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사가 살아 숨쉬는 땅, 경남 김해시에는 크고 작은 하천이 실핏줄처럼 이어져 남쪽의 조만강으로 흘러든다. 굽이굽이 흐른 물줄기는 서낙동강과 조우하고, 마침내 가덕도에서 망망대해와 만나면서 여정을 마친다.

하천들은 억겁의 세월동안 수많은 사연들을 바다로 실어 날랐다. 2000년 전 수로왕에게 시집왔다고 전래되는 허 왕후의 러브스토리도, 이 땅의 주민이나 고기 잡이를 하는 어부에게 전승되며 수 많은 이야깃거리를 낳았으리라.

최근 주말이면 조만강 하류 생태천 둘레길이 자전거라이더들의 천국으로 변한다. 라이더들이 갈대군락지로 유명한 둘레길 주변을 내달리는 모습. 박동필 기자

최근 봄볕이 따사로워지면서 장유1, 2, 3동에서 흘러나와 조만강(이동)~해반천(화목2교)으로 이어지는 1.5㎞의 해반천 하류 둘레길이 자전거 라이더들의 성지로 떠오른다.

주말이면 라이더들이 삼삼오오 모여 패달을 힘차게 밟으며 봄을 즐기는 곳으로 각광받는 것이다. 양 하천으로 폭 4ｍ의 자동차 주행 겸용 둘레길이 있다.

이 곳을 지나는 주말 라이더들이 수백명에 이르면서 이들을 위한 카페도 생겨났다. 상류로 오를라치면 오른쪽 둘레길쪽으로 자전거 라이더용 카페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생겨난 자연스런 현상이다.

최정호(34·삼계동)씨는 “삼계동 해반천을 따라 주말마다 이 곳까지 라이딩을 한다”며 “특히 조만강 주변의 경치가 뛰어나다. 도시민으로서 일종의 축복으로, 사철내내 이 곳을 찾는다”고 말하며 활짝웃었다.

삼각주로부터 10여 분을 걸어 상류로 가면 들판에서 보기 힘든 A맛집이 기다린다. 메밀국수를 파는 곳인데, 평야 한 가운데까지 승용차를 타고 찾아 오는 손님을 보면 신기하기 까지 하다.

맛은 물론 적당한 가격에 푸짐하게 나오는 양이 손님들을 매료시켰을 법하다.

기자는 십여년 전부터 건강한 생태하천이나 습지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우리나라가 산업화되는 과정속에서도 수많은 멋진 생태계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자취를 감춰왔다. 이 곳은 그런 위태로움속에서 살아남은 몇 안되는 지역이다.

조만강 하류 생태하천 주변에는 최근 라이더들을 위한 쉼터도 생겨 각광을 받는다. 박동필 기자

이 곳은 김해평야를 헤치고 내외동, 북부동으로 이어지는 해반천 가운데 조만강 삼각주(이동)에서 화목2교에 이르는 폭 40ｍ, 길이 1.5㎞ 하천이다.

한마디로 대도시로 부상하는 김해에서 흔하지 않는 생태하천이다. 압권은 하천 양쪽으로 어른키 1.5ｍ 높이의 갈대군락이 쉼없이 이어져 멋진 풍광을 자랑한다는데 있다.

지금은 초봄이어서 잿빛을 띠고 있지만 5월이면 짙은 녹색의 예복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작렬하는 태양빛속에서 바람결에 갈대숲이 힘차게 출렁일 즈음이면 이태리의 민요 ‘오~ 솔레미오’가 흘러나올 법하다.

이뿐 아니라 갈대군락지 뒤편으로는 조릿대(산죽), 대나무 군락, 아카시아 군락지 등이 수문장처럼 씩씩하게 자란다. 사람에게 멋진 풍경을 선사하지만 이 곳의 주인인 삵이나 수달, 멧비둘기 등 야생동물에게도 없어서는 안될 은신처요 보금자리 역할을 한다.

조만강 생태하천 하류둑에 따사로운 봄볕속에서 피어난 이름모를 들꽃. 박동필 기자

일찌감치 겨울이 짐을싸서 떠나고, 날씨도 포근해졌지만 아직 월동지를 떠나지 않은 물닭, 기러기, 청둥오리류가 이 곳에서 발견되는 것도 우연이 아닌셈이다. 철새들도 미련(?)이 남았는지 떠나지 못할정도로 이 곳은 매력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주변지역도 신도시나 공장지대로 변하리라. 하지만 해반천 하류 1.5㎞구간은 김해를 대표하는 생태하천으로 그 생명력을 유지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