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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도 시설도 노인부양 부담 가중…지역사회 돌봄은 시대 과제”

김용익 전 건보공단 이사장

  • 이선정 기자 sjlee@kookje.co.kr
  •  |   입력 : 2022-11-27 19:18:4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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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화두 ‘전 국민 돌봄보장’ 제시
- 집에서 지내며 받는 복지서비스
- 데이케어·공유주택 등 확대 필요
- 탈가족·탈시설 자연스레 이뤄져

- 일자리 창출로 경제성장 선순환
- 여성 돌봄서 해방돼 생산인구 ↑

“노인 수가 급증하는 인구 구조 변화로 ‘돌봄’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 과제가 됐습니다. 가족과 시설에 의존했던 종전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지역사회가 돌봄의 주체가 되도록 사회 전반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지난 22일 신라대 사회복지연구회 주최로 교내 도서관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특강을 펼친 김용익(70) 전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한국 보건복지의 새 화두로 ‘지역사회 돌봄(커뮤니티 케어)’을 제시했다.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인 그는 1990년대 의료보험 통합과 의약분업 때 핵심 역할을 했고, 참여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 사회정책수석비서관, 제19대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 때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낸 우리나라 보건의료개혁 역사의 산증인으로 꼽힌다. 작년 12월 건보공단 이사장직 퇴임 후 올해 돌봄과미래라는 단체를 만들고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돌봄운동’에 뛰어들었다. 돌봄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려 건강보험을 통해 ‘전 국민 의료보장’을 일궜던 것처럼 ‘전 국민 돌봄보장’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왜 돌봄이고, 왜 돌봄의 주체가 지역사회가 돼야 하는가에 관한 김 이사장의 답변은 명쾌했다.

-지역사회 돌봄이란 무엇인가.

김용익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지난 22일 신라대 도서관에서 특강에 앞서 지역사회 돌봄의 필요성과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노인 장애인 환자 등 돌봄이 필요한 이들이 시설이나 병원에 입소·입원하지 않고 자기 집에서 지내면서 필요한 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언제든지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과거 돌봄은 모두 가족의 몫이었다. 특히 노인 부양은 가족 부담이 너무 커지는 문제가 발생하니 점차 요양원 요양병원 등 시설에 맡기게 됐는데, 문제는 이 같은 돌봄의 시설화는 돌봄 대상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시설에서 지내게 된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부양의 문제를 온전히 가족의 몫이거나 또는 시설의 책임이 아닌, 지역사회 돌봄이라는 제3지대를 만들자는 것이다. 제3지대에선 탈가족화·탈시설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의사 간호사 약사 사회복지사 등 전문인력의 방문 서비스를 확대하고, 주간보호센터(데이케어센터)를 많이 지으면 자기 집에 살면서도 가족이 경제활동을 하는 시간은 가족이 아닌 지역사회의 돌봄을 받을 수 있게 돼 탈가족화가 이뤄진다. 요양원 요양병원 등 시설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이용하되 이곳에서 기능을 개선해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 ‘순환적 돌봄’이 정착하면 탈시설화로도 연결된다.

-수요가 얼마나 될 것으로 추정하나.

▶건보공단 자료를 보면 2019년 말 기준 노인 신체장애인 등 수발 필요한 인구는 약 220만 명, 만성질환 및 영유아 등 관리 필요 인구는 275만 명, 감염병 환자 등 진료 필요 인구는 90만 명으로, 총 585만 명이 지역사회 돌봄을 필요로 한다. 2020년 15%이던 노인 인구 비중이 2025년엔 20%를 초과하는 등 급격한 고령화로 돌봄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노인 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노인 부양 문제는 이미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지역사회 돌봄 사업이 축소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수요가 이미 많아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요 인프라는 어떤 게 있나.

▶돌봄 대상자가 집에서 지내려면 먼저 집을 고쳐야 한다. 휠체어를 이용한다면 문 확장 공사를 해야 할 것이고, 화장실도 미끄럽지 않도록 바꿔야 한다. 노인 중증장애인 등 재가 돌봄 대상자를 위한 주택개량 수요는 192만 호 정도로 추정된다.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1, 2인용 장기임대주택인 ‘지원주택’도 필요하다. 이러한 공유주택엔 입주민의 식사를 제공하는 공동식당, 함께 지낼 수 있는 공동거실, 운동치료 등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실이 필요하다. 전문인력이 상주하는 주야간당직실을 갖춰 유사시 병원 이송이 용이하도록 해야 한다. 부유층만을 위한 실버타운이 아닌 서민도 큰 부담 없이 입주할 수 있도록 돌봄 대상자를 위한 장기임대주택이 대량 공급돼야 한다. 서구에서는 노인 인구의 대략 2~10%가 공급됐는데,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에는 20만~100만 호가 공급돼야 한다. LH(한국주택공사)의 장기임대주택사업에 노인복지주택 등을 할당하면 된다. 인프라 확대는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 차원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지역사회 돌봄이 왜 시대 과제인가.

▶인구 구조 급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3765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20년 3736만 명, 2060년 2058만 명 등으로 계속 하락해 종전처럼 청년과 남성 노동력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려면 노인 여성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가 필수다. 65~75세 노인은 물론 장애인에게도 일자리를 주고, 아동과 노인 부양을 주로 담당해왔던 여성을 돌봄이라는 희생에서 자유롭게 해 주면 이들이 생산인구로 편입될 수 있다. 돌봄 해결은 생산가능인구 확대, 즉 경제 문제다.

-‘복지 확대=퍼주기’로 보는 시선도 강한 게 사실이다.

▶ 아니다. 오히려 지역사회 돌봄은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주간보호센터는 현재 전국 6000개에 그친다. 유치원(교육·보육시설)이 4만5000개가 있는데 아동을 맡는 시설이 이 정도이니 노인 등을 담당하는 주간보호센터도 그만큼인 5만 개 정도로 늘려야 한다. 주간보호센터가 늘면 사회복지사 운동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전문인력만 50만 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관리인력까지 포함하면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어마어마하다. 이들이 세금을 내고 건보료를 내면 재정이 다시 확충될 것이고, 이것이 복지로 다시 쓰이게 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돌봄 관리에 신기술을 적용, 스마트화하면 정보산업 발전으로도 연결된다. 새로운 뉴딜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이 다양하다. 기능을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야 하나.

▶전문인력의 가정방문 서비스와 돌봄 대상자의 기관(주간보호센터) 방문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팀 어프로치(서비스 제공자가 한 팀이 돼 문제 해결에 접근)가 필요하다. 이렇게 되면 보건-복지-주거 3요소가 통합된 체계로 이상적인 지역사회 돌봄이 이뤄질 수 있다. 재정 운용은 건보, 노인장기요양보험, 각종 장애인 예산이나 정부·지자체 예산 등이 결합된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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