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남의 관공서 무인단속기 납품 과정에서 뇌물을 주고 받은 브로커와 공무원이 무더기 구속됐다. 그러나 정작 브로커에게 납품 비리를 의뢰한 업체는 처벌 규정 부재로 법적 제재에서 벗어났다.

무인단속기 납품 비리 개요도. 부산지검 동부지청 제공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는 부산 경남 공공기관 무인단속기 납품 비리(국제신문 지난 1월 18일 자 8면 보도)에 연루된 납품브로커 A(55) 씨와 공무원·경찰관 등 6명을 구속 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2017년 2월~지난해 9월 자신이 일을 봐주는 무인단속기 제조업체의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8500만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부산시·양산시·김해시·연제구 소속 공무원 총 4명에게 접근해 뇌물을 건넸다. 돈을 받은 공무원들은 납품 계약 체결에 도움을 줬다. 일례로 김해시 7급 공무원 B 씨는 브로커에게 내부 공문서와 예산정보를 흘린 뒤 차명 계좌로 1450만 원을 수수했다. 양산시 5급 공무원 C 씨는 계약 체결을 도운 뒤 ‘인사 청탁에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또 다른 브로커와 함께 6300만 원을 받아챙겼다. 이외에도 전 부산시 5급 공무원 D 씨는 710만 원, 연제구 6급 E 씨(불구속) 는 50만 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 씨가 납품한 제품은 불법주정차·속도신호위반·버스전용차로 단속기나 방범용 CCTV로, 품질 자체의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다.

A 씨가 납품 비리를 통해 챙긴 수수료는 약 21억 원으로 나타났다. 무인단속기의 평균가는 한 대당 3000만 원으로, 제조업체는 100여 대가 넘는 제품을 팔았다. A 씨는 제품 한 대를 팔 때마다 15% 수준의 커미션을 받았다. A 씨는 애초 컴퓨터 부품업에 종사했으나 2000년께부터 브로커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처가 식구 중 한 사람이 고위 공직자인 점 등이 그의 암약에 영향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에게 브로커 일을 맡긴 제조업체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제품을 납품해왔다. 그러다 A 씨가 직접 이 업체에게 납품 비리를 제의하면서 그와 연결됐다. 이 업체는 A 씨에게 커미션을 줘가며 납품 특혜를 얻었지만, 그에 따른 처벌은 피하게 됐다. 현행법상 브로커를 통한 영업을 의뢰한 이를 제재할 규정이 없는 탓이다.

통상 관급 계약은 조달청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해 이뤄진다. 이곳에 조달청 지정 우수제품으로 등록되면, 별도의 입찰 절차 없이 공무원의 제품 선택만으로 계약이 체결된다. 경쟁입찰 제도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검찰은 이 같은 구조가 결국 업체와 담당 공무원 친분에 따라 계약이 결정될 위험이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봉준 형사3부장은 “제조업체가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하고, 지급된 수수료 중 일부는 뇌물로 제공되고 있어 국민의 혈세가 브로커 수수료와 공무원 뇌물로 지급되고 있다”며 “브로커를 이용한 납품업체에 대한 제재 방법이 없다. 이를 불공정 조달 행위로 규정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에 건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A 씨는 부산경찰청 소속 경위 F 씨에게 경쟁업체에 관한 허위 사실을 익명 제보하기도 했다. 해당 업체가 특허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관공서에 납품해 약 111억 원을 챙겼다는 내용이다. F 씨는 경쟁업체를 사기 혐의로 2차례 압수수색 영장, 3차례 구속 영장을 신청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오히려 익명제보자였던 A씨가 납품 브로커인 점을 확인해 수사에 나섰다. 이후 F 씨는 수사 기밀을 A 씨 등에게 흘린 혐의로 구속됐다. 경쟁업체는 경찰 수사로 인해 조달청이 판매 중단 조처를 내리는 등 매출이 90%가량 줄어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