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주일 최대 근로시간을 80.5시간까지 늘리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노동자는 일이 많을 때는 길게 일하고 적을 때는 휴식을 취하고, 사용자는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돕자는 취지에서다. 경영계는 환영하는 반면 노동계는 ‘사용자 임의대로 근무량이 폭증하는 주를 만들어 오히려 과로 노동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는 6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개편안을 발표했다. 일주일 최대 노동시간은 52시간에서 80.5시간(주 7일 기준)까지 늘어난다. 현행 최대 근로시간인 주당 52시간은 소정 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을 더했다. 개편안은 이 같은 틀은 유지하되 노사 합의를 거쳐 월(12시간×4.345주=52시간)·분기·연 단위로 연장근로시간을 몰아 쓸 수 있게 한다.
정부가 80.5시간을 산출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시간 연속 노동을 막고 실제 노동시간을 줄인다는 취지로 분기 이상의 경우 연장근로시간의 한도를 설계했다. 이때 ▷분기는 140시간(156시간의 90%) ▷반기는 250시간(312시간의 80%) ▷1년엔 440시간(624시간의 70%) 연장 노동이 가능해진다. 또 일을 마치고 다음 일하는 날까지는 최소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한다. 근로기준법상 4시간마다 30분씩 휴게시간이 보장되므로 13시간에서 1.5시간을 빼면 남는 근무시간은 11.5시간. 여기에 7을 곱하면 주당 최대 80.5시간까지 가능하다. 6일 기준으로 하면 69시간이다.
정부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한 연장근로 시간을 모아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안식월처럼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했다. 이밖에 ▷휴게시간 선택권 강화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연장근로 총량 관리는 근로자 대표와의 서면합의로 도입하고, 연장근로는 당사자 간 합의로 실시하는 등 직·간접적인 장치를 통해 장시간 근로를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정부는 제도 정착을 위해 근로자 대표의 선출·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개입·방해나 불리한 처우를 금지하는 등 근로자 대표의 활동을 보장하는 한편, 다양한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의무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번 개편안이 사용자 임의로 특정기간에 일이 몰리게 해 장시간 노동의 일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주노총 김재남 부산본부장은 “노조가 약하거나 조직이 안 된 사업장에도 이번 개편안이 취지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사업자가 원하는 대로 일정이 짜이는 데다 과로와 공짜 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 자체는 가만 놔두고 있으니 기업에 ‘과로 합법화 면허’를 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