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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 보상에 타드는 백신 피해 상흔…"사회적 재난 인정, 포괄적 보상 시급"

백신 피해 리포트 시즌2 <12>

아내·엄마 떠나보낸 유족, 하루하루 '생지옥'

백신 피해 인정받아도 보상은 치료비 절반 이하

전문가, 피해자·가족 삶 돌볼 '재난피해 지원' 제안

질병청 보상전문위 해체 난색에 코백회 법적대응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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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잃은 21세 아들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는 이제 와서 그런 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듯 망연한 표정으로 잠시 기자를 바라본 뒤 자리를 떠났다. 17세 남동생이 대신했다. 아이는 “친구들은 엄마가 다 있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가자마자 엄마를 잃었다. 믿기지 않는다”며 “아빠가 혼자 힘으로 돈 벌어서 해결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 큰형은 아무 말도 안 한다. 졸업식 때 엄마가 못 올 건데, 두렵다. 보고 싶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지난 28일 경남 함안군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교차접종 피해자 지수복(여·49) 씨의 빈소에서 자녀들에게 “엄마가 백신 접종 뒤 아프시다가 떠나셨는데, 어떤 게 제일 필요하고 힘드냐”고 물었다. ‘바보 같은’ 질문을 던지고 바로 후회했다. ‘세상의 반쪽’을 잃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뭔가를 주는 게 애초부터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망자가 살아 돌아오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숨진 이의 유족이나 중증질환에 걸린 환자·가족은 정부로부터 백신 부작용 피해를 인정 받더라도 “삶은 이미 지옥이 됐다”고 토로한다. 가정은 무너졌고, 아내나 남편을 잃은 배우자는 홀로 고난을 헤쳐갈 방도를 찾지 못한 채 방황하거나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자녀와 함께 살아갈 길이 아득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환자 치료에 든 비용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보상금을 쥐어주고 모든 게 끝난 것처럼 사과 한마디 없다. 피해자와 그 가족은 “정말 끝난 게 맞느냐”고 숨죽여 묻는다. 정부로부터 백신과 질병 간 인과성 인정을 받지 못해 질병관리청을 상대로 싸우는 많은 이들의 눈치가 보여서다.
지난 28일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인 지수복 씨 빈소에서 언니 지수희 씨가 오열하고 있다. 김채호 기자
●‘생지옥’에 사는 유족

이날 지 씨의 남편 안병두(52) 씨는 아내의 사연을 담담하게 전했다. 아내 사고 이후 삶은 조금씩 무너졌고, 지금도 힘이 든다고 했다. 그는 자신과 남겨진 아이들의 처지를 ‘생지옥’이라고 표현했다.

요양보호사로 일했던 지 씨는 환자를 돌보는 사회필수인력으로서 2021년 4월 1차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 뒤 같은 해 7월 2차 화이자 백신을 받고 이상반응으로 쓰러져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이후 4개월 넘게 중환자실에 있으면서 환청이 들릴 정도로 고통을 겪다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당시 떼어낸 심장을 생검해 심근염 진단을 받았는데, 이후 급성심근경색 등 10가지 이상의 진단이 추가로 나왔다. 안 씨 내외는 처음 심근염 진단을 받은 뒤 피해보상을 신청했지만, 근거 불충분을 이유로 4-1 판정을 받고 보상 대상에 들지 못했다. 이후 질병관리청이 화이자 접종 뒤 발병한 심근염을 백신 부작용으로 인정해 지 씨는 다행히 피해 보상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환자와 보호자 모두 마음 고생을 하느라 진을 다 뺐다고 한다. 지 씨는 퇴원 뒤 혼자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로 고생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재활치료를 다닐 정도로 회복했다. 하지만 1년 뒤 지 씨는 몸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재입원했다. 이식한 심장이 거부 반응을 보인 것인데, 그는 결국 재입원한 지 46일 만인 지난 27일 세상을 떠났다.

