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강법·성폭법 ‘피의자’만 가능
- 피고인 전환 땐 공개 규정 없어
- 수사기관 개입 여지… 보완 절실
- “저만 왜 이리 형량 많은지 의문”
- 가해자 ‘적반하장’ 반성문 논란
일명 ‘부산 서면 돌려차기’ 사건 폭행 목적이 성범죄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공분이 커진다. 재범 가능성이 높은 피의자의 신상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데 대한 비판과 함께 재판을 받는 강력범에 대한 신상공개 규정이 없는 것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
| 부산 서면 돌려차기 피해자가 가해자가 쓴 것이라며 공개한 반성문. 피해자 SNS 캡처 |
부산고법 형사2-1부는 지난 12일 강간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정보통신망에 신상공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 등을 명령했다. 지난해 5월 22일 귀가하던 여성을 무차별 폭행한 A 씨는 같은 해 12월 살인미수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공소사실에 강간살인미수를 추가하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중형이 내려졌다.
성범죄 유죄 판결로 A 씨의 신상 정보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될 전망이지만 이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상공개 제도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해 여성 측은 선고 후 “법 개정을 촉구하는 의견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법률은 위헌이기 때문에 헌법 소원 심판 청구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법) 관련 ‘피의자’만 공개 대상이다. 특강법에 따르면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재범 방지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할 때 공개 대상이다. 성폭법에도 공익을 위할 때 공개하도록 한다.
현재 A 씨는 수사 단계에 있는 피의자 신분이 아닌, 재판을 받는 ‘피고인’이어서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다. 두 법 모두 피고인에 대한 어떠한 규정도 없다. A 씨는 피의자 신분일 때도 공개 대상이 아니었다. 사건 초기 경찰은 성범죄 혐의가 없다고 보고 중상해죄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법률대리인 남언호 변호사는 “처음에는 강력범죄가 아니었다가 추후 사건의 진실이 드러났더라도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는 제도가 사실상 없는 ‘법령 미비’”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준도 모호해 조건을 충족해도 공개할 사건인지 판단은 오로지 수사기관의 몫이다.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너무 많다”고 법 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피의자 신상공개 취지를 고려하면 피고인으로 전환된 후 법의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 단계에서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피해자는 13일 SNS에 A 씨가 작성했다는 반성문을 공개하며 “어느 부분에서 반성하고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반성문에서 A 씨는 “저와 비슷한 묻지마 범죄의 죄명과 형량이 제각각인데 왜 저는 이리 많은 징역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상해가 아닌 살인미수가 된 이유를 모르겠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