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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 동화책 세상으로 이끌고 싶어…교단 떠나 작가로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31> ‘동화작가’ 한세경

  • 고영삼 동명대 교수
  •  |   입력 : 2023-07-25 18:37:47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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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년간 초등교사로 재직 뒤 명퇴
- 수업대회 1등, 영재교육 도입 참여
- 현직 때 뛰어난 선생님으로 명성

- ‘문제아 뒤엔 문제부모’ 인지하고
- 대안으로 글쓰기 문화 확산 고민
- 5년간 준비 끝에 동화카페 창업
- 학부모 독서·창작프로그램 마련

- 1인 출판사 차려 책 5권도 출간
- “모니터 안 보일 때까지 글 쓸 것”


◇ 한세경의 인생Tip

- 안주하지 말라. 하나의 꿈을 이루면 또 다른 꿈을 향해 나아가라


한세경 작가가 동화카페 ‘이야기정원’에서 자신이 출간한 대표 동화집 ‘중고 엄마, 제발 좀 사가세요’, ‘작전명, 쪼꼬미 리턴즈’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
교사는 조기퇴직을 많이 하는 직업군이다. 어렵사리 임용된 학교 선생님 자리를 던져버리는 이가 너무 많다. 대학 졸업 후에도 임용고시 공부를 위해 얼마나 노력한 자리인가. 문제는 퇴직 후 과연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학교 밖은 그보다 더 정글인데. 교사 출신의 성공적인 직업전환은 가능할까? 이번에는 책방 카페를 열고 동화작가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이가 있다 하여 방문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이야기정원’이라 불리는 동화카페입니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토곡사거리에 청담한정식이란 한정식집이 있습니다. 그 옆의 한 골목에 있습니다.



그녀의 안내를 받고 들어선 카페는 건물부터 한편의 동화나라였다. 작은 골목을 들어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자 다른 세계가 열리는 느낌이었다. 흰색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1층에는 또 흰색 톤의 책방카페, 2층에는 동화와 글쓰기 학습공간이 있었다. 동화같이 아름답고 순결한 분위기의 카페였다.



-이쁜 소품도 참 많군요.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요?

▶동화를 읽고 쓰는 카페입니다. 또한 참여하시는 분들이 경험과 꿈을 나누는 곳입니다. 인간은 일종의 이야기 나무입니다. 나무가 모이면 이야기 정원이 되죠. 소통과 공감의 정원, 치유와 성장이 일어나는 정원입니다.

-인생일모작 때 교사로 활동하셨던 것으로 압니다.

▶저는 31년을 부산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봉직했습니다. 2019년 명퇴를 하였으니 지금 햇수로는 4년째가 되었군요.

-재직하실 때 자랑스러웠던 것도 많았었지요?

▶네, 어린아이들에게 세상에 대한 꿈을 키우는 일은 그 자체가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재직 중 부지런한 편에 속했습니다. 인성실천 사례 전국 1등급을 받았고, 수업대회 1등급도 받아 후배 교사들에게 교수법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또한 영재교육 도입에 참여한 것도 자랑스럽습니다. 부산시교육청 주관으로 2001년에 미국 버지니아대학 영재교육 연수를 다녀와서 창작 분야의 부산형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추진하였죠. 얼마 전 어떤 모임에서 현직에 있는 후배들이 저를 ‘창작 영재교육의 전설’이라 하더군요(웃음).

-그런데 교사를 그만두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동화 때문이었죠. 제게 교직은 최고의 천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교감 승진을 목전에 두고 퇴직했습니다. 동화를 쓰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학교에 계속 있다가는 더 이상 동화 쓰는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겠다는 위기감이 오더군요. 또한 학부모들이 동화책을 읽고 쓰는 문화를 확산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교직에서 오랫동안 확인한 것은 ‘문제아 뒤엔 문제 부모 있다’였죠. 어른들이 동화를 함께한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활동은 어쩌면 천직으로서 교사 활동의 연장선일 수도 있겠군요. 교직에 계실 때도 동화쓰기를 하셨나요?

▶교직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그만큼 꾸준히 몰두한 것이 동화쓰기였습니다. 늘 동화 글감을 모으고 글을 썼죠. 그러다 2003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어요. 드디어 작가가 되었죠. 오랜 소원을 달성한 거죠. 그 후에도 계속 매진하여 3권을 정식 출판했죠.

-이 카페는 퇴직 후 만든 거죠?

한세경 작가가 직접 집필한 동화책들. 전국의 아이들에게 엄청난 상상력과 꿈을 심어 주고 있다.
▶저의 경우 퇴직 5년 전 이 동화카페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저로서는 인생이모작의 시작이었죠. ‘동화작가 한세경’의 정체성을 어떻게 굳힐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 끝에 구체화하였죠. 가장 먼저 퇴근 후 바리스타 자격증을 공부했어요. 핸드드립 라떼아트 음료제조 제빵 등도 차근차근 배웠습니다. 또한 당근마켓을 통해 엔틱 중고품도 구입했죠. 틈틈이 다녔던 여행지에서 예쁜 소품들도 하나둘 사 모았습니다. 그리고 어디에 카페를 개설할 것인지 많이 탐색했죠. 