안 씨가 아내의 ‘병원바라지’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소년가장처럼 살았다. 제대로 식사를 하지 못 했다. 안 씨는 그런 아이들이 눈에 밟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첫째 아들은 엄마의 병원비가 많이 나와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자 또래보다 1년 늦게 대학에 진학했고, 올해 6월 군 입대를 위해 휴학했다.

요즘 안 씨는 잠을 자다가 놀라서 몇 번씩 깨는 일이 빈번하다. 가슴을 짓누르는 것은 “자신이 잘못 돼 두 아이가 홀로 남을 수 있다”는 공포다. 그는 여러 일을 겪느라 자신의 몸을 돌본 지 오래됐다.

지 씨의 언니 수희(50) 씨는 “동생이 가정에 보탬이 되려고 요양보호사로 일을 시작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동생이) 중환자실 투병 중에도 자신이 없으면 아이들이 안 된다며 죽을 것 같은 고통을 참아냈는데, 결국 세상을 등졌다”며 “아이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엄마다. 이런 아이들에게 정부는 무슨 수로 보상을 할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28일 경남 함안군에 마련된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 지수복 씨 빈소. 김채호 기자
●턱없이 부족한 보상

안 씨는 7개월가량 화물차 운전 일을 중단하고 아내를 돌본 사이에 일자리를 잃었고, 병원비와 생계비를 감당하느라 담보 대출을 받아 큰 빚이 생겼다. 당시 치료비만 1억 원 넘게 들었다고 한다. 질병청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인과성 판정 결과 보상 대상이 됐지만, 실제 받은 보상금은 치료비의 45% 정도였다. 건강보험 지원이 되는 치료 항목(급여 항목)에 대해서만 보상금 지급이 가능해 그렇지 않은 비급여 항목 치료비는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상금 지급 방식도 안 씨를 힘들게 했다. 질병청은 실제 피해자가 필요한 병원비를 일괄 지급하는 게 아니라, 이중 실제 사용한 돈에 대해서만 보상비를 심사·책정해 지원한다. 그렇다 보니 피해자는 정부로부터 돈을 받아 치료를 받을 수 없다. 안 씨는 “1차 보상금 신청 전에 병원비 9100만 원이 들었는데, 감당하기 어려웠다”며 “여기 저기서 돈을 끌어 모아 치료를 받으면, 그 비용마저 정부가 비급여 부분을 뺀 일부만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1차 보상금은 지 씨가 숨지기 전 중증환자 자격으로 지급됐는데, 남편 안 씨는 아내가 숨진 피해를 근거로 피해보상 신청을 다시 할 예정이다. 그는 “앞서 보상 신청 뒤에 8개월 만에 보상금을 받았다”며 “이번에 신청하면 보상금이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안 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한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 심사 결과에 기댈 수밖에 없다. 1차 심사 때 아내 지 씨는 급성심근염 진단은 받았지만 질병청의 백신과 인과성 인정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후 질병청은 백신과 질병의 인과성을 인정했지만, 지 씨는 숨졌다. 안 씨는 아내의 사망이라는 새로운 상황과 인과성 판정 결과를 갖고 공단을 상대로 홀로 힘겨운 싸움을 하려고 한다.

언니 수희 씨는 “제부가 생계비를 마련하고 빚 갚느라 이중고를 겪는다. 나라에서 보상한다더니 치료비 중 아주 작은 급여 부분만 주더라. 왜 정부를 믿은 국민이 피해를 온전히 다 감당해야 하느냐. 정부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피해자와 가족이 느낄 수 있는 제대로 된 보상을 하는 게 맞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28일 코로나19 백신 피해자인 지수복 씨 빈소에서 남편 안병두 씨가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김채호 기자
●‘포괄적 보상’ 제안

