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명이 숨진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규명 중인 경찰이 참사 발생 50일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피의자 구속이 불발되면서 공무원 과실책임 입증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일 출범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19일 현재 경찰·소방·행정 공무원을 중심으로 20여 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지만, 참사의 직접 원인과 관련한 피의자 중 단 한 명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다. 수사가 더뎌지면서 특수본이 이른바 핼러윈 위험분석 보고서 삭제 의혹 등 참사 원인과 직결되지 않은 사안에 수사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1일 501명 규모로 출범한 특수본은 가장 먼저 참사 발생의 원인이 된 공무원들의 과실 책임을 규명하는 작업에 집중했다. 같은 달 7일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서장,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을 입건해 이들의 부주의와 무능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사가 일어났다며 업무상과실치사상 공동정범 혐의를 적용했다. 유승재 용산구 부구청장과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 등도 함께 입건했다. 하지만 이 전 서장과 송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지난 5일 기각되면서 수사에 균열이 생겼다. 증거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없다는 이유였지만, 특수본이 구성한 업무상과실치사상 법리가 치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용산구청장과 용산소방서장 등 참사 1차 책임 기관장들의 신병을 추가로 확보하려던 계획도 무산되면서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특수본은 참사 발생 후 경찰과 소방 등에서 자행된 증거인멸·조작 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집중했다. 참사 책임을 회피할 의도로 증거를 인멸하고 조작한 행위에 엄정 대응한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참사의 본질과 무관한 사안에 수사력을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일부 피의자에 대해선 사실상 수사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특수본은 수사 초반 행안부의 참사 책임과 관련해 ‘법리 검토 중’이라고 미적대다가 참사 발생 19일 뒤인 지난달 17일에야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이 장관의 집무실을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수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다.

호텔을 불법 증축해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의혹을 받는 해밀톤호텔 이모 대표이사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