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자녀 완화땐 약 13만 세대 수혜
- 도시철도 요금 할인 등 예산 급등
- 부산시 “단계적 혜택 확대 강구”

정부가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기로 정한 지 2년이 됐지만, 부산은 아직 시행할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다른 지자체에 비해 다자녀 가정에 대한 현금 지원 혜택이 많다 보니 대상을 확대할 경우 이에 따른 예산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명 대인 0.78명으로, 부산은 서울(0.59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0.72명이다.

22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위원회가 다자녀 기준을 완화하기로 방침을 정한 이후 전국 17개 시·도가 기준을 바꾸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면서 주요 공공시설 입장료를 무료 또는 반값으로 해주고, 장기전세주택 가점 확대 등 주거 부분에 대한 지원 혜택도 늘려줬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부산시와 대구시를 제외한 15곳은 다자녀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부산시도 다자녀 기준 완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자녀 기준 완화에 따른 예산 부담이 커 추진이 답보 상태다.현재 시는 다자녀 가정에 출산지원금, 의료비 지원 등의 혜택을 준다. 또 다자녀 가정에 발급하는 가족사랑카드를 통해 광안대교 통행료 무료, 공영주차장 및 도시철도 감면 등 20여 개 혜택을 준다.

다자녀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완화하면 이런 혜택을 받는 가정이 늘어나는데, 이에 따른 예산도 급등한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3자녀 이상 가구는 2만3000여 세대(자녀 7만3000명)로, 2자녀로 기준을 완화하면 혜택 대상은 여기서 12만9000여 세대(자녀 26만 명)가 더 늘 것으로 예측된다. 두 자녀를 둔 이모(40대) 씨는 “인구 절벽 해소가 시급한 현실에서 부산 대구만 다자녀 기준을 시대에 뒤떨어진 세 명으로 고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혜택 중 관건은 ‘도시철도 요금’이다. 현재 시는 다자녀 가정에 한해 도시철도 요금(초등학생 무료, 중학생·부모 50% 할인)을 감면해 주는데, 대상을 늘리면 이에 따른 예산이 수십억 원 더 들 수 있다. 시는 부산교통공사 등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도시철도 적자 폭이 큰 데다, 올 하반기 초등학생의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로 해주기로 하면서 논의가 더딘 상태다. 시 관계자는 “서울을 비롯한 다른 지역 대다수는 도시철도 요금 혜택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예산 확보를 위해 관계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단계적으로 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