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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15> 마오리인과 마오리어 : 카이티아키탕아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5-15 19:09:3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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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들어갈 때다.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되는 품목들이 많았다. 온갖 생명체와 관련된 물품은 가지고 들어갈 수 없었다. 짐이라곤 기타 한 대가 전부인데 기타 가방 안에 두 끼 먹을 쌀, 사과 두 알, 땅콩이 있었다. 아까워도 할 수 없이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 아무것도 걸릴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커먼 셰퍼드 한 마리가 내 가방을 킁킁거렸다. 딱 걸렸다. 안에 아보카도 씨가 들어 있을 줄이야! 아보카도를 먹고 씨가 하도 탐스럽기에 별생각 없이 가지고 있었는데 반입 금지 품목이었다. 다행히 400달러 벌금을 내지는 않았지만 다음부터 절대 이런 일을 범하지 않겠다는 서류에 서명하고 훈방되었다.

마오리어도 쓰는 마오리인 뉴질랜드 어린이.
그때 나를 훈방하던 공항 검역관의 말이 떠오른다. 뉴질랜드에서는 이런 일에 매우 ‘Serious’ 하다고…. 생태계 교란을 일으킬지 모를 뭔가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다룬다는 뜻이다. 뉴질랜드가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청정국가라는데…. 남섬 퀸스타운에서 북섬 오클랜드까지 버스 배 기차로 횡단하니 뉴질랜드는 청정국가라 할 만했다. 대륙과 뚝 동떨어진 남태평양에 외롭게 호젓이 자리 잡은 국가이기에 그러기도 하려니와 전반적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가 생태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며 노력하는 것 같았다.

겨우 며칠 동안 보고 들은 그런 면들이 사실이라면? 뉴질랜드 사람들은 어찌 그런 노력을 하게 되었을까? 뉴질랜드에 사람이 산 것은 1000년도 안 된다. 인간이 가장 늦게 발 디딘 땅이다. 13세기경 위쪽 폴리네시아 사람들이 카누를 타고 내려왔는데 마오리족이었다. 1642년 네덜란드 사람이 와서 네덜란드의 제일란트 지역명을 따서 새로운 제일란트라고 이름 지었다. 이후 영국인들이 들어와 영어식으로 뉴질랜드라 불렀다. 영국인과 원주민인 마오리족은 잘 지내다가 싸웠다. 1845년부터 1872년까지 마오리 전쟁이다. 원주민이 문명이 앞선 서양인과 질기게 싸운 세계 유일의 사례다. 마오리족이 이기진 못해도 지지는 않았다. 조약을 맺으며 영국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받는다. 영국인들은 피지컬이 뛰어난 마오리 전사의 투지 용맹성을 알아봤다. 화력 아닌 근력으로 몸싸움하는 백병전에서 마오리족은 세계 최강이었다. 체격이 환(桓)했고 인물도 훤했다. 무시 못 할 마오리족이 청정국가 뉴질랜드를 이루는데 뭔가 영향을 행사했었을까?

뉴질랜드에서 마오리어는 영어와 함께 공용어다. 총리는 영국계 뉴질랜드 남자이지만 총독은 마오리인 뉴질랜드 여성이다. 약 500만 명 뉴질랜드 인구에서 약 70만 명이 마오리인이라는데 TV 뉴스 앵커로도 나오니 마오리인이 많아 보인다. 마오리가 보통의, 일반적이라는 뜻이라는데…. 마오리인한테는 마오리어로 ‘카이티아키탕아’라는 정신이 있단다. 돌봄 보살핌 수호 책임이란 뜻으로 생태주의 차원에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이겠다. 주한 뉴질랜드 대사가 마오리인의 카이티아키탕아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이 있다. 여기서 마오리인이 뉴질랜드의 사회 문화에 선하게 미쳤을 영향력이 느껴진다. 부디 마오리인의 훌륭한 이념인 카이티아키탕아가 세계만방에 널리 널리 퍼지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생태계가 교란되는 전 지구적 글로벌 조짐이 심히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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