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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79> 알코올과 알칼리 ; 음양의 조화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2-08-29 19:19:11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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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중 9개 알들과 어원이 다른 1개의 알은? ①알라 ②알고리즘 ③알지브라 ④알자지라 ⑤알카에다 ⑥알케미 ⑦알바트로스 ⑧알레고리 ⑨알코올 ⑩알칼리.
알코올 일종인 술과 알칼리 성분인 재
9개 낱말들에서 처음의 알은 The와 비슷한 맥락으로 쓰이는 정관사다. 알라(Allah)는 The God으로 무슬림들이 절대복종하는 하나님이시다. 알고리즘(Algorithm)은 바그다드에 살던 알콰리즈미(Al-Khwarizmi, 780~850)의 유럽식 표기로 그가 밝힌 연산절차다. 알지브라(Algebra)는 그가 쓴 대수학책 알자브르(Al-jabr)에서 온 낱말이다. 알자지라(Al-Jazeera)는 중동지역 아랍권을 대표하는 방송사다. 알카에다(Al-Queda)는 범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조직한 행동본부다. 알케미(Al-chemy)는 변화 기술로 연금술이다. 알바트로스(Al-batross)는 아랍어 Al-quadus 발음이 서양식으로 변한 새다. 알레고리는 은유적이거나 우의적으로 빗대어 표현하기를 뜻하는 그리스어 알레고리아(Allegoria)에서 온 낱말이다. 알코올의 알과 알칼리의 알도 마찬가지로 아랍어 Al이니 정답은 ⑧번이다.

알코올(Alcohol)은 흑색 분말을 뜻하는 아랍어 알-쿠훌(Al-kuhul)에서 온 낱말 같다. 화장에 쓰이는 쿠훌은 식물을 태워 핵심성분을 걸러 만든다. 쿠훌은 정제와 증류의 뜻으로도 쓰였다. 발효주를 증류하면 알코올 성분이 먼저 증기로 빠진다. 그 증기를 모은 액체가 증류주다. 알코올 도수를 높이는 증류법은 아랍인들이 먼저 만들어 전세계로 전파시켰다. 알코올이 술이 된 연유다. 하지만 술은 알코올의 한 종류에 불과하다. 화학적으로 알코올은 탄화수소 원자단에 하이드록시기(―OH)가 작용기로 결합된 유기 화합물이란다. 무지 어렵다.

알칼리(Alkali)는 재를 뜻하는 아랍어 알-콸리(Al-quliy)에서 왔다. 볏집을 태워 만든 회색 가루인 재를 물에 녹이면 잿물이다. 잿물로 빨래를 하는 게 우리네 세탁법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서양식 양잿물이 들어 왔다. 잿물과 양잿물은 모두 염기성 물질이다. 물에 녹은 염기인 알칼리는 단백질을 분해한다. 잿물로 빨래하면 단백질 성분의 때가 잘 빠진다. 아무리 공짜라도 강알칼리인 양잿물을 마시면 뱃속 장기가 녹아 죽는다.

아랍어에서 유래한 영어식 외래어 알코올과 알칼리에 대해 막연한 통념으로만 알기 쉽다. 제대로 알려면 고난도 화학 지식이 필요하다. 탄소 수소 산소 등의 원자들이 전자를 어찌 주고받아 결합하느냐에 따라 마시면 기분이 들뜨는 술 알코올이 되며, 눈이 머는 독 알코올이 된다. 1부터 14까지 역수의 로그값인 수소이온농도지수(pH)로 따져 물에 녹아 수소 이온이 많이 나오면 산, 적게 나오면 알칼리다. 수소 원자가 지닌 1개 전자가 밖으로 나가면 양의 전하를 가진 수소 이온이 된다. 전자들 동향에 따라 산이 되고 알칼리가 되는 근본 이치다. 음(-)인 바깥 전자는 양(+)인 안쪽 양성자와 조화된다. 음양의 조화라는 절대 진리다. 어떤 종류의 알코올이 되고 어느 강도의 알칼리가 되는지도 역시 음양의 조화다. 나 역시도 원자들 결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자들 동향으로 움직이며 산다. 수천 년 전 철학으로 깨닫고 백여 년 전 과학으로 파헤친 음양의 조화다. 오묘 절묘하며 신통방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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