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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볼풀 탕에 풍덩, 샴푸통 볼링…동네목욕탕 놀러 갈래요?

매끈목욕연구소 ‘몰래탕’ 행사

  • 최혁규 기자 narrative@kookje.co.kr
  •  |   입력 : 2023-06-13 19:51:20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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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MZ 겨냥 체험공간 조성
- 사라지는 목욕문화 기억 넘어
- 커뮤니티 시설로 탈바꿈 시도
- 日 업체와도 생존책 모색 계획

“한때는 동네 목욕탕이 주민들 ‘사랑방’이나 다름 없었죠. 하루의 일상을 매끄럽게 씻어내고, 이웃 간 정겹게 소통하는 자랑스런 문화였어요. 하지만 지금은 커뮤니티 기능을 잃으면서 사실상 사양산업이 됐죠. 500개 정도 남은 부산 목욕탕이 요즘 부산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까를 함께 찾고 싶었습니다.”(안지현 매끈목욕연구소장)
부산 영도구 봉래탕에서 지난 6일 열린 목욕탕 공간 전시 ‘몰래탕’을 찾은 관람객들이 볼풀 탕에서 놀고 있다. 이원준 기자·매끈목욕 제공
13일 부산 영도구 봉래탕에서 이색 행사가 열렸다. 목욕탕 정기휴일에 맞춰 MZ 세대가 좋아할 만한 캐릭터 굿즈로 봉래탕을 꾸며 체험할 수 있는 ‘몰래탕’ 프로젝트다. 때수건으로 퍼즐맞추기·샴푸통 이용 볼링게임·볼풀 포토존·DIY 목욕탕 캐릭터 색칠 체험 등 대중목욕탕 이용 경험이 적은 MZ 세대가 친숙하게끔 아기자기하게 만들었다. 나아가 MZ 세대가 SNS 상에 동네 목욕탕에 대한 호감을 전달하고, 나눌 수 있도록 기획했다.

평일 오후지만 목욕탕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볼풀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는 엄마에게 “다음엔 진짜 목욕탕에 가자”고 졸랐다. 목욕탕에 처음 와본다는 MZ 세대가 많았다. 친구와 함께 온 정지현(26) 씨는 “어릴 때 부모님과 함께 목욕갔던 기억이 나는데 성인이 된 후에는 거의 안 갔다”며 “목욕탕이 단순히 목욕만이 아닌 재미있는 콘텐츠가 있다면 놀이와 휴식을 위해 올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두 번째 행사에서 ‘때쟁이 컬러링 콘테스트’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이원준 기자·매끈목욕 제공
‘주인 몰래’라는 뜻으로 지난 6일에 이어 이날 진행된 행사는 민간 연구소인 ‘매끈목욕연구소’(매끈목욕)가 주최했다. 로컬브랜딩 업체인 싸이트브랜딩이 사라져 가는 동네 목욕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부산만의 동네목욕탕 문화를 다시 열고 싶어 출범시켰다. 안 소장은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목욕탕을 가던 기억, 친구들과 물장구치며 신나게 놀던 추억을 단순히 흘려보내지 말고, 새롭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매끈목욕은 젊은 층이 목욕탕을 익숙한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목욕탕을 인수해 독서·요가프로그램 등 커뮤니티 시설을 갖춘 목욕탕을 만드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목욕탕 기록 작업도 진행 중이다. 1981년 개업 후 타일 한 장 바꾸지 않은 서구 ‘구덕탕’의 옛 모습을 국내 최초로 디지털 스캔해 데이터로 담아 향후 각종 미디어 전시에 활용할 예정이다. 오는 22일에는 전국 첫 동네목욕탕 전문 잡지 ‘집 앞 목욕탕’도 발간한다.

몰래탕을 소개한 굿즈와 팜플릿. 이원준 기자·매끈목욕 제공
봉래탕 대표 이영훈(50) 씨도 연구소의 행사 취지에 공감해 목욕탕 대여에 적극 나섰다. 아버지가 운영해오던 목욕탕을 물려받은 이 씨는 “목욕탕업이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바뀌려는 노력이 없어 트렌드에 뒤처진 것이라 생각한다”며 “만화방이 만화카페 등으로 탈바꿈하는 것처럼 목욕탕도 일종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매끈목욕은 국제 콘퍼런스도 기획하고 있다. 안 소장은 “오는 9월 일본의 동네목욕탕 쇠퇴를 막기 위해 신선한 아이디어로 운영 중인 코스기유, 도쿄욕장 대표들을 초청해 동네 목욕탕 발전 콘퍼런스(‘집앞 목욕탕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재미있는 여러 시도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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