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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첫눈 관측의 역사, '100년 관측소'

  • 유희동 기상청장
  •  |   입력 : 2023-01-28 06:5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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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만날 우리 가장 행복할 그날, 첫눈처럼 내가 가겠다. 너에게 내가 가겠다.’드라마에 삽입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노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의 가사 일부이다. 이처럼 첫눈은 많은 사람이 손꼽아 기다리는 특별한 순간이고, 노래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첫사랑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할 만큼 의미 있는 기상현상이다. 기상청에서 첫눈을 공식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 기준은 기상 관서 내 관측장소에서 눈 현상이 처음으로 발생한 날을 관측하는 것이다. 부산은 중구 대청동 부산기상관측소에서 기상청 직원이 눈 내리는 현상을 확인했을 때가 첫눈이 내린 날로 인정된다. 만약 그 전에 대청동이 아닌 부산 내 다른 지역에 눈이 왔어도 부산의 공식적인 첫눈은 아니라는 얘기다. 부산의 올겨울 첫눈은 2022년 12월 22일이었다.

부산 관측 대표지점인 부산기상관측소의 역사를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근대기상업무는 1904년 부산, 목포, 인천, 원산, 용암포에 관측소가 설치되면서 시작되었다. 그중 부산은 1904년 4월 1일 관측을 시작했다. 이는 1907년에 조성된 서울기상관측소보다 3년 앞선 것이다. 신창동, 보수동을 거쳐 1934년 지금의 대청동으로 이전해 현재까지 같은 자리에서 기상관측을 이어오며 우리나라 기상관측의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부산기상관측소는, 근대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2001년에 부산광역시 지정기념물 제51호 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부산지역에 첫 눈이 내린 지난달 22일 연제구 한 대로변에서 시민들이 모자를 뒤집어 쓰고 눈 사이를 걷고 있다. 국제신문 DB

부산기상관측소는 또한 2017년 5월에 세계기상기구(WMO)가 선정하는‘100년 관측소’로 지정되었다. 기상 분야의 유네스코 문화재라고 할 수 있는 100년 관측소는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정된다. 100년 전에 설립된 곳이어야 하고, 비활동 기간은 10년 미만이어야 한다. 또 관측환경 정보를 보존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관측자료 품질이 관리되고, 관측자료가 공개되어야 한다. 이렇게 100년 관측소로 지정되려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기에, 전 세계 기상관측소 중 291개소만이 100년 관측소로 선정되었다. 그중 우리나라의 100년 관측소는 서울기상관측소와 부산기상관측소 두 곳뿐이다.

‘100년 관측소’에는 100년 이상의 긴 관측 기간만큼 방대한 기상관측 데이터가 쌓여있다. 부산에는 1904년부터 2022년까지 총 117회의 첫눈이 내렸다. 눈이 단 한 번도 관측되지 않았던 해도 있었는데, 2019년과 2021년이다. 117회 중 첫눈이 가장 많이 내린 달은 몇 월일까? 많은 사람이 첫눈을 산정하는 기간을 헷갈려 하는데, 당해 가을이나 겨울부터 다음 해 초봄까지 전반의 시기를 포함한다. 즉 다음 해의 1월과 2월, 혹은 그 이후까지도 당해의 첫눈으로 기록될 수 있다. 117회 중 12월이 68회로 가장 많았고, 1월이 25회, 11월이 19회 내렸다. 흔하지 않지만, 2월이나 3월에 첫눈이 내린 날도 있었다. 그렇다면 부산에서 첫눈이 가장 빨리 내린 날과 늦게 내린 날은 언제일까? 가장 빨리 내린 날은 1932년 11월 7일이며 가장 늦게 내린 날은 1966년 3월 7일이다. 이처럼 첫눈이 관측되는 날짜는 뚜렷한 경향 없이 큰 변동성을 가진다.

부산기상관측소는 첫눈뿐만 아니라 첫서리, 첫얼음, 첫 관설 등 다양한 기상현상 관측을 수행하며, 1904년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어우러진 공간인 부산기상관측소는 건물의 외관이 해양도시인 부산을 상징하는 배 모양으로 고안되었으며 근대 표현주의 건축양식이 잘 보존되어 있다. 또한 관측소에서 바라보는 부산의 전망이 무척 아름다워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부산기상관측소는 날씨배움터, 기상기록 전시관, 부산기상관측소 역사관, 기상 체험 전시관으로 이루어진‘대청큰마루터 기상전시관’을 운영하고 있으며, 건물 바깥에서는 부산 대표 관측지점의 장비를 둘러볼 수 있다. 부산기상관측소를 방문해 우리나라 기상 역사와 현재가 어우러진 현장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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