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구가 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에 ‘조방’(조선방직)을 함께 표기하는 방안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구는 구청장 공약 사업으로 한때 활기 넘치던 조선방직 일대의 상징성을 지하철 역명에 넣어 지역 홍보를 통해 침체한 상권을 되살리겠다는 입장인 반면, 구의회에서는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고향인 동구에서 일제 수탈 기업을 역명으로 사용하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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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제강점기 부산 동구 범일동에서 가동되던 조선방직주식회사 여공들의 작업 현장. 국제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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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동구의회 등에 따르면 동구는 연내 예산 2000만 원을 들여 도시철도 1호선 범일역에 ‘조방’을 표기하는 방안을 설문 조사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김진홍 구청장의 공약사업으로 시민에게 널리 알려진 지명(조방)을 앞세워 동구 상권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동구는 설문조사 이후 정식으로 부산교통공사에 역명 병기를 요청할 계획이다.
조방은 오늘날 동구 범일동 일대를 일컫는 익숙한 명칭이다. 하지만 뿌리는 1917년 일본 미쓰꼬시 기업이 세운 대표적인 수탈 기업이자 군수 공장인 ‘조선방직’에 두고 있다. 조선방직은 여성 근로자들이 1930년 임금 체불과 민족 탄압에 항거한 대규모 총파업을 벌일 정도로 당시 조선인을 착취한 기업으로 꼽힌다. 파업 이후에도 장시간 저임금 노동 및 노동자 탄압은 계속됐다.
이에 동구의회 등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동구는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곳으로, 동구 좌천동 금성고등학교 벽에는 동구를 대표하는 독립운동가 29인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29인 중 한 명인 이광우 선생은 당시 조선방직을 폭파하는 방안을 추진한 인물이다. 한쪽에서는 ‘조방’을 없애자는 인물을 기념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조방’을 내세워 홍보하겠다는 모순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구의회 이희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하철 역명 병기를 하려면 임진왜란 첫 격전지인 ‘부산진성’을 함께 쓰는 게 맞다”며 “항일 저항의 상징인 부산진성을 찾는 관광객이 ‘조방’이라는 이름을 보고 길을 찾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동구 관계자는 “원도심 살리기 방안의 하나로 부산교통공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행정 명칭인 범일동보다 조방 앞이 시민에게 친숙하고 인지도가 높아 주민 여론 등 수렴 절차를 거쳐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