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 최대 52시간 일할 수 있는 근로 시간 제도를 뜯어고쳐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 중 노동 개혁의 일환으로 새로운 정부안이 마련돼 나왔다. 다만 국회 통과가 필요한 부분이 있어 쉽사리 고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는 6일 주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장기 휴가 등을 이용해 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 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40일간 입법 예고기간을 거쳐 오는 6, 7월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현재 법 테두리에서는 근로자 1명이 1주 1시간만 초과해 53시간 일하면 사업주는 범법자가 된다. 사업주가 처벌을 피하고자 실제로 더 일하더라도 52시간만 일한 것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잦다. 이는 결국 공짜 노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부는 현행 기본 40시간과 최대 연장 12시간으로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주 단위의 연장근로 단위를 노사 합의를 거치면 월 분기 반기 연 등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월 분기 반기 연으로 연장근로시간을 살펴보면 월은 52시간(12시간×4.345주) 분기는 156시간(52시간×3개월) 반기는 312시간(52시간×6개월) 연은 624시간(52시간×12개월)이다.

다만 정부는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기 위해 분기 이상은 연장근로 한도를 줄이도록 설계했다. 분기는 156시간의 90%인 140시간 반기는 312시간의 80%인 250시간 연은 624시간의 70%인 440시간만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월 분기 반기 연 단위로 근로 시간을 관리하면 주 단위 근로 시간은 매주 달라질 수 있다. 일이 몰리면 근로 시간을 늘리고 적으면 줄이는데, 이 경우 최대 69시간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휴가를 자유롭게 쓰는 분위기를 마련하고자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 휴가 등에 더해 장기 휴가처럼 쓸 수 있게 한다.

휴게시간 선택권도 폭을 넓혔다. 현행법에선 4시간 일하면 30분 이상 휴식해야 한다. 이에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4시간 일한 뒤 바로 퇴근하고 싶어도 30분 휴식을 취하고 오후 1시30분에 퇴근해야 했다. 이에 1일 근로 시간이 4시간이면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30분 휴게 면제를 신청해 퇴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신설했다.

정부는 이외에도 ▷선택적 근로 시간제를 모든 업종은 3개월, 연구개발 업무는 6개월로 늘리고 ▷탄력근로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사후 변경 가능 절차를 신설하고 ▷근로자대표 선출 관련 규정도 신설해 정비했다.

다만 이번 정부 개편안은 법을 고쳐야 하는 사안이라 국회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의 동의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정부 개편안에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