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의 채무 탕감 및 억대 보험금을 노리고 고교 후배를 필리핀으로 불러낸 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남성과 사망보험 위조 범죄에 가담한 보험설계사가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방검찰청 전경. 국제신문DB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박성민 부장검사)는 강도살인 혐의 등으로 A·B 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2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1월 필리핀 보라카이로 함께 여행을 간 고교 후배 C 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후 질식시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보험설계사인 B 씨와 함께 C 씨의 사망보험금을 A 씨가 탈 수 있도록 보험청약 서류를 위조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2월께 돈을 갚을 능력이 없음에도 후배 C 씨에게 “연 5~8% 이자를 쳐서 갚겠다”고 속여 6000만 원을 빌렸다. 빌린 돈을 갚으라는 요구를 받던 중 A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40대 남성 보험설계사 B 씨를 가담시켜 C 씨 명의의 보험계약 청약서를 위조했다. 위조된 청약서에는 C 씨 사망 시 보험금 7억 원의 수익자를 A 씨로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후 A 씨는 C 씨와 함께 필리핀 보라카이로 여행을 갔고, 현지 숙소에서 C 씨를 살해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보험회사에 C 씨의 사망보험금 7억 원을 청구했다.

이들의 범행은 C 씨가 필리핀에서 자연사한 것으로 알고 현지 화장에 동의했던 유족이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드러났다. A 씨는 C 씨의 사망 이후 본인이 6000만 원의 채권자라는 허위 공정증서를 만들어 C 씨 유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취하했다. 보험사에 요청한 사망 보험금 지급 청구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취소했다.

검찰은 A 씨가 C 씨에게서 돈을 갚으라는 요청을 받자 C 씨를 살해해 채무관계에서 벗어나고 사망보험금을 챙기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사망보험금 수익자가 C 씨 가족이 아니고 고교 선배인 A 씨라는 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향정신성의약품이 C 씨에게는 처방 기록이 없지만 A 씨가 배우자를 통해 취득한 약품과는 동일한 종류라는 점 등을 알아내 보완 수사에 착수했다.

A 씨와 B 씨는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피해자는 필리핀에서 부검 절차를 거치지 않고 화장당한 상태다. 검찰은 보험료 납입 계좌 추적하고 휴대전화 등 디지털 포렌식 자료, 현지 여행사와 현지 호텔 CCTV 분석 등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 관계자는 “A 씨는 허위 공정증서와 관련해 사기미수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지난 4일 출소 예정이었으나 이번 수사에 따라 구속 기소됐다.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