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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한 삼촌의 카메라 들고 부친도 참전…韓 처참함 담았죠”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7> 호주군 故 콜린 괴벨 씨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2-10-24 19:55:42
  •  |   본지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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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똑했던 삼촌 대공황 속 입대
- 日서 군복무하다 한국전쟁 투입
- 가평전투 머리 총상 입고 전사

- 아버지도 휴전 뒤 임진강 복무
- 삼촌 카메라로 곳곳 풍경 담아

- 조카 로저 괴벨 씨 50년 뒤에야
- 기념공원에 잠든 삼촌께 인사
- “다른 국가 돕는 멋진 나라됐다”

“나의 아버지와 삼촌 모두 한국에서 군복무했는데, 삼촌은 돌아오지 못했어요. 아버지는 삼촌의 유품인 카메라로 한국 풍경을 찍으며 삼촌을 추억한 것 같아요.”
로저 괴벨 씨의 아버지 리나드 괴벨 씨가 1954년 한국에 파병돼 삼촌의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아래 포함). 로저 괴벨 씨 제공
호주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고 콜린 괴벨 씨의 조카 로저 괴벨(68) 씨가 삼촌과 아버지 고 리나드 괴벨 씨의 애틋한 형제애를 여러 사진으로 설명했다. 삼촌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뒤 집으로 유품이 돌아왔는데, 텅 빈 앨범 한 권과 카메라가 들어있었다.

“아버지는 삼촌의 카메라를 들고 한국으로 투입됐고, 여러 장의 사진을 찍어 우리 가족에게 보냈다. 이게 삼촌을 추억하고 기억하는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한 것 같다.”

■성공한 사업가가 됐을 삼촌

괴벨 씨의 삼촌은 1926년 7월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서 태어났다. 7남매 중 아버지는 다섯째, 삼촌은 여섯째였다. 아버지가 들려준 삼촌은 다소 건방졌지만 총명했다. 여자친구 사귀는 것도 좋아했고 친구와 함께 노는 것도 즐겼다. “당시 우리 할머니가 돌아가신 상황이라 7남매가 뿔뿔이 흩어져 각기 다른 곳에서 지냈다. 함께 지내지는 않았지만 7남매는 계속 연락을 유지했다.”

아버지는 농장으로 가서 일했지만, 삼촌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1944년 8월 공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사무직으로 일했다. 다른 형제 1명을 포함해 3형제 중 삼촌이 가장 똑똑했고 교육도 많이 받았다. “삼촌이 군대에 입대하지 않았으면 성공한 사업가가 될 수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도박을 자주 해 감옥에서 시간을 보냈을 수도 있다. 당시 대공황이 이어져 많은 사람이 돈을 벌지 못했던 시기였다. 돈을 벌기 위해 많은 소년이 자원입대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삼촌은 일본에서 영연방 점령군으로 복무 중이었다. 호주로 돌아올 것 같았던 삼촌은 처자식이 없어 한국전쟁에 자원했다. 그러나 삼촌은 1950년 11월 5일 경기도 가평전투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 전사했다. 그때 나이 24세. 삼촌의 전사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깊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삼촌이 일본에 있었을 때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삼촌은 실종 상태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공식적으로는 현장에서 사망이라고 했다. 뒤에 삼촌의 부검보고서를 읽었는데, 삼촌이 머리 부위에 총상을 입고 고통 없이 전사했을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이를 아버지에게 알렸더니, 아버지는 삼촌이 총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편하게 갔을 것이라 이야기했다.”

■삼촌 카메라로 한국을 담은 아버지

로저 괴벨 씨의 삼촌 콜린 괴벨(왼쪽) 씨와 아버지 리나드 괴벨 씨.
6남매 모두가 삼촌의 귀환을 바랐지만, 삼촌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1942년 8월 이미 군에 입대했던 아버지는 삼촌의 유품 중 카메라를 들고 삼촌이 전사한 한국으로 향했다.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휴전했지만 38선 인근에서 산발적인 전투가 이어졌다. 아버지는 1954년 4월 한국으로 투입돼 임진강 등에서 복무했다.

“아버지는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때 호주에서 새로운 병사를 양성시키는 일을 했다. 아버지가 교육한 군인은 한국전쟁에 참전했지만, 아버지는 삼촌이 한국에서 전사해 곧바로 한국으로 투입되지 않았다. 전쟁이 끝난 뒤 아버지도 한국에 갔지만 이마저도 호주에 아내와 내(자녀)가 있어 일찍 돌아왔다.”

아버지는 그해 12월 호주로 무사히 귀국했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기에 앞서 모든 가족의 마음을 담아 삼촌을 추모하는 메모가 신문에 실렸다. 삼촌이 한국에서 전사한 지 꼭 4년이 지난 1954년 11월 5일이었다. 추모 메모에는 ‘한국에서 전사한 우리 형제를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남매가’라는 메시지가 적혔다.

아버지가 삼촌의 카메라로 담은 전후 한국의 모습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모든 것이 폐허인 슬픈 나라였다. “아버지가 서울 한가운데 섬이 있는데, 땅콩 농장이라고 이야기해줬다. 또 한국인은 매우 가난했지만 단정하고 깨끗한 옷을 입고 예의 바르다고 이야기했다. 전쟁이 휩쓴 한국의 겨울은 매우 추웠다는 말을 들었다.” 이어 “당시 카메라도 희귀하고 필름도 구하기 쉽지 않았는데, 아버지가 미군에게서 필름을 받아 열심히 사진을 찍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버지의 삶은 나의 뿌리

로저 괴벨 씨의 가족이 1954년 11월 5일 지역 신문에 남긴 추모 메모(위)와 삼촌 콜린 괴벨의 전쟁 참전 메달.
괴벨 씨는 50여 년이 지난 뒤 삼촌과 아버지가 밟았던 한국 땅을 밟았다. 삼촌이 잠들어 있는 부산 남구 대연동의 유엔기념공원뿐만 아니라 아직도 철책으로 막힌 비무장지대 등도 방문했다. 유엔기념공원에 잠든 삼촌에게 아버지와 가족의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삼촌과 이름이 똑같은 나의 형도 삼촌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내 형이 태어나자 삼촌의 이름을 따 형의 이름을 똑같이 콜린이라 지었다.”

그는 삼촌과 아버지가 보지 못한 발전한 한국의 모습과 풍경을 2000여 장의 사진으로 기록했다. “DMZ를 방문해보니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유지하는 일이 왜 그렇게 필요했는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삼촌과 아버지가 방문했을 때와 달리 한국은 훌륭한 생산성과 기회를 가진 멋진 나라가 됐다. 또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귀국 후 삼촌의 카메라로 아버지가 찍은 사진과 한국 방문 때 촬영한 사진을 엮어 가족사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만들기도 했다. “한국 방문에서 매우 깊은 감명을 받았고, 이 감동을 가족과 나누기 위해 이 자료를 만들었다. 아버지는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보고 엄청나게 변한 모습에 놀라고 기뻐하기도 했다.” 이 자료를 만든 또 다른 이유도 설명했다. “아버지의 삶은 곧 나의 뿌리다. 내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도 아버지 이야기를 알아야 했다.” 2017년 8월 그의 아버지도 삼촌을 따라 영면에 들어갔다.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과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협조를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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