다. 우리 농업은 합성농약 화학비료 제초제에 절대 의존한 농업입니다. 60년 세월이죠. 그러니 현재 자연생태계가 병들었고 밥상이 건강하지 못한 겁니다. 우리나라에 농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 3500명에 달합니다. 논은 생태계의 최고의 보고인데 이곳이 농약으로 신음하니 국민의 생명도 끝장나는 거죠.

-친환경농업과 다른 건가요?

▶지금의 친환경농업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생명환경농업입니다. 친환경농업은 일반 농약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싼, 이른바 친환경농약을 사용하는데 실제 생산율은 더 낮습니다. 고비용 저효율이죠. 그러나 생명환경농법은 화학농약을 일절 사용하지 않습니다. 농민들이 자연에서 채취한 미생물이나 농·축·임업의 부산물을 재활용하여 천연농약으로 만들어 농사를 짓습니다. 생산비가 농약농업의 60%밖에 안 듭니다. 그러나 생산율은 더 높지요.

-그럼 군수 재직 시부터 생명환경농업을 추진하셨다는 건가요?

▶저의 1호 사업이었어요. 공룡엑스포는 고성군을 위한 것이었지만, 생명환경농업은 나라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경영하는 이 숲속농장도 생명환경축산의 과학적 기초위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숲속농장’을 방문했을 때 닭이 눈에 띄게 아주 건강했으며 축사 바닥에 닭똥을 볼 수 없었다. 축사 특유의 좋지 않은 냄새도 없었다. 그의 설명을 들으니 그 이유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당초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셨나요?

▶군수가 된 후 저는 고성군의 인지도를 높이는 일을 찾았습니다. 그래서 만든 것이 공룡엑스포입니다. 그런데 군민들과 소통을 강화하던 중 듣게 된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제가 교수 출신이라 농사를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뼈아픈 질책이었어요. 그래서 농사 공부에 파고들었습니다. 그리고선 찾은 것이 생명환경농업입니다. 문명이 자연과 계속 멀어질 때 결국 국민이 찾게 되는 것을 만들자고 결심했죠. 그러던 중 충북 괴산에 있는 ‘자연농업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30여 명의 농민들과 함께 방문하여 6일간 교육을 받았죠. 바로 이거다 싶더군요. 조한규 소장은 탁월한 분이었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생명환경농업을 체계화하였지요.

-어느 정도 규모로 하셨나요? 어려움은 없었나요?

▶고성군 전체 논 면적 7000㏊의 2%인 163㏊를 대상으로 시행했지요. 300여 농가 16개 단지였습니다. 소문을 좀 일으켰죠. 마침 녹색성장을 부르짖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2009년 8월에 방문하시고 농림부장관도 3번이나 방문했죠. 하지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른바 화학농약 카르텔이 너무 심했어요.



모든 혁신에는 저항이 따른다. 새로운 것에 대한 심리적 저항도 있고 신기술의 불확실성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대중들은 앞으로 있을 수 있는 이득보다 당장 발생하는 손해에 더 민감하다. 그에게는 어떤 저항이 있었을까?



-농약농업에도 카르텔이 있나 봐요?

▶우리 사회에는 농업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농약을 써야 농사가 잘된다, 축사의 냄새는 극심하다, 친환경농업은 고비용 저생산일 수밖에 없다 등과 같은 것이죠. 인도의 ‘성스러운 소’와 같았습니다. 농업에 대한 그 선입견을 깨어 부수어야 했어요. 저는 성과로 답을 했죠. 예를 들어 미생물을 활용한 천연농약 천연비료를 제조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점파식 육묘법이라는 신육묘법을 사용했죠. 그랬더니 대개 이삭 한 줄기당 벼 낟알 수가 100개 정도 열리는데, 저의 방식은 150개가 열리더군요. 성스러운 소를 죽이는 데 성공했죠.

-농업의 신경지가 열렸었군요. 그런데도 저항이 있었다는 거죠?

▶또 다른 성스러운 소가 있었어요. 농업은 경쟁력 없는 직종이다, 젊은이에게 희망적이지 않다는 편견입니다. 이 편견을 부숴야 합니다. 농업과 같이 자연생명과 연관된 산업이야말로 인류의 최고 미래산업이예요. 우리는 그동안 농약과 공장 매연으로 생명들을 너무 괴롭혀 왔습니다. 2016년 발생한 조류 인플루엔자는 항생제를 쓴 공장형 축사에서 비롯되었다고 하죠. 코로나19를 생각해 보세요. 앞으로도 ‘듣보잡’의 전염병이 창궐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미생물 유전자 종자 곤충 식물 동물 물 등 생명산업에 진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 일은 일개 군수의 역량을 넘어서는 일이더군요. 심지어 농약살포형 농업의 카르텔은 농약회사뿐만 아니라 농업학자들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정부에서 생명산업부를 설치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미생물은 520만 종으로 추산되는데 그중 2% 만을 활용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들을 사실상 농약으로 죽여버리는 농수산업을 진행해 왔지요. 야만적입니다. 그러니까 전염병과 기후변화로 당하는 겁니다. 우리가 정보통신부를 설치하여 IT강국이 되듯이 이제 생명산업부를 설치한다면 생명산업의 최강국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산업은 반도체 디지털 등 4차산업이 앗아간 일자리도 되찾을 수 있죠. 생물 미생물이나 한방 영양제뿐만 아니라 생의학이나 생명농어업에도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미개척 분야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를 5차산업이라고 부릅니다. 5차산업 혁명을 일으키고 싶습니다.



이학렬은 매일 새벽을 알리는 닭들의 소리에 잠이 깬다. 그는 현직에서 제안했던 일을 이제 직접 하고 있다. 70이 넘어도 진행형이다. 여전히 청춘이다. 니체는 말했다. “등산의 최고 기쁨은 정상에 올랐을 때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산을 오를 때 있다.” 그리고 또 말했다. “나의 사랑과 희망으로 너에게 간청하노니, 너의 영혼에 깃들어 있는 영웅을 절대 버리지 말라! 너의 가장 높은 희망을 거룩하게 여겨 앞으로 나아가라!” 건강한 닭들의 홰치는 소리는 그의 영혼을 울리는 소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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