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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본, 이태원 참사 수사 '꼬리 자르기'식 종결

구청장 등 6명 구속, 17명 불구속 송치

행안부장관 경찰청장 등 윗선엔 면죄부

유족 대표 등 검찰에 폭넓은 수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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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참사의 수사가 74일 만에 끝났다. 경찰 특별수사본부는 용산구청장과 용산경찰서장 등 6명을 구속하고 1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행안부장관 서울시장 경찰청장 등 ‘윗선’은 무혐의 처분해 꼬리만 잘랐다는 비판을 받는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사흘 뒤인 지난해 11월 1일 501명 규모로 출범한 특수본은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을 관할하는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 서울경찰청, 용산소방서 소속 공무원을 상대로 74일간 수사를 벌였다. 박희영(62) 용산구청장과 이임재(54) 전 용산경찰서장 등 총 23명(구속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넘긴 특수본은 이달 말까지 압수물 기록 정리 작업 등을 한 뒤 해산할 예정이다.

특수본은 이번 참사가 담당 지자체와 경찰, 소방 등 법령상 재난안전 예방·대응 의무가 있는 기관들이 사전 안전대책을 수립하지 않거나, 부실한 대책을 수립해 발생한 ‘인재’라고 판단했다. 특수본은 기관들의 이러한 과실이 중첩돼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보고 각 기관 소속 공무원들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의 공동정범으로 묶었다.

박 구청장과 이 전 서장 외에 용산서 정보관이 작성한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를 삭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 등)로 박성민(56)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 등 경찰 정보라인 간부 2명도 구속 송치했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기소돼 재판을 앞두고 있다.

특수본은 또 핼러윈 축제에 인파가 몰릴 것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안전관리 대책을 세우지 않은 혐의로 김광호(59) 서울경찰청장과 류미진(51)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총경), 정대경 전 서울청 112상황3팀장(경정) 등 서울청 간부 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서울시 전체를 관할하는 경찰 최고 책임자인 김 청장의 경우 당초 구속영장을 통해 신병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특수본은 구속 수사가 아니더라도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해 불구속 수사했다. 용산서 112팀장 등 용산서와 이태원 파출소 소속 경찰공무원 5명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

구조 지휘 책임을 맡은 최성범(53) 용산소방서장과 용산소방서 이모 현장지휘팀장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겼다. 유승재(57) 부구청장 등 용산구청 공무원 2명과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 송은영 이태원역장,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 역시 불구속 송치했다. 이모(76) 해밀톤호텔 대표이사와 이 호텔 별관 1층 주점 프로스트의 대표도 참사 현장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세워 도로를 허가 없이 점용한 혐의(건축법·도로법 위반)로 불구속 송치했다. 특수본은 이들이 설치한 불법 건축물 탓에 참사 당시 인파 밀집도가 높아졌는지도 살폈지만, 참사 책임을 물을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과실치사상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이상민(58) 행정안전부 장관과 오세훈(62) 서울시장, 윤희근(55) 경찰청장, 서울시 자치경찰위원회 등은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다. 아울러 수사 과정에서 직무상 비위가 발견된 서울시와 행안부 등 공무원 15명에 대해선 범죄가 성립될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징계 등 내부 조치를 하도록 해당 기관에 통보했다. 특수본은 이 장관에 대해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참사를 예견하고 막을 가능성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꼬리자르기 식’ 결과는 수사 초기부터 예상됐다. 참사 직후부터 행안부 책임론이 불거졌지만 특수본은 ‘법리 검토 중’이라며 미적대다가 참사 발생 19일 뒤인 지난해 11월 17일에야 강제수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 장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정치적으로 좌고우면해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소방노조 고발 사건도 이 장관 소환조사는 생략한 채 수사를 마무리했다.

서울시도 마찬가지다. 상대적으로 용산구청에 수사력이 집중됐고 정작 상급 기관인 시 수사는 동력이 없었다. 시가 참사 직후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곧바로 가동한 것처럼 언론 배포용 자료를 허위 작성했다는 의혹을 들여다봤지만, 참사 책임을 규명하는 수사 본류와는 거리가 멀었다.

특수본은 참사의 일차적 책임을 지는 용산구청과 달리 행안부와 서울시에는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가 곧바로 부여돼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논리를 내세워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특수본은 또 시에 참사를 예견할 수 있었던 구체적 정황도 확인되지 않았고, 용산구청에 대한 감독책임도 묻기 어렵다고도 판단했다.

경찰 수장인 윤 청장에 대한 수사도 시종일관 헛물만 켰다. 특수본은 수사 초기인 11월 8일 윤 청장의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휴대전화 등을 확보하면서 본격적인 수사를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뚜렷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결국 입건 전 조사 단계에서 수사를 끝냈다.

경찰청장에게도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 사무는 경찰청장의 사무가 아니고, 핼러윈 안전대책 관련 내용도 보고받지 않아 참사를 예견할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서울경찰청장을 포함해 부하 경찰관들에 물은 책임을 윤 청장에게는 적용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했다.

특수본이 경찰청장과 독립적으로 수사한다고는 했으나 경찰로 구성된 특수본이 경찰 수뇌부를 겨냥할 수 있을지엔 처음부터 의구심이 제기됐다.

이런 경찰의 ‘셀프 수사’의 한계 때문에 최근 개시된 검찰의 보강수사에 눈길이 쏠린다. 검찰 재수사 과정에서 윗선 수사의 불씨가 살아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여러 부서에서 검사를 차출해 수사팀을 꾸린 뒤 특수본이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한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서울경찰청·경찰청을 포함해 10곳을 다시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윗선에 닿을 수 있는 새로운 수사 단서를 확보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특수본 수사기록을 넘겨받아 무혐의 판단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무혐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불송치 위법·부당 이유서’를 첨부해 특수본에 재수사를 요구하거나, 아예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왼쪽)와 이정민 부대표가 13일 오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출석하기 전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은 검찰에 폭넓은 수사를 촉구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와 이정민 부대표는 이날 오전 피해자 진술을 위해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에 “특수본 수사에서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검찰에서 더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수본이 처음 수사를 맡았을 때 ‘가족이 가족을 수사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며 수사 결과에 짙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특수본이)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해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했고, 역시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시장 등 관련자 소환조사는 없었다”며 “500명이나 되는 거대조직으로 이 정도로밖에 수사를 못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이어 “검찰은 특수본보다는 더 나은, 더 큰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는 기대로 피해자 진술을 하러 왔다”고 덧붙였다.

이 부대표도 박 구청장과 이 전 서장에게 책임을 묻는 것으로 마무리돼선 안 된다며 경찰청장이나 행안부 장관 등 지휘부에 책임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한 수사를 명확히 해서 책임 여부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수본에서 수사 결과나 상황 설명을 전혀 하지 않아 어떤 경위로 수사가 됐는지 유가족들은 전혀 모른다”며 “검찰에서는 추가로 수사하는 부분을 설명해달라고 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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