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전국 곳곳은 영롱한 분홍빛으로 물듭니다. 주인공은 바로 가을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핑크뮬리입니다.
핑크뮬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립니다. 이른바 인생샷 명소로 ‘관광 활성화’의 주역이라는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외래종 유입으로 토종 생태계를 교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핑크뮬리의 명과 암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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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생태공원의 핑크뮬리.이세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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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뮬리의 원산지는 미국입니다.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조경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2013년께 국내에 도입돼 군락지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국 자치단체들도 앞다퉈 핑크뮬리 군락지를 만들고 있는데요.
부산에선 을숙도생태공원과 대저생태공원에 군락지가 있습니다. 대저생태공원만 해도 3300평에 달합니다. 경남에서는 4840평 규모의 합천 신소양체육공원이 대표적입니다. 울산 태화강과 전남 순천만에서도 핑크뮬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울산시 태화강국가정원과 김병도 주무관] “전국적으로 핑크뮬리 열풍이 있었죠. 그래서 관광자원으로도 이색적인 색깔도 있고 하니까 그때 저희가 일부 같이 조성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경남 합천군 산림과 이남웅 주무관] “핑크뮬리가 이제 절정기니까 주말에는 사람들이 좀 많이 오십니다. 10월 1~3일 합해서 한 1만 2000명 정도 찾으신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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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생태공원에서 관람객들이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곳의 핑크뮬리 군락지 규모는 약 3300평이다.이세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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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핑크뮬리가 마냥 예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환경부는 2019년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으로 분류하고 식재 자제를 권고했습니다. 위해성 등급 체계는 1~3단계로 나뉘는데, 2급은 향후 위해가 나타날 우려가 커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경우입니다.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조소연 전임연구원] “2013년부터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식재하는 곳이 점점 증가했습니다. 2019년에 한 번 생태계 위해성 평가를 실시했고, 그래서 위해성 등급은 2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외래종인 핑크뮬리가 토종 식물을 밀어내고 있다는 우려도 큽니다. 특히 환경단체는 강한 번식력과 생존력을 가진 핑크뮬리가 급속도로 퍼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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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이세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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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 “어떤 지역이든 자기의 토양과 지형에 맞춰서 식생들이 자라나게 되는데, 거기에 사람들이 인위적으로 개입해서, 사람들을 모집하기 위한 호객 행위로서 식재하는 거거든요. 원래 그(핑크뮬리 군락지) 자리가 억새라든지 그런 친구들이 서 있던 자리였죠. 최소한 (군락지를 만들기 전에) 10년 이상은 지켜봐야 됩니다. (외부에서) 들어오는 식물에 대해서 생태적 특성들을 면밀히 판단돼야 하는데 사실은 그런 것들이 잘 안 이루어졌죠. 대저생태공원이라든지 낙동강 하구에 있는 둔치부, 을숙도까지 포함해서 양미역취라고 있습니다. 양미역취도 처음에는 원예용으로 들어왔습니다. 유입된 이후에 기존의 터줏대감 식물들을 몰아내고 결국은 대군을 이루고 있거든요. 그렇게 됨으로 해서 종 다양성에 대단히 큰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위해성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핑크뮬리를 포기하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환경부의 권고 이후 행정기관에서 심은 약 2300㎡ 규모의 핑크뮬리를 모두 제거했습니다. 거제시도 거제식물원 진입로에 조성된 핑크뮬리 단지를 철거했습니다. 울산시는 2024년까지 울산대공원의 핑크뮬리 군락지를 없애고 그 자리에 동백 정원을 가꿀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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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대공원의 핑크뮬리 단지는 카멜리아 정원으로 꾸며질 예정이다.이세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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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공원 공원시설팀 이준형 주임]“(동백나무가) 남부 지방 특성수라는 특징이 있고 특색 있는 공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조정하기로 했습니다. 현재는 절반 정도의 (핑크뮬리) 면적을 지금 제거하고 동백을 식재한 상태고요. 내년에 전체적으로 핑크뮬리를 다 제거한 후에 동백나무를 추가 식재할 것 같습니다.”
환경부는 당장은 확산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고 보고 있지만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른 확산 가능성은 충분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관람객 역시 종자가 확산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국립생태원 외래생물팀 조소연 전임연구원] “확산을 막기 위해서 핑크뮬리가 핑크색에서 회색으로 변하는 11월 중순 지상부를 모두 수거해서 소각하고 그 과정에서 종자나 식물체가 다른 곳으로 산포되지 않도록 주의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방문객들에 의해서 확산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식재지 근처로 가서 종자를 묻혀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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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저생태공원의 한쪽 편에 자리한 갈대밭.이세영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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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트렌드가 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핑크뮬리. 핑크빛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앞서 외래종의 무분별한 확산을 막기 위한 관심과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올가을에는 핑크뮬리에만 주목하기보다 국내 토종 식물에도 시선을 돌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국제신문이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