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區, 공사 끝날 때쯤 미승인 결정
- “공문 늦게 제출… 작업 멈췄어야”
- 건설사는 구에 법적 대응 예고

부산 동래구의 신청사 건립 터파기 작업 방식 변경과 이에 따른 단가 인상을 두고 발주처인 동래구와 시공사 측이 이견을 보이면서 하도급업체가 경영 위기에 빠졌다는 주장이 나온다. 소송전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있어 갈등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부산 동래구 복천동 옛 청사 부지에 짓고 있는 신청사 공사 현장. 김민정 기자

동래구는 신청사 건립을 맡은 시공사 A 사로부터 최근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공문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A 사는 지난해부터 터파기 작업 방식 변경에 따른 단가 인상분 6억 원 정도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동래구가 지난달 업무조정회의를 열고 ‘단가 인상을 승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서 소송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동래구는 오는 12월 31일 준공을 목표로 복천동 구청사 부지에서 연면적 2만8040㎡ 규모(청사동 지하 4층·지상 9층, 의회동 지하 1층·지상 8층) 신청사를 건립 중이다. 착공 첫 단계인 터파기 작업은 지난해 1월부터 시작했다. A 사에게서 터파기 하도급을 받은 B 사는 애초 넓은 수평 구조의 구간에서 작업하는 ‘일반 터파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 시작 후 문화재(동래읍성) 보호를 위한 국토부 규정에 따르기 위해서는 좁은 수직 구조의 구간에서 작업하는 ‘지하 터파기’가 필요해 작업 단가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지난해 2월부터 A·B 사는 감리단과 발주처인 동래구에 작업 방식 변경 및 이에 따른 단가 상승 승인을 요청했다.

그러나 감리단과 발주처가 별다른 결정을 하지 않는 사이 공사가 진행돼 이달 지하 터파기 작업이 완료됐다. 동래구는 공사 마무리 시점인 지난달 업무조정회의를 개최하고 미승인 결정을 했다. 작업 단가 상승에 따른 추가 투입 비용을 동래구에서 받아 B 사에 지급해야 하는 A 사는 소송을 통해서라도 받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동래구와 감리단은 작업 방식이나 난이도가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어 두 회사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좁은 수직 구간을 작업하게 된 것은 맞지만 뒤쪽에 충분한 작업 공간이 있어 일반 터파기 방식으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업 방식 변경 미승인 결정이 늦어진 데 대해 “변경 요청에 대한 공문이 늦게 접수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동래구 관계자는 “공식 절차상 공문이 필요한데 발주처인 구에는 지난해 12월에 접수됐다”며 “작업 방식 승인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시공사 등이 주장한다면, 공사를 중지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B 사는 부도 위기에 처했다며 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B 사 관계자는 “공문 접수 전 구두로 협의하는 것이 관례여서 일찌감치 논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정식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감리단 등을 거치면서 발주처인 구에 늦게 도착한 것으로 안다”며 “현실적으로 변경을 허가하지 않는다는 확실한 답변이 있기 전까지 하도급 업체가 마음대로 공사를 중단할 수 없어 지금까지 계속 공사를 이어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