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이 폭넓은 코로나19 백신 보상·지원을 약속했지만, 피해자들은 문제가 된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해체와 책임자 처벌이 빠진 형식적 약속이라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30일 지 청장이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대표단, 전문가와 간담회를 갖고 보상·지원 확대 방안 등을 논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후 질병청장이 백신 피해자 가족들을 만나 "폭넓은 보상·지원 노력을 약속했다"는 전향적 보도가 잇따라 나왔다. 그러나 당시 간담회에 참여했던 피해자들은 실제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날 자리에서 코백회 회원과 전문가들은 인과성 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근거로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해체를 촉구했다. 앞서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신 피해 대책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피해보상전문위가 지나치게 의학·과학적 판단에 치우쳐 있다”며 “전세계적 재난 상황에 대응해 사회과학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가로 피해보상전문위를 새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안성배 제주도 역학조사관도 피해보상전문위가 지역 역학조사관의 조사 내용과 판단은 배제한 채 ‘WHO(세계보건기구)의 인정’ 여부만 따지는 ‘판박이’식 심사를 한다는 내용의 폭로(국제신문 21일 자 온라인·22일 자 지면 보도)를 했다. 이에 코백회는 지난 25일 피해보상전문위의 해체와 질병관리청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삭발식과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또 질병청에 국회에 발의된 법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국회에는 백신 피해 보상 확대와 관련해 19건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피해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소통해 하루 빨리 단일화 한 법안이 처리되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외에도 코백회 측은 그간 주장해온 ▷국가 입증 책임 전환 ▷4-1 인과성 평가 기준 중 기저질환자 제외 조항 폐지 ▷4항까지 인과성 인정·보상 등을 재차 요구했다.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질병청이 대법원 판례도 무시하며 인과성 인정에 폐쇄적인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며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 열린 시각을 가지고, 피해자의 입장에서 행정·구조·절차적 문제를 차분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지 청장은 “국회 논의과정에서 이의 신청 절차를 명문화하고, 재심의 위원회를 별도 구성하는 등 의견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며 “개별사례에 대한 별도 자문단 구성을 통해 심층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 청장은 피해보상전문위 해체 요구에 대해서는 “어렵다”고 선을 그은 뒤 “우선 가능한 부분부터 신속히 조치하고 앞으로 계속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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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정부의 백신 피해 대책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코백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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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청장과 간담회 뒤 코백회 측은 질병청 실무 책임자들과 자리를 가졌으나 진전 있는 대화를 하지는 못했다. 피해자들은 “질병청의 전향적 의식 전환을 기대했으나 실무자들은 행정·법안 마련 등 문제를 들먹거리며 인과성 심의 과정 개선과 정부 입증 책임 확대 등에 대해 행정편의적 입장만 보였다”며 “윤석열 대통령 1호 공약으로 ‘국가 책임’을 약속했는데, 지금은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코백회는 또 안 조사관 폭로와 관련해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법정 대응을 예고했다. 코백회 김 회장은 “정부가 사과는 커녕 백신 피해 규명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려 사실상 피해 자체가 개인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정부 인사가 백신 피해 사망자의 빈소를 찾은 적은 거의 없다. 지난번 질병청 국정조사 요구 삭발식에 이은 법적 대응 등 강경 조치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행동을 이끌어내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