-여유 있게 준비하신 거군요. 그래도 어려움이 많았지요?

▶실로 하나둘 아니었죠. 이 자리의 집을 구입하고 허무는 과정, 동화카페에 어울리는 4층짜리 집의 설계와 시공, 그리고 수많은 행정 처리. 이 모든 일이 하나같이 고난도였습니다.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학교 업무는 아무리 많아도 익숙했기에 피곤만 관리하면 되었죠. 그러나 집 짓는 일은 늘 중압감에 짓눌리는 일이었습니다, 2022년 3월 오픈을 앞두고 어지럼증이 극심했죠. 그 때문에 결국 한 달 뒤 오픈했습니다만 병원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뇌압이 높아졌다고, 모든 걸 내려놓으라 하더군요. 그러나 포기할 수 없었어요. KOICA(한국국제협력단)에서 활동하는 저의 딸이 ‘엄마는 나의 롤 모델’이라면서 응원했거든요. ‘다시 부딪쳐 보자’고 주먹을 쥐고 일어났죠.



교사들에게 인생이모작은 쉽지 않다. 생소한 길이고 교사 직업의 논리와 다른 상황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때일수록 강한 신념과 함께 주변의 지지가 중요하다. 한 작가에게 가족의 정서적 지지는 최고의 에너지가 되었던 듯하다.

-해를 넘겨 카페를 건축하셨는데 이 기간에도 동화작가로 활동하신 건가요?

▶당연하죠. 동화는 저의 가장 단단한 정체성이니까요. 퇴직 후 본격적으로 동화쓰기에 착수했죠. 그래서 나온 책이 2020년에 ‘중고 엄마, 제발 좀 사가세요’, ‘작전명, 쪼꼬미 리턴즈’인데, 4쇄까지 나갔습니다. 2021년에는 ‘부산이 품은 설화’를 공저로도 냈지만, ‘수영성 열리지 않는 화장실’(2021년), ‘명탐정 블랙맨을 잡아라’(2022년)는 중소출판콘텐츠제작지원사업과 2022 부산문화재단 우수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죠.

-지금 카페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하시나요?

▶동화 쓰기 학습모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서 모임도 여럿 있고요. 또한 연제구청 평생학습 프로그램인 ‘톡톡 플레이스’로 지정되어 ‘똑똑한 한 달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카페에 있다 보면 삶에 피멍 든 사람들이 찾아와 하소연을 많이 하세요. 저의 교직 경험을 기반으로 상담을 하다가 최근 타로 자격증을 땄습니다. 더 전문적으로 되었어요. 그 외 과정초 학부모회 연수와 거학초, 두레학교의 독서동아리활동도 실시하였습니다. 곧 부산교육연수원의 특수분야 직무연수 기관 격으로 동화쓰기 강좌도 개설할 예정입니다.

-1인 출판사도 시작하셨다고요?

▶대형출판사의 공모전은 참신하고 기발한 발상을 강조합니다. 그런 동화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빠져드는 건 당연합니다. 한 번 뜨면 수익성이 높지요. 하지만 교사 재직시절 제가 느낀 것은 결핍이 있는 아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것은 일상의 이야기이더군요. 평범하지만 가슴 밑바닥이 데워지고 용기를 주는 이야기를 길어 올리고 싶었어요. 동화를 읽고 쓰는 부모문화 확산을 위해서도 순환이 빠른 1인 출판사가 좋더군요. 그래서 설립한 스토리-i에서 책 5권을 출간했습니다.

-요즘 교사들의 조기퇴직이 많은데 후배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가요? 앞으로의 꿈은요?

▶이런저런 마음 아픈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전념하기 힘든 안타까운 현실이지요. 그렇게 일상을 견디다 어느 날 “이젠 쉬고 싶다”며 명예퇴직을 결심합니다. 인생전환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준비하고 퇴직하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큰 목표와 단계별 목표를 설정하시어 준비되었을 때 나오셔야 퇴직 후, 우울감에 빠지지 않습니다. 저는 컴퓨터 모니터를 볼 수 없을 때까지 동화를 쓴다는 열망을 차근차근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동화를 읽고 올곧게 자란 아이들이 앞으로 만들어 갈 아름다운 세상을 꿈꿉니다.



책방카페 이야기정원에는 순수하고 이쁜 소품들이 많다. 한세경이 오랫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며 모은 녀석들이다. 그들이 한세경 작가의 독자들에게 말한다.

“목표를 설정하세요. 목표를 설정할 때 마술은 시작되어요. 그 순간 스위치가 켜지고 물이 흐르기 시작하고 성취하려는 힘이 현실화됩니다. 그리고 오세요. 이야기정원에서 이를 이야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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