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를 위해 부산시가 경제적 지원을 약속했다. 발빠른 준비로 선감학원 피해자 생활지원금 등을 마련한 경기도와 비교해 피해자 지원이 늦다는 지적(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6면 보도)이 나온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지난 22일 만난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박형준 부산시장. 부산시 제공

시는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23일 밝혔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22일 형제복지원 피해자들과 만나 생활지원금 지급 등의 필요성을 확인한 결과다. 형제복지원 피해자는 지난 13일 광안대교 난간에 올라 생계 지원 등을 요청하며 농성에 나서기도 했다.

시는 경기도가 선감학원 피해자에게 지원하는 수준의 위로금과 생활지원금을 내년 예산에 반영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지난 1월 ▷월 20만 원 생활안정지원금 ▷위로금 500만 원 1회 지급 등의 생계 지원 정책을 발표했으며, 지원이 결정된 피해자는 123명이다. 시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대부분이 생활고에 시달려온 만큼 지원 방법 등 세부기준을 정해 경제적 안정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또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시행 중인 의료비 지원사업 병원을 권역별로 추가 확보할 방침이다. 예산 한도 내에서 1인당 최대 500만 원의 의료비를 사후 지급하는 사업인데, 부산의료원에서만 이뤄지다 보니 이용에 불편이 컸다. 아울러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조사와 피해 지원 체계 강화를 위한 전담팀 또는 인력 증원을 검토할 예정이다.

시는 지난해 피해자와 합동으로 사회복지시설 13곳을 대상으로 피해 입증 자료 발굴 조사를 벌였지만, 여전히 수용사실 입증에 애를 먹는 피해자가 많다. 이에 시는 조사 당시 코로나19 탓에 대상 기관에서 빠졌던 정신요양시설 8곳 등 잔여 시설에 대해 추가 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형제복지원피해자종합지원센터에서 운영하는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전문 심리상담사 추가 채용 등을 통해 트라우마 치유 프로그램의 전문성과 서비스 수준을 높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내년도 국비 지원을 협의하고 있다.

한편 박 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피해자들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 신고 미접수자를 위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 직권조사 요청 ▷국회를 대상으로 시 차원의 배·보상 특별법 제정 촉구 ▷형제복지원 외 과거사 사건(영화숙·재생원 사건 등)의 진화위 조사기간 연장 촉구 등을 요청했다.

형제복지원피해자협의회 박경보 자문위원장은 “외항선을 타고 바다에 나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접수를 놓친 이들이 현재까지 110명에 이른다. 시가 나서서 이들을 위한 진화위 직권조사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