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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붉은 여우에게 ‘어린왕자’ 읽어주는 캣맘

소백산에서 부산 이사한 여우 돌보는 하경숙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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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부산 해운대에 멸종위기 보호종인 ‘붉은 여우’가 등장해 화제가 됐습니다. 지난해 12월 소백산에서 방사된 두 살배기 수컷 여우인데요. 5개월째 붉은 여우의 먹이를 챙겨주고 있는 ‘팍스맘’이 있다고 합니다. 뉴스레터 ‘뭐라노’가 만나고 왔습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 고개 인근에 나타난 붉은 여우. 오찬영 PD
붉은 여우.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호주에서 주로 발견됩니다. 국내 붉은 여우는 1960년대 ‘쥐잡기 운동’ 때문에 멸종 위기를 맞았다는 설이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독극물을 먹은 쥐를 섭취한 토종 여우가 죽어나가면서 개체량이 감소했다”고 분석합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생물종보전원은 2010년부터 토종여우 복원에 나섰는데요. 2011년에는 한 밀수업자가 토종 붉은여우 4마리를 번식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야생에 74마리가 사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이종남 부회장] “환경부 산하에 멸종위기종동물센터가 소백산에 있습니다. 그곳에서 종 번식을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그중에서 붉은 여우가 번식시킨 개체들을 계속 (자연으로) 내보냈거든요.”



붉은 여우가 해운대 달맞이길에서 발견된 시기는 지난 6월. 붉은 여우 목에 달린 GPS를 분석했더니 서식지이던 소백산에서 부산까지 400㎞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이종남 부회장] “수컷 종인데 번식이 끝나면 수컷은 독립을 합니다. 소백산에는 너무 많은 개체들이 있기 때문에 따로 자기 영역을 찾다가 부산까지 내려오게 된 겁니다.”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 “자연 상태에서는 400km씩 움직이지는 않아요. (서식지가) 전부 개발이 돼가지고 안정적으로 있기에는 좀 부족하니까 해운대 달맞이까지 (왔어요). 여건은 나쁘지만 안정적으로 숨을 곳도 있고 적응력이 뛰어나서 현재 상황을 유지하고 있는 걸로 생각해요.”

붉은 여우 영주~부산 이동경로. 그래픽 = 오찬영PD
하경숙(67) 씨는 달맞이고개에서 붉은 여우를 처음 발견해 야생동물보호협회에 신고한 주인공입니다. 10년 째 길고양이 먹이를 나눠주고 있는 ‘캣맘’ 하 씨는 요즘 붉은 여우 먹이까지 챙긴다고 합니다.

[하경숙 씨] “달맞이 일대 길냥이들 밥주는 캣맘입니다. 힘없고 나약한 고양이도 결국은 사람이 키우다가 내쫓아가지고 길에서 살게 됐잖아요. 말 못하는 가여운 생명들을 돌봐주는데 전념하게 된 거죠. (캣맘이 된 지)10년 됐죠.”

붉은 여우와 첫 만남은 어땠을까요?

[하경숙 씨] “적이 나타나면 고양이도 경계를 하거든요. (붉은 여우도) 몸을 동그랗게 말아가지고 있었어요. 딱 보니까 늑대 같기도 하고 여우 같기도 한 애가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고 있는 거예요.”

붉은 여우에게 밥을 어떻게 공급할까요?

“비스트로캔이나 참치 캔을 사서 한 통을 다 부어요. 닭 가슴살을 몇 개씩 얹어줘요. 비닐봉지 두 겹을 겹쳐서 캔 하나 넣고 닭 가슴살 여러 개 넣어서 던져주면 물고 가요.”

여우와 교감은 어떻게 할까요?

“(애칭은) 우리 아기입니다. 저는 엄마. 저한테는 아기니까. 가방을 여기다 놓고 우리 아기랑 보고 있으면 엎드려서 꼬리를 앞으로 해서 보는 거예요. 제가 이제 이야기를 해줘요. 어린 왕자에 나오는 이야기. 어린 왕자 이야기도 해주고 이러면 정말 들어요.”

붉은 여우에게 동화 어린 왕자를 읽어주는 하경숙(67세) 씨. 하씨가 여우에게 사랑한다고 하자 여우는 이를 알아 듣기라도 한 듯 하씨를 바라본다. 하경숙 씨 제공
부산에서 토종 붉은여우를 만날 수 있는 건 반가운 일이지만 여우가 야생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부산야생동물보호협회 이종남 부회장] “현재 머물고 있는 지역은 (주식인) 쥐 종류가 좀 부족하고요. (시민들이) 캔으로 돼 있는 참치라든지 닭고기 이런 것을 가져와서 주기도 하는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람이 섭취하는 음식을 여우가 섭취해도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야생의 먹이를 잡아 먹는 습성을 잃어버리는 현상이 있어서….”

[한반도 야생동물연구소 한상훈 소장] “여우가 도심에 사는 게 잘못됐다고 하는 인식을 바꿔야죠. (여우의) 생활 여건을 제공해 주는 도시로서의 탄생을 의미하니까. (일본) 삿포로라든지 외국의 많은 도심 지역에도 여우가 살고 있어요. 우리의 생각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그런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경숙 씨] “관광객들이 많이 보고 사람들이 들개라고 무서워서 돌멩이질을 하는 게(걱정이 돼요.) 여우가 눈을 맞거나 머리를 맞아서 터지거나 하면 잡히지도 않는데 치료를 해줄 수가 없잖아요. 생명이 굉장히 걱정이 되는 거예요. 사람들이 해코지를 안 했으면 좋겠어요.”
해운대 달맞이 고개 인근에서 길 고양이와 붉은 여우의 밥을 챙겨주는 ‘캣 맘’ 하경숙(67) 씨. 오찬영PD
하 씨의 손길 아래 140일 넘는 시간 동안 부산에 머물고 있는 붉은 여우. 하 씨는 달맞이길이 사람 왕래가 잦고 로드킬 우려도 있어 걱정이라고 합니다. 하루빨리 붉은 여우가 적합한 서식지를 찾아가길 기대해봅니다. 뭐라노가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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