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회사 매각 추진 당시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받은 2000억 원대 계약금 소유권이 자사에 있다며 제기한 1심 소송에서 이겼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16부(문성관 부장판사)는 17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이 현산과 미래에셋증권을 상대로 낸 질권 소멸 통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뉴스

재판부는 아시아나항공 금호건설이 현산 미래에셋에서 받은 계약금 2500억 원을 돌려줄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산과 미래에셋에는 계약금에 대한 질권 소멸 통지와 함께 아시아나항공에 10억 원, 금호건설에 5억 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계약서의 진술 및 보장 조항과 확약 조항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어서 피고들에겐 거래를 종결해야 할 의무가 발생했다”며 “이 사건 인수 계약은 원고들의 해지 통보로 인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들이 지급한 계약금도 인수 계약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위약벌(채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 내야 하는 벌금)로 모두 원고들에게 귀속된다”며 “계약금에 설정된 질권 또한 모두 소멸했으며 피고들에겐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인정했다.

판결이 확정되면 현산과 미래에셋증권이 이미 지불한 계약금 2500억 원은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건설에 귀속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산은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수용해 향후 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산은 2019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현산·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금호건설과 아시아나항공 M&A 협상을 벌였으나 2020년 9월 금호건설이 계약해지를 통보하면 협상이 결렬됐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어려워지자 현산이 아시아나항공 12주 재실사를 요구한 게 계기였다. 갈등 끝에 채권단이 매각 대금 인하를 제안했으나 현산이 재실사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금호건설은 인수 무산 책임이 현산에 있다며 2020년 11월 2500억 원 상당의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계약을 파기한 현산에 책임을 묻고 위약금 지급을 요구하는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현산 낸 인수대금 2조5000억 원의 10%인 계약금 소유권을 주장한 것이다.

현산은 “이행 거절이나 계약 포기가 아니고 인수 대금을 내기 위한 선행 조건 확인은 매수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계약에 거래 종결 선행 조건을 위해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인수 의지가 있었음을 주장했다. 그런데도 금호건설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는 이야기다. 반면, 금호건설은 “현산 측이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부채 증가를 문제 삼았다”며 “선행 조건을 모두 충족했는데도 현산이 거래 종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적법하게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산은 항소 방침을 밝혔다. 현산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 중 매도인측의 귀책으로 발생한 부정적 영향이 판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며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후 항소하는 등 주주와 이해관계자를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