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숨지거나 중증 질환에 걸린 학생의 부모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첫 집단 배상 소송의 재판이 13일 시작됐다. 이날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에 인과성이 입증돼야 피해가 성립하며 백신 부작용의 사전 고지 의무가 없다는 정부와 교육 당국의 입장이 잇따라 제기되자 학부모들은 “정부와 학교 말만 믿고 접종한 아이들은 누가 책임지냐”고 울분을 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날 오전 백신 접종 이후 숨진 공호준(당시 중학교 2년)군과 중증 질환을 겪는 박정현(당시 고등학교 3년·악성림프종 혈액암) 군 등 학생 6명의 부모가 대한민국과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 유은혜 전 교육부 장관, 각 지역 교육감 및 학교장 등 1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 학생 학부모의 국가배상 집단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린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정 앞에서 백신 접종 이후 숨진 공호준 군의 어머니(오른쪽 마지막)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서있다. 이승륜 기자

●소 제기 1년 만에 열린 재판…“역시나 정부 교육 당국은 인과성 타령만”

앞서 학부모 측 변호인은 정부와 교육 당국, 학교가 백신 접종의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제해 사망 또는 의식불명 등의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7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재판이 계속 연기되다가 1년이 지나서야 이날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학부모들은 소장을 통해 “고등학생이거나 중학생이었던 자녀들이 사실상 학교 측의 강제로 백신을 맞았다”고 주장했다. 2021년 7월 대다수 학교가 수능 일정에 따라 고3 백신 접종을 마치라는 교육부 지침을 받았고, 이에 따라 해당 학교 학생들은 백신을 단체 접종했다. 고3 학생 1차 접종 뒤 교육부는 실시간으로 학생들의 접종 뒤 이상반응을 모니터링한 보고를 받았고, 질병청도 학생들에 대한 이상반응 감시 현황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이후 고3 이상반응자가 잇따라 나왔고 교육부가 각지 교육청으로부터 수천 건의 이상반응 보고를 받은 것으로 학부모들은 파악했다. 질병청이 2021년 공개한 1차, 2차 보고서를 보면 접종 이후 혈소판감소증과 급성마비, 심근염, 심낭염 등의 중증을 호소하는 고3 학생은 각각 30건, 94건이었다. 당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의 위험성이 제기됐는데, 그런데도 질병청과 교육부는 12~17세 (초등학교 6학년~고등학교 2학년)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을 강행했다고 한다.

이후 공호준 학생은 2021년 12월 1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뒤인 2022년 2월 28일 수면 중 숨졌다. 같은 해 8월 9일 화이자 백신을 2차 접종한 권우진 학생은 현재까지 병원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투병 중이다. 박정현 학생은 가슴 종양 수술 뒤 악성림프종 혈액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이승주 학생과 이*서 학생은 장기괴사 뒤 악성 림프종 혈액암으로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윤*원 학생은 학교에서 백신 1차 접종 뒤 실신했는데도 관련 부작용에 대한 설명을 듣지 못했고, 2차 접종을 하고 사지마비를 비롯한 수십 가지 이상 증상이 생겨서 치료받고 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이런 피해가 학교와 교육 당국이 학생과 부모에게 부작용 발생 현황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백신 접종 선택권을 제한하고 관련 동의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아 생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교육 당국이 일부 부작용을 은폐하려고 했다는 내용도 소장에 담겼다. 재판에 참여한 학부모는 “교육부가 각 교육청으로부터 보고 받은 사실을 부인하다가 이상반응 모니터링 결과를 삭제했다. 교육 당국이 이 같은 불법행위에 고의로 가담해 무고한 아이들이 백신의 임상 실험 대상이 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게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대한민국 정부와 교육 당국 측 변호인들은 한결같이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이 입증되지 않아 재판의 요건인 피해가 없으며, 절차에 따라 학내 접종을 시행했으므로 국가 배상 책임 요건인 고의에 의한 중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 측 변호인은 “강제가 아니라 학생 학부모의 자율 의사에 따라 접종이 이뤄졌다” “학교장까지 이 소송의 피고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장을 제시해 재판장에 있던 학부모의 공분을 샀다. 의료 기관이 아닌 학교가 백신 부작용을 구체적으로 알릴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 상부 기관의 내용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하달한 것뿐이라는 이야기인데, 이와 관련해 부모들은 “학교 측이 관련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려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코로나19 백신 피해 학생 학부모의 국가배상 집단 소송 첫 변론기일이 열린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백신 접종 피해 학부모들이 정부와 교육 당국을 규탄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승륜 기자

●학부모들 “핵심은 ‘알고도 모른 체 한 죄’”…“부적법하게 받은 동의” 입증 예고

이에 원고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 “정부 당국과 학교 측이 피고 측에 백신 접종 부작용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으며, 관련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피해가 발생했다는 게 원고 측 재판 청구의 취지”라고 재차 강조한 뒤 다음 재판 때 이 부분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도록 구두 변론할 기회를 30분간 달라고 요청했다. 피고 측이 주장하는 대로 백신 접종과 이상 반응 간 인과성 인정 여부 등의 의학적 판단이 재판의 쟁점이 아니라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제도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 미고지라는 절차적 잘못이 있었고, 그 결과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생겼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였고, 다음 재판 날짜를 오는 10월 12일로 잡았다.

재판장을 나서면서 학부모들은 울분을 참지 못하고 원고 측을 향해 “그렇게 피해자를 내고도 책임이 없다는 것이냐” “정부와 학교를 믿고 백신 맞고 사라진 아이들은 어찌하냐”고 성토해 법정 경위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원고의 변호를 맡은 유승수 변호사는 “예상대로 정책 결정 책임자들은 학교에 정상적인 지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며 “누가 됐든 백신 접종을 결정하는 라인에 있는 책임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저희 입장이다. 문제가 생겼는데, 학교도 정부도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이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변호사는 이어 “정부 측이 말하는 인과성 입증 부분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며 “국가 주도로 시행한 사업에서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주의 의무인 부작용에 대한 설명이나 고지가 충분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것을 은폐하는 데 급급했다는 문제점을 입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백신 접종 이후 이뤄졌다는 동의도 적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면서 “이 부분을 다음 변론 기일에 충분히 구두 변론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 참여한 호준 군의 어머니는 “일부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한데 모아놓고 사실상 강제나 마찬가지인 접종 동의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학교와 당국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고 주장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공교롭게도 첫 변론기일을 앞두고 지난달 학부모들 대다수가 백신 이상반응 피해보상 심의 결과서를 받았다. 결과서에는 아이에게 있지도 않은 기저질환이 명시돼 있었다. 심의 결과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 다른 피해 학생 부모들과 연대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번 재판의 결과가 나오면 백신 접종 이후 이상 반응을 겪은 또 다른 학생 접종자 가족의 대응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학부모인권보호연대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 백신 접종 후 사망한 학생은 18명에 이른다. 이 단체가 질병관리청을 통해 파악한 지난 5월 21일 0시 기준 백신 접종자 중 19세 이하 사망자는 12명, 주요 이상 사례자는 768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