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테니스협회가 조용한 스포츠외교를 펼치고 있다.
한일정상회담 이후 반일 분위기가 달아오르던 지난 18일 부산테니스협회 관계자 18명이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를 방문했다. 3년 전 숨진 후쿠오카테니스협회 마쓰무라 도시아키 회장을 조문하기 위해서다. 이번 조문은 부산시테니스협회 김영철(영진기계 회장) 직전 협회장이 주도했다. 사연을 듣기 위해 지난 23일 김 전 협회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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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철 전 부산시테니스협회장이 지난 18일 마쓰무라 전 후쿠오카테니스협회장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김영철 전 협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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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무라 전 협회장은 후쿠오카테니스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던 중 암에 걸렸다. 잠깐 병세가 호전되기도 했지만 2020년 4월 세상을 떠났다. 당시 부산시협회장이었던 김영철 회장과는 깊은 교분을 나눈 사이. “2019년 교류전 때 만난 마쓰무라 협회장은 병세가 깊어 보였습니다. 후쿠오카협회 관계자에게 몰래 부탁했습니다. 상을 당하면 꼭 조문할 테니 연락 달라고 했죠.” 김 전 협회장은 조문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가 창궐하던 때라 어찌해볼 도리가 없었다. 그러다 3주기를 앞두고 코로나 규제가 풀리면서 조문단을 꾸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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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테니스협회 관계자들이 지난 18일 마쓰무라 전 후쿠오카테니스협회장 묘소를 참배한 뒤 후쿠오카협회 관계자, 유족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아래 왼쪽에 앉은 소년이 마쓰무라 전 협회장의 손자다. 김영철 전 협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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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현지에서 열린 추도식에는 부산협회 임원 등 18명과 마쓰무라 협회장 유족 4명, 후쿠오카협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김 전 협회장은 추도사에서 “테니스를 공감대로 교류를 시작한 지 34년이 흘렀다. 양 협회는 상대의 나라가 가졌던 가슴 아픈 일들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함께 어루만져 주는 좋은 친구 관계로 발전했다. 생전에 큰 업적으로 놓으신 부산·후쿠오카 교류의 징검다리가 이제는 더 크고 튼튼한 다리가 돼 양 도시를 떠나 양 국가의 상징인 우정의 다리로 남았다”고 말했다. 김 전 협회장이 추도사 말미에 형님이라는 표현을 쓰자 유족은 감동한 듯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후쿠오카협회는 협회장이 직접 공항까지 나와 영접하는 등 일정 내내 부산조문단을 극진히 모셨다.
김 전 협회장이 조문을 결심한 것은 마쓰무라 전 협회장과의 개인적인 인연도 있지만 양 도시의 테니스 인연이 더 크게 작용했다. 부산과 후쿠오카의 테니스 교류는 역사가 깊다. 양 도시가 자매결연을 한 건 2007년이지만 테니스협회의 민간 교류전은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 1989년 양측 협회가 의기투합해 첫 대회를 시작한 이래 34년째에 이른다.
부산 사직테니스장엔 마쓰무라 전 협회장의 손길이 남아 있다. 2018년 실내테니스장 준공을 기념해 직접 심은 반송이 자라고 있다. 당시 그는 기념사에서 “이 소나무만큼 두 협회도 단단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내년 후쿠오카 교류전을 성대하게 치르겠다”고 약속했다. 그에게는 2019년 후쿠오카 교류전이 부산과의 마지막 인연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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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무라 전 후쿠오카테니스협회장이 2018년 부산 사직실내테니스장 준공을 기념해 심은 반송. 김영철 전 협회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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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동원 제3자 배상’ 문제로 반일 감정이 높아진 때라 일본 방문이 부담되지는 않았는지 물어보자 김 회장은 이런 답을 들려줬다. “그날 추모식에 열두어 살쯤 되어 보이는 마쓰무라의 손주가 함께 있었습니다. 그 아이가 부산에서 온 할아버지 추모객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아마도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지 않겠습니까.”
김 전 협회장은 이어 “늦었지만 유족과의 약속을 지키게 돼 다행”이라며 “부산과 후쿠오카테니스협회는 양국 정치 관계가 냉랭할 때도 상호작용하며 30년 넘게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앞으로도 국외 스포츠 교류의 모범사례로 이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 테니스협회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코로나 이후의 우호 증진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첫 번째 행사로 오는 10월 28~30일 후쿠오카테니스협회가 부산을 찾아 친선 경기를 치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