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플러스’(OPEC+) 산유국의 대규모 감산 결정을 두고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은 사우디가 감산을 주도해 러시아의 전쟁을 도왔다며 거듭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하자 사우디는 감산은 오로지 경제적 결정이었다고 맞섰다. 사우디는 오히려 미국 정부가 중간선거를 의식해 감산 보류를 요청했음을 내비쳐 미국의 치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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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포틀랜드 베스킨라빈스에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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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외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성명에서 “미국 정부의 제안대로 OPEC+의 감산 결정을 한 달 미루면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이런 점을 미국에 꾸준히 밝혔다”고 말했다. 다음 달 8일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감산 결정을 한 달이라도 미루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시장에 원유가 꾸준히 공급되면 미국 내 휘발유값 인상 요인도 억제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상·하원의 근소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려 한다.
외신은 사우디가 성명에서 선거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한 달 지연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굳이 밝혀 미국 측 감산 요청의 정치적 동기를 암시한 것으로 풀이했다.
사우디는 또 지난 5일 OPEC+의 감산 결정이 ‘러시아의 편’을 든 것이며, 미국에 반대하려는 정치적 동기에 따른 것이라는 시각에 “전적으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산은 순전히 경제적 맥락에서 나온 OPEC+의 결정에 기반한 것”이며 “결정은 합의로 수용됐다. 수요·공급의 균형을 고려했으며, 시장 변동성을 억제하려는 의도”라고 감산 결정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연일 강경한 메시지를 내고 있다. 존 커비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감산 결정을 내릴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사우디가 러시아와 함께 감산을 주도한 건 러시아를 도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감산이 러시아의 원유 수출 실적을 늘려주고 제재의 효과를 무력화함을 알고도 사우디가 감산을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감산 결정이 합의로 통과됐다는 사우디의 주장에 “OPEC 회원국들이 사우디의 결정을 지지하도록 압박을 느꼈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 상황에 비춰볼 때 감산을 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 자료를 사우디에 제공했다. 또한 약 한 달간 지켜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손쉽게 기다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도 “대통령이 분명히 밝혔듯이 그런 결정은 후과가 뒤따를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중에도 그런 것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산 결정에 “매우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1일 CNN 인터뷰에서 OPEC+의 석유 감산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한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고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친 바 있다. 당시 바이든은 “상·하원 의원이 의회로 돌아오면 사우디가 러시아와 한 짓에 후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사우디에 무기 판매 중단을 고려하느냐는 질문에도 “내가 무엇을 고려하고 생각하는지 밝히지 않겠지만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자리에선 관련 상황을 묻는 기자들에게 “곧 대화를 나눌 것”이라며 여지를 남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미국과 사우디가 지역 안보와 사우디에 사는 미국인의 안전을 포함해 다양한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다고 지난 14일 언론 브리핑에서 밝혔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사우디와 관련해 우리는 계속해서 다양한 이해 관계를 갖고 있다. 그 중 큰 부분은 지역 안정에 중요한 안보 관계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이 유지해야 할 광범위한 국가 안보 이익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7만 명 이상의 미국 시민이 사우디에 살고 있으며 그들의 안전도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사우디를 압박하면서도 대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