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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수도 상징’ 옛 영도대교 골조, 풀숲에 10년째 방치

市, 철거 당시 전시관 조성 계획…롯데그룹과의 소송 패소로 무산

  • 최혁규 기자 narrative@kookje.co.kr
  •  |   입력 : 2023-06-12 19:44:27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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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량 박물관 조성도 차일피일
- 무방비 상태 골조 녹슬고 낡아
- 이제야 임시 보관소 설치 추진

부산을 상징했던 옛 영도대교 철거 구조물이 10년째 방치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에서야 구조물의 부식을 막기 위한 임시보관소를 설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장기간 내버려 둔 상태여서 근대 유산에 대한 관리가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부산 금정구 오륜대배수장에 영도대교 철거 구조물이 비바람에 노출됐다. 영도대교 철거 당시 근대유산으로 보존하기로 한 구조물은 예산 미확보 등의 이유로 2014년 이후 10년째 이곳에 방치되어 있다. 이원준 기자
12일 오전 국제신문 취재진이 영도대교를 철거하고 남은 구조물이 있는 금정구 오륜대배수장을 찾았다. 구조물은 오륜대배수장 인근 인조잔디 구장 뒤편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어른 키의 3배는 되는 크기였기에 자칫 쓰러지거나 나뒹굴 경우 사고 위험이 높아 보였다. 일부 구조물은 비바람에 노출된 탓에 심하게 녹슬었다. 이곳을 자주 오간다는 시민 김모(65) 씨는 “벌써 저렇게 내버려진 지 수년이 지났다. 자칫 모르는 사람이 안에 들어가거나 하면 다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영도대교 철거 구조물이 이곳으로 옮긴 것은 2014년이다. 시는 2009년 롯데백화점 광복점 건축허가 조건으로 영도대교 확장을 롯데 측에 제시했다. 이에 롯데는 노후화 등을 이유로 기존 교량을 해체하고 새 영도대교를 지었다. 시는 영도대교 구조물을 철거할 당시 별도로 ‘영도대교 전시관’을 지어 구조물을 보존할 계획이었다. 일제 수탈과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 재회를 상징하는 부산의 대표적인 근현대 유산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 측이 전시관 건립 비용 부담을 거부하며 소송을 제기해 시가 패소하면서 결국 자체 예산으로 교량 박물관을 짓기로 했다. 옛 영도대교를 기념하고, 구조물을 보관할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하지만 박물관 건립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차일피일 미뤄졌다. 2014년 시가 용역비 3억 원을 확보하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계속 미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도대교 철거 구조물이 방치돼 문제라는 여론이 일자 시는 뒤늦게 비닐하우스 형태의 임시 보관소를 짓기로 하고, 최근 금정구에 보관 관련 예산 2100만 원을 내려보냈다.

전문가들은 옛 영도대교 구조물의 원형을 복구하는 등 보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산의 근현대 역사를 간직한 유산인 만큼 이제라도 이를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해양대 구모룡(동아시아학과) 교수는 “영도대교는 일제 시대와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 등 모든 근현대사 기억을 내재하고 있는 역사적인 시설이다”며 “롯데백화점이 있던 옛 부산시청 건물도 보존했어야 했는데 이미 많이 놓쳤다. 이제라도 영도대교 원형 복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영도대교 박물관 건립 예산이 190억 원에 달해 시비를 전체 반영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제1부두 활용방안 연구용역을 할 때 영도대교 인근 유휴 부지에 영도대교 구조물 전시 공간을 만드는 안을 포함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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