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 부족 문제로 고통받는 아이
- 교육 스타트업 대표 등 내세워
- 명확한 메시지로 PT 차별화
- ‘부산 이니셔티브’ 효과적 홍보

- 사우디 10조 원 오일머니 과시
- 이탈리아는 포용·인권 등 강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의 감성과 이성을 모두 사로잡았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의 분수령이 될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끝났다. 후보국의 최고 지도자가 총출동할 정도로 뜨거운 경쟁을 펼쳤던 4차 PT에서 한국은 드라마틱한 구성과 명확한 메시지를 회원국에 전하며 다른 국가와의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이시레몰리노의 제172차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장에서 4차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진행됐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AP·연합뉴스

■‘오일머니’ 사우디, ‘포용’ 이탈리아

21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72차 BIE 총회에서 월드엑스포 개최 후보국인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한국(부산) 이탈리아(로마) 등이 30분씩 4차 PT를 발표했다. 특히 이날 PT 장소에는 BIE 회원국 130여 국이 참석해 평소 총회보다 참석률이 높았다.

가장 먼저 발표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는 오일 머니를 앞세운 굵직한 프로젝트를 연이어 소개하며 회원국에 각종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을 강조했다. PT 발표자로는 외무부 장관과 투자부 장관, 리야드 왕립위원회 CEO, 주미 사우디 대사 등 정부 관료와 왕실 관계자가 나섰다. 이들은 엑스포에 78억 달러(약 1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며, 여기에는 국제적인 기업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이 풍부하다고 덧붙였다. 또 참가국을 위한 국가관과 지원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준비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다만 폐쇄적인 국가 이미지를 의식한 듯 문화 성별 종교 등과 상관 없이 개방된 행사가 될 것임을 부각했다. 또 ‘리야드는 여러분을 환영할 준비됐다(Riyadh is Ready to welcom you)’ 등 친근한 표현을 써 한국을 의식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탈리아는 유럽 특유의 포용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을 끌어안는 엑스포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반영하듯 PT 발표에는 언론인 건축가 인권운동가 우주비행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나섰다. 이들은 ‘포용하고 공유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 월드엑스포의 정신임을 되뇌이며 특히 사람과 인권 중심의 월드엑스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인권 문제 등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는 엑스포 부지를 도시 태양광 공원으로 만들어 에너지 커뮤니티로 조성하는 한편, 행사가 끝난 뒤에 이탈리아 우주센터를 비롯한 각종 병원 대학 R&D센터를 갖추겠다며 사후 활용방안도 제시했다.
■회원국 사로잡은 한국

반면 한국은 월드엑스포가 인류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이 될 것이란 메시지를 명확하면서도 호소력 있게 전달해 호응을 얻었다. 우선 물 부족과 기술 격차 등 여러 문제로 고통받는 아이들과 걸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통해 이번 월드엑스포는 미래 세대를 위해 문제 해결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또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개발도상국에 교육 솔루션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에누마’ 이수인 대표의 사례를 들며 이미 한국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음을 소개했다. 이를 통해 월드엑스포의 최대 전략인 ‘부산 이니셔티브’, 즉 각국이 가진 문제의 해결 방법을 찾고, 그 과정을 전시하겠다는 구상을 더욱 효과적으로 알렸다.

회원국의 감성을 자극하는 PT 내용도 탁월했다. 첫 발표자로 K-팝의 선두 주자인 가수 싸이가 등장하자 참석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고, 소프라노 조수미와 다문화 어린이 합창단이 선보인 뮤직비디오는 부산 시민의 월드엑스포에 대한 열정을 감동적인 노래와 함께 전해 객석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최고 지도자 총출동

이번 4차 경쟁 PT가 주목받은 것은 이례적으로 국가 최고 지도자가 직·간접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PT 화면에 등장해 “우리는 전례 없는 월드엑스포 경험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자부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마지막 발표자로 나서 “부산은 준비됐다(Busan is ready)’라고 힘차게 외치며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특히 윤 대통령은 세계박람회기구(BIE) 회원국에 역대 최대 규모의 참가 지원을 약속하는 등 실질적인 혜택도 약속했다. 이탈리아 역시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PT 발표자로 나서 “로마의 승리의 손이 전통과 혁신을 조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며 유치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리=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