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단순 찰과상 환자가 대형병원 응급실을 찾으면 더 많은 비용을 내게 된다. 자격을 갖춘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를 추가해 응급환자가 적정한 응급의료기관에서 신속하게 처치받을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한다.

21일 보건복지부는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각각의 역할이 모호한 응급의료 시설 체계를 중증 중등증 경증 응급의료기관으로 기능을 명확히 하는 개편안을 내놨다.

개편 목표는 응급의료기관의 과밀화를 막고 분초를 다투는 중증응급환자가 즉각 치료를 받도록 하는 데 있다. 지난 세 차례 응급의료 기본계획을 통해 응급의료기관 체계를 구축하고 이송 및 진료 기반을 강화하는 등 응급 의료 대응 체계를 발전시켜 왔지만, 개선된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 한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차 응급의료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우선 현재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으로 구분돼 있으나 역할이 모호한 체계를 각각 중증, 중등증, 경증 진료 기능으로 명확히 한다. 이를 위해 각 기관 지정 기준에 수술·시술 최종치 역량을 포함할 계획이다.

구급대와 병원 간 중증도 분류기준도 통일해 구급대가 적절한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도록 하고, 구급차를 이용하지 않아도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상담을 통해 적정한 기관을 이용하도록 안내한다. 그럼에도 큰 병원을 찾는 비응급환자는 다른 적정한 병원·응급실을 안내하거나 높은 본인부담금을 사전 안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개편에 맞춰 명칭 변경도 검토했으나 현장의 혼선 발생 우려로 이번 계획에서는 새 명칭 논의는 제외했다. 대신 새 명칭과 기능, 지정기준, 보상방안 등은 이해관계자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다.

현재 응급현장의 구급대원이 환자를 이송할 때 업무가 제한돼 환자의 중증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각 응급의료기관의 진료 가능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없는 점도 개선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가 시험을 거친 1종 응급구조사의 업무 범위에 ▷심전도 측정 및 전송 ▷심정지 시 에피네프린 투여 ▷아나필락시스 쇼크 시 에피네프린 투여 ▷정맥로 확보 시 정맥혈 채혈 ▷응급 분만 시 탯줄 결찰(묶기) 및 절단 등 5종을 추가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송 중 환자의 중증도 판단이 쉬워져 보다 적정한 응급의료기관 이송이 가능해질 것이란 판단이다.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