백신 피해자와 가족은 정부가 치료비 지급 수준의 보상·지원을 넘어 백신 이상 반응으로 망가진 개인의 삶과 가정을 돌보는 ‘포괄적 보상’을 장기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백신 접종으로 어머니나 아버지가 사라진 가정이 제대로 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피해자의 장기적인 재활 치료와 가족의 정신 건강을 지속해 신경 써야 하는 것도 국가의 몫”이라고 말했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 회장은 “정부를 믿고 백신을 접종한 이들의 삶이 한순간에 망가졌다. 피해를 인정받고 보상받으려고 아등바등 했는데, 막상 받은 보상도 제대로 된 게 아니었다”며 정부의 공식 사과와 포괄적 지원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재난 상황을 맞아 정부 시책에 따른 백신 접종자의 이상 반응을 ‘재난 피해’로 규정하고 국가가 백신 이상 반응자를 적극적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더는 백신과 질병의 인과성 규명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 채 제한적으로 보상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신 부작용 정책 간담회에서도 전문가들은 백신과 이상반응 간 인과성 판정이 의학적 수준의 판단에서 이뤄지는 게 한계가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재난 상황을 고려해 사회과학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피해보상전문위를 다시 꾸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피해보상전문위 인과성 심사 결과 ‘1’~‘4-2’항 판정까지는 국가가 백신과 이상반응 간에 인과성이 없다고 입증하지 못하면 포괄적으로 인과성 있다고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법원의 ‘정부 입증 책임’ 판례의 취지를 따르자는 것이다. 현행 피해보상전문위 인과성 판정 기준은 ▷인과성 명백(1항) ▷인과성에 개연성이 있음(2항) ▷인과성의 가능성 있음(3항) ▷접종과 이상반응 발생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자료가 불충분(4-1항) ▷시간적 개연성은 있으나 백신 이외 사유에 의해 질환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음(4-2항) ▷명백히 인과성 없음(5항)으로 나뉜다. 이중 ‘3’항까지만 백신 피해로 보상하고, ‘4-1’항은 보상 대신 지원 차원에서 치료비 일부를 지급한다.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신 부작용 정책 간담회’에서 국회의원과 전문가, 백신 피해자 단체 관계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이승륜 기자
●코백회 법적 대응 시사

지난 30일 지영미 질병청장 주최 간담회에서도 코백회 회원과 전문가들은 인과성 심의 과정의 문제점을 근거로 피해보상전문위 해체를 촉구하고 ▷국가 입증 책임 전환 ▷4-1 인과성 평가 기준 중 기저질환자 제외 조항 폐지 ▷4항까지 인과성 인정·보상 등을 요구했다. 이에 질병청장은 “인과성 인정 확대를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답변하면서도 “기존 피해보상전문위 해체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피해자들은 “질병청의 전향적 의식 전환을 기대했으나 실무자들은 행정·법안 마련 등 문제를 들먹거리며 인과성 심의 과정 개선과 정부 입증 책임 확대 등에 대해 행정편의적 입장만 보였다”며 “윤석열 대통령 1호 공약으로 ‘국가 책임’을 약속했는데, 지금은 누구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코백회는 또 지난 21일 국회 간담회 때 안성배 제주도 역학조사관이 한 폭로(국제신문 지난 21일 자 온라인·22일 자 지면 보도)와 관련해 피해보상전문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코백회 김 회장은 “정부가 사과는커녕 백신 피해 규명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려 사실상 피해 자체가 개인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것처럼 만들었다”며 “지금까지 정부 인사가 백신 피해 사망자의 빈소를 찾은 적은 거의 없다. 지난번 질병청 국정조사 요구 삭발식에 이은 법적 대응 등 강경 조치로 정부의 책임 있는 사과와 행동을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백회는 서울 청계천 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1년6개월 가까이 운영 중이다. 분향소에는 백신 접종 이후 숨진 80여 명의 영정사진을 모셔뒀는데, 이곳을 질병청 등 정부 관계자가 공식적으로 찾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고 한다.
서울 청계천 광장에 마련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분향소에서 백신 피해 사망자의 자녀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코백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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