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대 졸업생 정고은(24·울산시 남구) 씨는 재학 시절 ‘1000원의 아침밥’ 단골 학생이었다. 자취생 지갑 사정에 맞춘 가격과 질 좋은 한 끼 식사가 그에게 기분 좋은 아침의 시작이었기 때문. 정 씨는 “1000원의 아침밥 덕분에 일찍 일어나서 건강한 음식을 챙겨 먹을 수 있었다”며 “눈 뜨면 자연스럽게 아침밥 먹으러 달려나갔던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말했다. 부산대 재학생 박보승(23·부산시 금정구) 씨도 “1000원의 아침밥을 알게 되고 아침 운동 후 아침밥을 먹으러 가는 생활의 변화가 생겼다”며 “저렴한 탓에 일주일에 한 번도 먹지 않았던 아침밥을 네 번 이상 먹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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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학생들이 1000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성민주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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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고물가 시대에 대학생들의 식비 부담을 덜어주고자 시행된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은 농림축산식품부가 학생 1인당 1000원을 지원하면 학교가 나머지 부담금을 지원해, 학생이 1000원에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 일부 자취생들에게는 따뜻한 ‘집밥’의 존재로 여겨지면서 아침밥 매진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10일 오전 8시 부산대학교 금정회관 학생식당 앞으로 학생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오전 8시20분에 시작하는 ‘1000원의 아침밥’을 먹기 위해 20분 전부터 줄을 선 학생은 70명 정도였다. 9시20분인 마감시간이 넘어서도 학생들은 끊임없이 찾아왔으며, 끝났다는 소식에 이내 발걸음을 돌리는 학생도 있었다.
1000원의 아침밥을 먹는 김지은(20·부산시 금정구) 씨는 “콩나물밥 계란국 고기반찬 등이 나왔는데 따뜻하고 정말 맛있었다”며 “1000원이라고 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로 음식의 질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취하다 보니 평소 비용과 시간 때문에 아침밥보다는 아침잠을 선택했지만, 1000원의 아침밥 덕분에 자주 아침을 챙겨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학생식당에서 만난 또 다른 대학생 정태민(24·부산시 금정구) 씨도 “원래 아침밥을 잘 챙겨 먹지 않는데, 1000원으로 양질의 아침밥을 먹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부산대 금정회관은 1000원의 아침밥을 이용하는 하루 평균 학생 수는 약 250명이다고 밝혔다. 금정회관 관계자는 “1000원의 아침밥 사업을 위해 매일 약 250인분을 준비한다”며 “그만큼 학생들이 시간에 맞춰 찾아오기 때문에 대부분 음식이 남는 것 없이 모두 팔린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은 1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 탓에 1000원의 아침밥을 찾는 것으로 보인다. 고물가로 인해 식비가 대학생들에게는 부담되는 지출이라는 것. 경북대 재학생 김서연(22·대구시 북구) 씨는 “음식의 맛이나 질을 떠나 대학생이면 누구나 1000원만 내면 든든한 한 끼를 먹을 수 있기에 자취생 입장에서 부담 없다”고 말했다.
전국대학학생네트워크가 지난 3월 5일부터 11일까지 대학생 207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등록금 및 생활비 인상에 대한 전국 대학생 인식조사’를 보면, 95.1%가 물가 상승을 체감한다고 답했다. 그중 물가 인상으로 가장 부담되는 지출 항목은 식비라는 응답이 56.1%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모든 대학생들이 ‘1000원의 아침밥’에 대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부산대 재학생 정영은(23·부산시 금정구) 씨는 “삼각김밥이 1400원 하는 시대에 가성비가 좋지만, 오전 9시 수업이 있어 먹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대 재학생 이지은(20·부산시 사하구) 씨도 “시간이 일러 아직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다”고 전했다.
부산대 관계자는 “아침밥은 약 250명 정도가 이용하지만, 중식은 1500명 정도가 이용하는 편”이라며 “일찍 학교에 와야 하는 수고와 아침 수업 전에 급하게 먹어야 된다는 이유 등으로 인원 차이가 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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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대 1000원의 아침밥 메뉴. 성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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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제한된 급식량으로 인해 먹지 못한 학생들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침밥을 주로 챙겨 먹는 한국해양대 재학생 김다솔(20·부산시 영도구) 씨는 “아침마다 운동해서 아침밥을 자주 먹지만 조금 늦게 가면 다 팔리고 없을 때가 종종 있다”며 “매진되지 않는다면 자주 챙겨 먹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경북대 재학생 김주연(24·경북 구미시) 씨도 “200명 한정이라 늦게 가면 못 먹어서 아쉽다. 아침밥 허용 인원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000원의 아침밥’ 담당 사무관은 이러한 대학생들의 생각에 공감하며 해결에 나섰다. 권준엽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산업과 사무관은 ‘1000원의 아침밥’을 직접 먹어 본 경험을 반영해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먹을 수 있도록 지원 규모를 늘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권 사무관은 “아침밥 먹기 위해 이른 시간부터 먼 길 왔지만, 물량이 부족해 못 먹을 때가 있다”며 “예산 확대를 통해 학생들이 걱정 없이 아침밥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는 ‘1000원의 아침밥’ 사업 참여 대학을 2차 추가 모집한 결과 145개 대학교를 선정해 234만 명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산에서는 △동아대 동명대 동서대 동의대, 경남에서는 △창원대 창신대 경남도립거창대 경남도립남해대 한국폴리텍대학(창원), 울산에서는 △울산대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