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관 중복” 권익센터 설립 중단
부산시가 콜센터 상담사 등 감정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2019년 지원 조례를 만들고 지난해 5개년 기본 계획을 세웠지만, 첫발을 떼기도 전에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정노동자 권익보호센터 설립은 전면 중단됐고 수십억 원을 들여 민간사업장의 노동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기본 계획 추진도 불투명해져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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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가 2007년부터 청년 일자리 사업으로 콘택트센터(콜센터) 유치에 사활을 걸면서 비수도권 1위 콜센터 도시가 됐지만, 감정노동자의 권익보호 방안은 제대로 마련되지 않고 있다. 사진은 부산지역 한 콜센터 모습. 국제신문DB |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감정노동자 권익보호 예산으로 6억1300만 원을 계획했는데, 실제 예산은 담당 부서를 거치면서 85%가 깎인 9000만 원만 책정됐다. 앞서 시는 지난해 8월 권익보호 5개년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들의 권익에 앞장서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본사업 첫해부터 예산을 뭉텅이로 삭감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내년 개소 계획이던 권익센터 사업이 중단됐고 2026년까지 36억9000만 원을 투입하는 5개년 기본 계획 추진도 사실상 장담하기 힘들어졌다.
시가 기본 계획안을 마련한 이유는 부산지역 노동자(164만 명)의 32%(52만6000명)로 추산되는 감정노동자의 권익 침해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가 발표한 감정노동자 실태조사를 보면, 80.2%가 주 1회 이상 고객으로부터 모욕적인 비난 욕설 성희롱 등 권익 침해를 받았다고 답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콜센터 상담사를 대상으로 한 2021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6%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고, 1년 이내 자살을 생각한 비중이 국민 전체 평균의 2배인 30% 이상이었다.
감정노동자 조례도 무용지물이었다. 콜센터 유치사업은 여성고용 창출 신사업으로 시가 2007년부터 공을 들이면서 2019년 지원 조례를 만들었다. 조례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는 노동권익보호관에 상담을 신청하거나 노동조사관에게 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했지만, 지난 4년 동안 권익보호관은 한 번도 임명되지 않았다. 조사 요청도 민간을 제외한 공공부문 노동자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시는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상담 등 지원 업무를 맡아 운영 중이라 중복 지원의 소지가 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5개년 계획안에 센터 설립 계획이 있었지만 노동권익센터의 업무와 겹친다고 판단해 추진하지 않았다. 센터에 대응팀을 신설해 지원 제도를 운영 중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응팀은 팀장 1명인 1인 부서로 50만 명이 넘는 감정노동자를 지원하기엔 역부족이다. 센터 관계자는 “감정노동자 지원 업무는 물론 비정규직 노동자, 산업 안전 업무까지 늘어 과부하 상태다. 시가 나서 적극적으로 콜센터 산업을 유치했던 만큼 이들의 권익 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